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이제는 商工農士(상농공사)가 답이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2 10:31
  • 호수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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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시사저널이 개최하는 ‘굿 컴퍼니 컨퍼런스’라는 행사가 5월31일 63빌딩에서 열립니다.

 

주제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좋은 지배구조(Good governance)’입니다. 이 주제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어떤 정부가 들어섰더라도 추구해야 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 둘을 상호 대립적인 요소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사회 발전을 위해선 둘 다 중요한 건데 말이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기업가 정신을 더 강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니까요.

 

5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시사저널이 주최한 2017 굿 컴퍼니 컨퍼런스가 열렸다. ⓒ 시사저널 최준필

‘기업가 정신’이라고 하면 왠지 우파적인 냄새가 나죠.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사전적 정의부터 보시죠. 두산백과를 보면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나 정신’이라고 돼 있습니다.

 

부연 설명이 이렇군요.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개념은 기업이 처해 있는 국가의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따라서 기업가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서든 기업가가 갖춰야 할 본질적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좋은 지배구조 안건은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주무를 테니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기업가 정신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바입니다.

 

기업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업인의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규제완화’입니다. 규제완화는 역대 정권의 단골 레퍼토리기도 합니다. 조만간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완화는 열심히 할 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어느 정권에서도 규제완화 관련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원인이 다양하겠지만 규제를 만드는 정치인과 공무원에 기업인 출신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집단, 특히 공무원은 본능적으로 틈만 나면 규제를 만들려고 합니다. 규제가 이들의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업을 해 본 사람이 정치인이나 공무원으로 변신하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텐데 우리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멉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봅니다. 왜 우리는 기업인이 만날 규제나 받는 대상이 됐을까요. 우리의 유교적 전통에서 답이 나올 듯합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말이 그것입니다. 왕조시대에는 제조업에 해당하는 工과 나머지 기업에 해당하는 商은 하층계급에 속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런 의식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과 공무원은 현대판 士로 분류되는 판·검사, 변호사, 의사, 교수, 고시 출신이 대종(大宗)을 이룹니다. 반면, 기업인은 예전에 비하면 사회적 지위가 향상된 것 같지만 여전히 파워엘리트들의 먹잇감에 불과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런 악습이야말로 ‘적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도 결국은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기업가 정신이 가장 쇠락해 있는 요즘, 우리 사회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사기진작이 필수적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기업인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풍토 조성이 시급합니다. 정부부터 나서서 사농공상을 폐기하고 이제는 ‘상공농사(商工農士)’를 부르짖어야 합니다. 당장 정부 행사를 비롯한 각종 경제 행사의 맨 앞자리에 기업인들을 앉히는 우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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