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동주 ‘형제의 난’이 초래한 롯데 ‘흑역사’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7 14:41
  • 호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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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 (17) 롯데그룹] 경영권 갈등·檢수사·사드 보복 ‘3중고’ 시달려

 

롯데그룹에 최근 2년은 ‘잔혹사’다.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고, 오너 일가는 비판의 중심에 섰다. 그 시작은 2015년 ‘형제의 난’, 진원지는 일본 롯데홀딩스였다. 이 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L투자회사1·L투자회사2 등 비상장사 12개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L투자회사1~12는 한국 롯데의 핵심인 호텔롯데 지분 72.3%를 갖고 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 스스로도 호텔롯데 지분 19.1%를 갖고 있다.

 

2015년 7월27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6명을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이사에서 해임한다. 이 과정은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SDJ) 회장이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도는 하루 만에 끝났다. 다음 날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리면서, 그가 내린 결정은 모두 무효가 됐다.

 

이후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신동주 회장 간 맞대결이 불붙었다. 신동주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라고 했다”며 해임지시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신동빈 회장 측도 신동주 회장의 주장에 대해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동주 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동빈 회장 해임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했다. 현재까지 결과는 4연패다. 올해 5월25일에 있었던 주주총회까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신동빈 체제’를 지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 © 시사저널 최준필·고성준

 

롯데서 2년간 이어지는 집안 ‘진흙탕 싸움’

 

신동주 회장 측은 이에 반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자 신동빈 회장 측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편에 서 있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의사결정에 제약이 있는 성인(피후견인)에게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정해 주는 제도다. 이 소송에서 1심·2심 재판부는 모두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6월2일 사단법인 선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최종 결정됐다. 신 총괄회장은 주주권 행사 등 법률적 의사결정을 대리인 없이 하지 못한다. ‘한정후견인’이 있는 사람은 독자적으로 주요 사무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동주 회장 입장에선 가장 큰 우군을 잃는다.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 국면에서 ‘형제의 난’은 최근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8월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자 “순환출자를 80%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짰다. 계획은 이렇다. 첫째,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나뉘는 기업의 주식을 모기업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분배하는 분할 방법)한다. 인적분할 시 기존 회사 주주들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투자회사)의 주식을 받는다. 둘째, 이렇게 나뉜 회사를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하나의 지주회사로 합병한다. 이렇게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계획이 성사되면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것이라고 본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4월에 낸 보고서에서 “롯데지주사의 신동빈 회장 보유 지분은 10.56%에 이르고, 신동주 회장은 5.73%, 신격호 총괄회장 2.92%”라고 분석했다. 즉, 신동빈 회장의 지주사 지분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회장의 지분 합보다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롯데는 한영회계법인의 평가를 거쳐 네 회사의 합병비율을 정했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의 분할·합병비율은 각각 롯데제과를 기준(1)으로 롯데쇼핑 1.1844385, 롯데칠성음료 8.3511989, 롯데푸드 1.7370290이다. 또 분할·합병비율의 근거가 된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의 합병가액은 각각 주당 7만8070원·86만4374원·184만2221원·78만1717원으로 확정됐다.

 

 

롯데 “올해 지주회사 전환 완료가 목표”

 

하지만 신동주 회장 측은 이 합병비율이 신동빈 회장에게 비정상적으로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롯데쇼핑 주가가 합병가액의 3분의 1 수준인 것을 문제 삼았다. 롯데가 롯데쇼핑 가치를 고평가해 신동빈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려 한다는 주장이다. 신동주 회장 측은 5월22일 법무법인 바른을 대리인으로 정해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 회사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반면 롯데그룹 관계자는 “합병 가치 평가는 외부기관의 평가에 따라 진행됐다. 신동주 회장의 소송은 지주회사 전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2년간 언론은 대결구도로 보도했지만 모든 승부에서 신동빈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면서 “올해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가 지배구조 전환기를 맞으며 그룹의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벌기업이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오너 후계자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롯데그룹 3세대(신격호 총괄회장의 손자) 중 회사 지분을 보유한 이는 없고, 지분 확보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의 후계자로는 장남 유열씨(32)가 거론된다. 유열씨는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은 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력은 아버지 신동빈 회장과도 겹친다. 신동빈 회장 역시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한 뒤 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 다만 롯데 측은 “현재 유열씨는 롯데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 경영참여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유열씨는 2015년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당시 그의 결혼 피로연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유열씨의 동생 규미씨(30), 승은씨(26)는 일본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의 아들 정훈씨(25)도 현재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SDJ 관계자는 “정훈씨는 롯데와 관련 없는 일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지분확보·경영참여는 아직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형제의 난’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롯데는 검찰의 타깃이 됐다. 발단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면서다. 그해 6월2일 검찰은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에 앞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를 위해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이 나왔다. 검찰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 이 수사는 곧 롯데그룹 전체로 확대된다. 6월10일 검찰은 롯데그룹 17개 계열사를 압수수색한다.

