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차관, 검찰 개혁 적임자 인가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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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의 안물안궁]

문재인 정부가 공석인 법무부 차관에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임명했다고 5월20일 발표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이 차관의 임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인천지검에서 수사 중인 포스코건설 계열사 대표와 당시 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 차관이 부적절한 골프회동을 가졌다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청와대의 검증 여부를 기자들이 물은 것이다. 시사저널은 두 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를 내보낸 바 있는데 기사의 요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 격인 포스코건설 계열사 대표와 수사를 담당하는 지검의 ‘장’인 이 차관이 그것도 한창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골프회동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 차관 본인이 골프비용을 냈다하더라도 이미 회원 대우를 받아 가격 할인을 받은 만큼 그 자체로 김영란법 위반이란 지적이었다. 김영란법 위반 여부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 담당자가 명확하게 결론도 내려줬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문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본인과 직접 확인했다. 청와대에서 자세히 해명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알아봐야겠지만 본인 해명이 그 정도면 소명이 됐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은 검찰이 기자에게 했던 해명과 일치한다. 대검찰청 대변인은 4월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감찰에 이를만한 내용이 없고 언론이 권익위에 취재해서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문의한 것과, 실제 조사를 해봤을 때 위반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권익위가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얘기한 것을, 검찰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금로 신임 법무부 차관이 5월22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청와대 해명을 몇몇 언론이 기사화했고 제법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문제가 있다”는 댓글도 있었고, 일부는 “(청와대에서) 문제가 없다니 신뢰한다”고 했다. 정확하게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의견이 반반 정도로 엇갈렸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 기사가 처음 보도됐던 4월 중순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다. 첫 기사에도 많은 댓글들이 달렸었는데, 대부분 이 차관과 포스코건설 간 골프가 부적절했음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청와대가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니 그 자체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부쩍 늘었다. 같은 사건이지만 당사자가 전 정권 검사장에서 현 정권의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하고 나니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여론이 확연하게 증가한 셈이다.  

아쉬운 것은 청와대의 이중잣대다. 이영렬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안태근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역시 김영란법 위반이 핵심이었다. 청와대는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는 감찰을 지시했지만, 골프회동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들어보니 문제될 것 없다”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 드러난 사건으로만 보면 사안의 경중이 다를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진들이 서로 돈 봉투를 돌리며 격려한 사건과 수사 당사자이지만 자신의 돈을 내고 골프를 쳤다는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사를 할 때 사안의 경중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선행하고, 문제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인의 해명만을 받아들여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김영란법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과도 맞지 않는다.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조직 안정화가 절실한 시점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이것이 문제가 있다는 검찰 내부 여론도 적지 않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자체적으로 면죄부를 준 청와대의 이번 인사는 모두가 칭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인사의 유일한 오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균열은 항상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편집자 주] 안물안궁 : 한 포털 사이트 오픈사전은 ‘안물안궁’이란 신조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안 물어 본 것’의 줄임말인 ‘안물’과 ‘안 궁금한 것’의 줄임말인 ‘안궁’의 합성어로 현재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쓸 때 말머리에 붙인다. 해석 그대로 누구도 물어보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에 대해 물음표를 달아 주저리주저리 써보고자 하는 뜻에서 코너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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