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가득 채운 前대통령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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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름까지 소환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오늘 열립니다.”

“오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입니다. 오늘 오후에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립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4대 강 사업 정책 감사 지시에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16대 대통령 고 노무현, 17대 대통령 이명박, 18대 대통령 박근혜. 어제와 오늘(5월22~23일),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을 언급한 기사들이 유독 눈에 띄는 기간이었다. 전직 대통령들은 각각의 ‘이슈’로 매스컴에 오르며 한국 사회의 오래된 기억들을 소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 참석…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받던 곳과 같은 곳

 

가장 최근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국정농단’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3월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53일 만이다. 두달여만에 대중 앞에 선 박 전 대통령은 수의 대신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이라고 적힌 명찰을 단 채로 군청색 사복을 입고 재판정에 섰다. 일명 ‘똑딱핀’으로 불리는 헤어고정핀 4개로 머리를 고정시켜 그의 상징과도 같은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박근혜(앞줄 왼쪽 두번째)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앞줄 왼쪽 네번째)씨가 5월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했다. ⓒ 공동사진취재단

이날 재판엔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의 ‘오랜 인연’ 최순실씨도 배석했다. 두 사람은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정면만을 응시하며 최씨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3시간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역대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나란히 앉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이곳이 21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함께 피고인으로 출석해 재판을 받았던 곳과 동일한 장소인 것으로 알려지며 과거 전․노 전 대통령의 재판 당시 일화와 사진도 함께 이슈가 되기도 했다. 나란히 앉아 서루 눈길도 주지 않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는 달리,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서로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선 모습을 보였었다.

 

 

■이명박 대통령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실시

 

지난 이틀 간 온라인 포털 사이트 뉴스 상단을 차지한 도 하나의 이슈는 ‘4대강’과 ‘녹조’였다.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며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입장도 나왔다.

 

청와대가 5월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뉴딜’ 공약 중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반적 정책 감사를 시작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4대강에 있는 보를 상시개방하고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기자브리핑에서 이번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8월 당시 민주당 전 대표 시절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부산 낙동강 유역을 찾아 녹조 실태를 파악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대응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한 뒤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비서실’ 명의의 공식 입장을 냈다.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4대 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종합적인 치수사업”이라며 “버려졌던 강을 되살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비하며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가 위법하게 진행됐다고 수계별로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덧붙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경남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선 오후 2시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가 추도식이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오늘 추도식엔 고향 경남 양산에서 오늘까지 연차 휴가를 즐기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인사들이 찾았다. 참여정부 당시 총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다. 참여정부 당시 제17대 국회에서 의장을 지낸 김원기ㆍ임채정 전 의장도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분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직접 추도사를 했다.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면서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해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노무현 재단측은 지난 주말과 휴일 사이 봉하마을에 3만명 이상의 추도객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추도식에 2만명이 넘게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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