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더 낙관적으로 보는 ‘코스피 3000’ 시대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3 13:35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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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장 저평가 근거 “한국 증시에 투자 비중 확대해야” 보고서도

 

“오늘도 코스피(KOSPI)는 2000선에서 박스권 행보를 지속하며….” 

 

지난 6년간, 국내 증시 뉴스는 이런 내용으로 가득 찼다. 일명 ‘박스피’다. ‘박스피’는 박스(box)와 코스피를 합친 용어다. 코스피는 2011년 4월27일 2231.47을 찍은 이후 내림세를 타더니, 올해 초까지도 1800~2200선을 오가며 소폭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코스피가 상자 안에서 맴돈다는 ‘박스피’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이 말은 2014년 국립국어원이 신조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랬던 ‘박스피’가 최근 달라졌다. 코스피는 장중 5월10일과 11일 2300선을 한때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11일에 사상 최고치인 2296.37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코스피는 2300선을 위협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제자리걸음하던 코스피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실적 개선이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좋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법인 649개 회사(12월 결산 기준)의 올해 1분기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늘었다. 코스피 상장사 매출액은 278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7.55% 늘었다. 영업이익은 24조원 수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7.7% 확대됐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9조8983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48.27% 늘었다.

 

5월4일 코스피가 장중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코스피는 2300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 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넷마블·ING생명 상장…대기 회사도 많아

 

국내 경기 회복세도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세계 경기 호조로 수출부문에서 경기 회복이 두드러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4월 수출이 510억 달러(약 57조4260억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10월 전체 수출액이 516억 달러(약 58조1016억원)를 기록한 이후 역대 한국 수출액 2위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2% 증가한 규모이기도 하다.

 

여러 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발표에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이전보다 0.1%포인트 오른 2.7%로 예상했다. 같은 달 한국은행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올렸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에 선행하는 주요 국가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등이 확장국면”이라면서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를 택한 것도 코스피 상승의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4월 한 달간 외국인은 2조6400억원의 한국 주식·채권을 샀다. 외국인 자본 유입 증가는 2016년 12월부터 5개월째 계속된다. 4월말 기준 외국인 주식보유고는 545조7000억원이다. 사상 최고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단지 실적(상승) 때문에 코스피가 오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익이 그저 그런 신흥국, 유럽 주가도 강세이기 때문”이라면서 “비(非)달러화 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세계적 이동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대어급’ 기업의 상장도 코스피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넷마블게임즈의 코스피 입성이다. 넷마블게임즈는 5월12일 상장하며 2조6617억원을 끌어모았다. 역대 2위의 공모 규모다. 공모 첫날 넷마블게임즈의 시가총액은 13조8000억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에서 21위 수준이었다. 이경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게임즈는 게임 분야에서 가장 큰 종목이 되며 상장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분명히 줬다”라면서 “넷마블게임즈는 회사의 주력사업이 해외인 데다 모바일 게임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게임·IT주는 규제완화 호재로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어’ ING생명도 5월11일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을 기다리는 회사들도 있다. 남동발전·동서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의 상장이 올해 진행된다. 한국거래소는 넷마블게임즈 등 신규 상장 회사들이 올해 코스피에서 최대 7조원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여기에 현재 코스닥(KOSDAQ)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카카오는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2위인 기업이다. 5월19일 기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6조4000억원이 넘는다.

 

그럼 ‘박스피’를 넘은 코스피는 향후 어떻게 될까.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단기간에 하락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각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는 추세다. KB증권은 최근 코스피 전망치를 2350~2450으로 잡았다. 기존에 제시한 것보다 100포인트 올린 수치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2300에서 2500대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코스피가 1900~2260 수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가, 이후 2000~2350으로 전망치를 올렸다. 코스피가 ‘박스권 돌파’를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것이라 판단한 셈이다.

 


 

외국 전문가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도 한국 증시 전망을 밝게 본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5월 대선 이후 코스피가 300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주주배당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스위스계 금융사 크레딧스위스도 코스피 상승을 예견하며 “한국 증시의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냈다.

