뇌도 외모도 다 섹시해야 진정한 ‘뇌섹남’
  •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8 14:33
  • 호수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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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의 섹슈얼리티] 외모는 생식과 연관, 생식적 우월함 확보된 후에야 ‘뇌섹남(녀)’ 거론

 

최근 몇 년간 ‘뇌섹남’ ‘뇌섹녀’란 신조어가 인기어로 자리 잡았다. ‘뇌가 섹시한 남자’ ‘뇌가 섹시한 여자’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국립국어원이 이를 ‘2014 새 낱말’로 선정했다. 또 외국에서도 ‘sapiosexuality’라고 해서 신체적인 특성보다 지적 능력에 더 매력을 느끼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상대의 외모보다 뇌에서 섹시함을 느낀다는 새로운 트렌드인데, 요즘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노년층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뇌섹남(녀)·뇌섹 중년·뇌섹 노년이 되려면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뇌로 가는 혈액순환을 도와 지적 영역을 활성화시킨다는 다크 초콜릿을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는 지침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뇌섹男(女) 떠도 외모의 매력 절대 포기 안 해

 

원래의 뇌섹남은 이제까지 외모나 감각적인 차원에서 월등한 남성들에 대한 호칭이었던 ‘짐승남’ ‘훈남’ ‘꽃미남’ ‘꽃중년’과는 다른, 내면적인 성적 매력을 갖춘 사람을 의미했다. 뇌섹남으로 불리려면 단지 많은 지식의 배열과 과시가 아닌, 그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상대방에 대한 넉넉한 배려와 포용, 판단력을 구사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여야 했다.

 

이렇듯 뇌섹남의 등장은 상대를 고를 때 외모적인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했던 우리에게 신선한 잣대를 선사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뇌의 섹시함’ ‘지성적인 매력’을 이야기하면서도 이와 함께 외모의 매력 또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외모의 매력은 생식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다.

 

© 일러스트 정재환

무엇보다 사람의 종을 보전하는 통로는 섹스다. 섹스의 기능은 생식(유전자 보전)·즐거움(쾌락)·소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필자가 강의 중 ‘섹스의 기능’을 질문하면 대개가 ‘생식 > 사랑의 표현과 확인 > 쾌락 > 대화’의 순으로 대답이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생식이 가장 뒤 순서로 밀렸다. 심지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필자는 페이스북에서 재미난 실험을 해 보았다.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을 질문해 본 것이다.

 

100명이 넘는 남자들은 여자에게 섹시함을 느끼는 순위가 ‘엉덩이 > 가슴 > 눈 > 다리·성기 > 입술 > 발목’ 순이라고 답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부위는 엉덩이와 가슴이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엉덩이에 끌리는 이유는, 여자의 큰 엉덩이는 임신한 아기의 두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큰 엉덩이에는 아기들의 두뇌 발달에 좋은 DHA를 포함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여자의 엉덩이는 여자의 발정기를 상징한다. 다른 암컷 영장류의 경우 발정기(배란기)가 되면 엉덩이가 돌출하고, 붉어지며, 향기가 난다. 그런데 인간 여자들은 자신의 발정기를 숨김으로써 자신의 성(性)선택(자기 아이의 아버지를 결정하는, 혹은 섹스를 누구와 할까를 결정하는)에서 주도권을 가졌다. 여자들이 두 발로 일어서고 우아하게 걷게 되면서, 여자들의 몸의 구조는 남자들이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배란기를 숨기고, 자신이 원하는 남자에게 임신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 여자들은 엉덩이를 발달시켜 배란기를 가장했다. 그것이 진화심리학적으로 말하는, 여자의 엉덩이가 남자의 엉덩이보다 탐스럽게 부푼 이유다.

 

또 두 번째 매력 있는 곳인 가슴은 남자들의 영원한 이상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가슴라인을 보면 남자들은 누구나 강한 자극을 받는다. 여자의 가슴은 모성과 유혹의 한가운데쯤 그 존재의 이유가 있는 듯하다. 풍만한 여자의 가슴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충분한 분비를 짐작하게 한다. 곧 그녀는 여자로서 건강한 생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남자의 신체부위 중 어디를 섹시하다고 생각할까? 페이스북 질문을 통해 본 여자들의 대답은 ‘탄탄한 엉덩이 > 튼실한 허벅지 > 가슴 > 등·손 > 눈’이었다. 사실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성격·능력·신뢰성 같은 요소 말고 육체적인 면만 생각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남자들의 엉덩이와 허벅지·가슴, 그리고 팔을 꼽는다. V라인의 넓은 어깨와 가슴을 가지고, 엉덩이는 좁은, 그리고 굵은 핏줄이 선 강한 팔을 가진 남자야말로 여자들의 이상향이다.

 

 

사람들 직관엔 여전히 생식의 기준이 우선해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는 엉덩이 라인이 예쁜 남자다. 동그란 공을 잘라 붙여 놓은 것 같은 엉덩이 라인, 튼실한 허벅지를 가진 남자에게 섹시함을 느끼는 것은 여자들 역시 본능적으로는 그곳들이 남자에게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남자들은 소위 아킴보(Akimbo) 자세라는, 골반 위에 양손을 얹고 꼿꼿하게 서는 자세를 취하길 좋아한다. 넓은 가슴은 다른 남자들에겐 위압감을, 여자들에겐 섹시함을 과시하기에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답들을 보면 세상은 섹스에 있어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전하는 생식의 기능보다는 즐거움과 소통의 기능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직관에는 여전히 생식의 기준이 우선하는 게 분명하다. 이런 생식적인 우월함이 확보된 후에야 남자들은 지적이고, 성격이 좋으며, 우아하고, 자존감이 높으며, 배려심이 높은 여자, 즉 뇌섹녀를 거론한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생물학적 우월함 뒤에 지적이며, 공감을 잘해 주고, 유머러스하며, 세심하며, 따뜻하고, 마음이 넓으며, 매너가 좋은 뇌섹남을 요구한다. 결국 짐승남과 뇌섹남의 양면을 가진 조화로운 남자가 몸도 뇌도 섹시한 여자를 얻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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