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76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탄원서 쓴 이유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5.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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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맨 216명 부당 해고에 대한 반발 차원…쿠팡 측 “일방적 해고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일자리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고 민생도 어렵다”며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설치를 지시한 곳도 일자리 위원회였다. 24일에는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우리나라 고용의 큰 몫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기업별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향후 성과 지표를 통해 주요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현황을 월별로 보고받을 방침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주요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챙기겠다고 밝히면서 재계는 바짝 긴장했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었던 만큼 우려가 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앞 다퉈 논평을 내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병준 쿠팡 사태대책위원회 위원장이 30일 국민인수위원회의 '광화문1번가'에 쿠팡의 비정규직 대량 해직 사태 및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76인의 탄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쿠팡 대책위 “정규직 전환 막으려 대량 해고”

 

국내 1위 소셜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주요 기업들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김범석 대표는 2010년 쿠팡을 세웠다. 쿠팡은 회사 설립 2년 만인 2012년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김 대표가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할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결과였다. 

 

많이 팔리는 상품 위주로 대량 구매한 뒤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배송한다는 게 서비스의 기본 개념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들을 대거 채용했다. 서비스 개시 1년6개월 동안 배송인력 3500여 명을 채용했다. 같은 기간 국내 30대 그룹 고용인원(8261명)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쿠팡맨들은 쿠팡을 업계 1위 반석에 올려놓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현재 상황은 반대였다. 전·현직 쿠팡맨들로 구성된 쿠팡사태대책위원회(대책위)가 최근 구성됐다. 이들은 쿠팡의 횡포에 항의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이 올해 2월~4월 쿠팡맨을 대량 해고한 것이 원인이었다. 대책위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전체 쿠팡맨 2237명 중 9.7%에 달하는 216명을 이때 해고했다. 216명의 평균 근속기간은 10.4개월이었다. 

 

이중에는 배송실적이 1등이었던 모 지역의 직원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다음날부터 출근을 못하게 됐다고 대책위 측은 주장한다. 강병준 쿠팡 사태대책위원장은 “계약해지가 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사측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측은 대량 해고가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한 쿠팡 측의 꼼수로 보고 있다. 강 위원장은 “쿠팡은 현재 비정규직 제도의 맹점을 최대한 활용해 인력 물갈이를 하고 있다”며 “두 달 사이에 전체 쿠팡맨의 10%에 해당하는 218명의 직원을 계약해지했다. 지금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신규채용에 목을 매달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편법으로 구조조정을 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쿠팡은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는 임금삭감을 단행해 많은 쿠팡맨들이 스스로 직장을 떠나게 만들었다.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직원 간 통화 내용을 근거로 일부 쿠팡맨에 대한 내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대책위는 현재 사측을 통신비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2년 만에 흑자 낸 김범석 대표 신화도 ‘흔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지하거나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준 적은 없다”며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직원 채용을 늘려갈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대량 해고 문제를 놓고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는 현재 사측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의당 당사 방문도 예고한 상태다. 쿠팡 사태가 정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현재로썬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 ⓒ 시사저널 포토

벤처업계를 달궜던 ‘김범석 신화’도 흔들거리고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세계 최초로 ‘로켓배송’ 개념을 도입하면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받았다. 시사저널이 매년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을 상대로 벌이는 차세대 리더 설문조사에서도 김 대표는 재벌 후계자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최근 쿠팡맨 200여 명을 대량 해고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현직 쿠팡맨들도 11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김범석 쿠팡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여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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