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GCC] “기업가 정신은 자신의 운명을 각자가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 자체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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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강조하는 아이리스 오야마의 오야마 겐타로 CEO의 경영철학

 

“불황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위기일수록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오일 쇼크 때 위기를 맞았는데 그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생산자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가야하는 걸 말이죠. 가성비가 높고 제품에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 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자 틈새시장이 보였습니다.”

 

일본 최대 생활 용품 기업인 아이리스 오야마의 CEO(최고경영자) 오야마 겐타로(大山健太郞)회장은 5월3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5회 굿컴퍼니 컨퍼런스에서 ‘위기 극복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리스 오야마는 일본 최대 생활용품 생산 기업이다. 

 

아이리스는 유행을 이끌어 가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생활 수납 제품부터 LED 전등까지 생산 품목도 다양하다. 오야마 회장은 “일본에서 1990년대 원예 붐이 일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이 아이리스 오야마가 관련 제품을 본격적으로 팔면서부터라는 연구 분석이 있다”면서 “기업 경영의 목적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 성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진행한 첫 번째 세션의 연사로 나선 오야마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구상력 △설득력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 등 세 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오야마 회장은 “왜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5월31일 시사저널에서 주최한 2017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오야마 겐타로 일본 아이리스그룹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이익을 오너나 주주가 가져가지 않는 회사

 

아이리스는 경영 철학이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아이리스는 부채가 0%다. 때문에 비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상장 계획은 없다. 주주가 한 푼도 배당받지 않는 것도 독특하다. 해외 법인의 경우 이익이 발생하면 전액 현지에 재투자된다. 이익을 오너나 주주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상여금조로 나눠가진다. 

 

오야마 회장은 재일동포 3세다. 경남 함안에서 한의사로 있던 조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터전을 이뤘다. 본관은 ‘함안 조(趙)씨’다. 오사카(大阪)에서 살아오던 오야마 회장 집안이 경영자 가문으로 변신한 것은 부친이 창업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부친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오야마 회장이 19세 때 암으로 병석에 누웠다. 8남매의 장남인 오야마 회장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에 나섰다. 이것이 오늘날 아이리스 오야마로 발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야마 회장의 일생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일쇼크로 부도 직전까지 갔다. 당시 오야마 회장은 근본적인 변신을 꾀했다. 본사부터 오사카에서 미야기현 센다이(仙臺)로 옮겼다. 

 

아이리스 오야마는 매년 1000개 이상씩 신제품을 출시한다. 취급 중인 제품만 1만4000여개에 달한다. 이미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유행이 지난 제품들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판매되는 제품의 60% 이상이 3년 내 개발된 신상품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아이리스만의 독특한 물류 시스템 때문이다. 아이리스 오야마에 있어서 물류 혁신은 오늘날의 성공을 이끈 중요한 요소다. 전 제품이 자동화로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인건비 비중은 높지 않다. 대신 오야마 회장은 물류 혁신과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센다이는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의 여파가 심각했다. 지역경제는 사실상 붕괴 위기에 있었다. 아이리스 오야마는 해외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지만,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문화 사업에 투자하고 일본 내 기업인들과 함께 후쿠시마(福島) 경제 회복을 위한 ’도호쿠 미래 창조 이니셔티브’를 조직했다. 그 결과 도호쿠 지역에서 아이리스는 지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오 위원장과의 대담 말미에 오야마 회장은 ‘운(運)’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부친에게 들은 말 중에 ‘운이라는 단어에는 자기가 노력해 가져오는 것이라는 뜻이 있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운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질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끌고 와야죠. 결국 기업가 정신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각자가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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