 

금융 전문가들이 코스피의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근거는 ‘한국 시장 저평가론’이다. 한국 기업들이 가진 순자산(기업의 총자산에서 총부채·무형자산·사외유출분 등을 뺀 순수한 자산)·당기순이익에 비해 실제 주가가 낮다는 논리다. 이는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순이익비율(PER)을 비교해 가늠할 수 있다. PBR(주가/주당 순자산가치)은 해당 주식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PER(주가/주당 순이익)은 해당 주식 주가와 1주당 당기순이익을 비교한 값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한국 주식시장의 PER과 PBR 모두 외국보다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PER은 9.3배다. 반면 선진국 평균은 16.9배이고, 신흥국도 평균이 12.3배다. PBR은 한국이 1.0배인 데 비해 선진국이 2.2배, 신흥국이 1.5배다.

 

코스피 상승 전망에는 내수 활성화 기대도 한몫했다. 당초 내수산업은 수출산업에 비해 부진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내수 활성화에 나서며 개선될 조짐이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추경안은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과거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집행된 추경과 차별화된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예산이 집행되는 하반기에 내수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 전망을 마냥 밝게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역시 최대 복병은 미국 기준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 3월에 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다. 이와 더불어 연준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총 세 번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는 두 차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코스피 상승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담이 코스피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자금 유출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도 악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방해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특별검사에 의해 조사될 예정이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를 탄핵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정치적 불확실성은 코스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 탄핵’이 공개 거론된 직후인 5월18일, 2300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상승세가 꺾여 한때 2270대로 하락했다.

 


 

미국 금리인상·대형주 의존 등 변수도 있어

 

아울러 코스피 상승세가 한국 증시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한계도 지적된다. 대표적인 부분이 대형주 의존 경향이다. 이번 상승세도 코스피의 약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년 새 50% 올랐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도 대형주 의존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유독 심하다. 이번 상승장에서도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올해 3월 한국거래소 조사 결과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차이가 1100조원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을 이끌던 기업이 속속 코스피에 합류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03년, 네이버는 2008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올해 코스닥의 시가총액 2위 기업 카카오도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관련 5개 협회는 5월17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코스닥 대표기업들의 코스피 이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코스닥 시장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다우지수 못지않게 벤처기술업체의 증시 시장인 나스닥이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코스닥은 그렇지 못하다. 벤처기술기업 활성화와 전체 시장 수급을 위해서는 이 같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거래소가 한국 대표 증시 지수를 만들고, 그 지수에 코스닥 주요 종목을 편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새 정부 출범 시 주가 오르는 까닭

 

역대로 정권이 바뀌면 주식시장은 들뜬다. 역대 정권 초기 주가는 항상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프투자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13대 노태우 정부 때부터 18대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 대통령의 임기 1~2년 차 때 코스피는 평균 20% 이상 상승했다.

 

역대 정권 출범 후 첫 1년간은 코스피가 평균 23.18% 올랐다. 임기 2년 차에는 코스피가 평균 26.18%나 상승했다. 임기 3년 차 때부터 코스피는 큰 변동이 없었다. 3년 차에 평균 1.7% 떨어졌고, 4년 차에 0.78% 하락했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5년 차에는 평균 0.97% 올랐다.

 

해당 보고서는 정권 초기 코스피가 오른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정책의 효과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기부양을 통해 여러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려 한다. 이 결과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 세계 경기 흐름이 좋았던 영향도 있었다. 1988년 이후 역대 정권 초기는 세계 경기가 활황이거나, 회복세를 보일 때였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중반부터는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오르지 못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계적으로는 ‘경기와 금리’의 방향으로 인해 대통령 임기 1~2년 차 수익률(평균)이 23~26%로 가장 좋다. 이후 수익률은 떨어지는 모습”이라면서 “올해 5월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통령이 취임할 때처럼 좋은 주가가 유지되고 있다. 이번 문재인 19대 대통령은 코스피 최고치에서 출발하는 대통령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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