 


신동빈 회장, 8개월 새 두 차례 기소돼

 

검찰은 같은 해 10월 신동빈 회장·신격호 총괄회장·신동주 회장을 일괄 불구속 기소했다. 신동빈 회장은 2009년 9월에서 2015년 7월까지 계열사 끼워 넣기 등 방법으로 회사에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또 회사에 774억원의 손실을 끼치고, 오너 일가에게 508억원의 급여를 부당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주식을 장녀 신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동주 회장은 부당급여 39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롯데 경영비리 의혹에 대해 8개월째 1심 재판이 열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도 연루돼 수사를 받았다. 롯데는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인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각각 17억원, 28억원을 기부했다. K스포츠재단의 체육시설 건립사업에도 출연금 70억원을 추가 기부했다가 ‘롯데 경영 비리’ 수사가 시작된 2016년 6월 돌려받았다.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14일 독대하기도 했다. 검찰은 롯데가 재단 출연금 납부, 신동빈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를 통해 잠실 면세점 추가 특허를 발급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 경영비리’로 1심 재판을 받으며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된 셈이다.

 

롯데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 이전에 이미 신규 면세점 승인 가능성이 수차례 언론·학계·정치권에서 나왔다. 검찰 논리대로 뇌물을 준 뒤 신규 면세점이 승인됐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이 요구한 출연금을 깎아달라며 두 달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롯데는 특정한 대가를 바라고 출연금을 낸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죄 재판은 롯데가 낸 출연금의 대가성이 명확한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롯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촉발한 악재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국방부와 합의했다. 사드가 배치될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 부지와 경기도 남양주의 군 소유 용지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반발이 거셌지만 롯데 이사회는 올해 2월27일 이 계약을 최종 의결했다. 중국에서는 ‘롯데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거세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롯데의 경솔한 결정은 악당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롯데마트의 99개 중국 점포 중 74개 매장 영업이 중단됐다.

 

 

中 ‘사드 보복’으로 롯데 실적 부진

 

‘사드 보복’은 롯데의 실적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줄었다.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롯데마트 사업 부문에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6% 줄었다. 백화점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감소, 중국 사업 부진 탓이 컸다.

 

‘검찰수사’ ‘사드 보복’으로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형제의 난’ 당시 신동빈 회장은 일본계 주주의 한국 롯데 지분을 줄이기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6년 ‘롯데 경영비리’ 수사를 받으며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는 올해 다시 상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연내 상장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황각규 롯데 경영혁신실장은 올해 4월 “사드 영향으로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인 면세점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면세 사업이 궤도에 올라야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문어발 혼맥 맺은 롯데家

 

1922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세 때 집을 나왔다.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신문 배달, 공장 청소 등을 하며 학업을 마쳤고, 고물상 주인의 투자를 받아 ‘히카리 특수화학연구소’를 차렸다. 그의 회사는 선반용 기름, 화장품, 비누를 만들어 대성공했다. 그는 우연히 미군에 유통되는 ‘껌’을 씹어본 뒤 본격적으로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회사 이름을 롯데로 바꾼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로테의 이름에서 따왔다. 롯데는 한국에서 재계 순위 5위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8세 때 노순화씨와 혼인해 슬하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뒀다. 노씨는 1951년 세상을 뜬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과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이는 없지만,  그는 두 명의 여성과 만나 세 명의 자녀를 낳았다. 시게미쓰 하쓰코씨와 만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뒀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미스롯데 출신 배우 서미경씨를 만나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낳았다.

 


10남매 중 장남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들은 기업인으로 활동하는 이가 많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 등이 이들이다.

 

롯데 일가는 다른 대기업과도 혼맥을 쌓았다. 신선호 회장의 딸 신유나씨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또 다른 동생 신정숙씨는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과 결혼했고, 슬하에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최은정씨를 뒀다. 최은영 회장은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했고, 배우자가 사망한 뒤 기업을 이끌었다. 최은정씨는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익 KCC 사장과 결혼했다. 신춘호 회장의 아들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딸 김희선씨와 연을 맺었다. 신춘호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씨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혼인했다. 신동빈 회장도 일본다이세이건설 부회장의 딸인 오고 마나미씨와 결혼했다. 그는 슬하에 1남2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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