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열사 사장 부인 회사 화끈하게 밀어준 롯데건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7 16:40
  • 호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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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신동빈 회장 최측근인 채정병 前 롯데카드 사장의 부인 회사 부당 지원 의혹

 

롯데건설이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의 부인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롯데건설은 채 전 사장 부인 명의의 파이프업체 P사로부터 매년 수십억원대의 제품을 납품받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P사는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성장을 거듭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건설은 정상적인 내부 입찰기준에 따라 물량을 공급받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의 칼끝이 롯데그룹 오너가(家)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사진)의 부인이 운영하는 파이프업체를 부당하게 지원한 의혹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연합뉴스·시사저널 고성준

 

매년 수십억대 납품…매출 절반 이상 책임

 

채 전 사장은 현재 그룹 차원의 횡령·배임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오너가와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부인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이런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정병 전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경영지원실과 정책지원본부 등 그룹의 핵심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온 ‘재무통’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롯데그룹 수뇌부의 신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지금은 비리에 연루돼 재판정을 전전하고 있지만, 그가 기업인으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머쥔 인물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반면, 채 전 사장의 부인이자 P사의 오너인 정아무개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파이프업계에 발을 들이기 전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왔으며, 틈틈이 꽃꽂이 강사로만 활동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정 대표가 P사를 설립한 것은 2006년이다. 정 대표는 중견 탤런트인 동생의 이름을 빌려 강원도 춘천에 라이브카페를 개업하면서, 그 인근에 파이프 도소매업체 사무실도 같이 열었다. 한 번에 두 사업을 번창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 대표는 P사의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성공을 거듭했다. 이는 롯데건설의 물심양면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 롯데그룹의 ‘지원사격’이 시작된 것은 2009년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P사 매출 관련 자료에 따르면, 그해 전체 매출 30억5997만원 가운데 5억3947만원이 롯데건설에서 나왔다. 처음 거래가 이뤄진 2009년 P사는 가공공장 착공에 나서 2010년 완공했다. 도소매업에 머물던 사업영역을 가공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후 롯데건설과의 거래 규모는 물론, 매출 의존도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2010년에는 총매출 45억506만원 가운데 69.4%에 해당하는 31억2800만원을, 2011년에는 총매출 75억3359만원 중 58억5533만원(77.7%)을 롯데건설을 통해 올렸다.

 

롯데건설은 2013년까지 P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줬다. 실제, 2012년 롯데건설에서 나온 매출은 전체의 54.1%(총매출 80억9301만원-롯데건설 매출 43억8495만원)였고, 2013년에도 63%(82억3056만원-51억8715만원)에 달했다. 이때까지 롯데건설과의 거래 규모는 200억원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P사 홈페이지 ‘주요거래실적’ 항목에서 유독 롯데건설의 사명(社名)만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건설과의 거래는 2014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그해 롯데건설에서 나온 매출은 13억9602만원에 그쳤다. 이런 거래의 흐름을 보면, P사에 대한 롯데건설의 지원이 고(故) 박창규 전 롯데건설 사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가 시작된 2009년은 박 전 사장이 대우건설에서 롯데건설 사장으로 영전한 해이고, 거래가 중단된 2014년은 그가 경질된 연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P사가 설립된 시기는 박 전 사장이 대우건설 사장에 오른 시점이었다. 박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P사는 정상적인 파이프 관련 등록업체 중 하나로, 정상적인 내부 입찰기준에 따라 물량을 공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건설 “정상적인 내부 입찰기준 따른 것”

 

그러나 롯데건설과의 거래가 끊긴 뒤에도 P사는 여전히 건재했다. 2014년 113억8956만원에 이어, 이듬해인 2015년 146억2608만원으로 매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P사의 사세가 확장된 이후 다른 대기업들을 통해 매출처를 다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남편 채 전 사장의 지위를 영업에 적극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체질적으로 음주를 하지 못해 거래처와 술자리 대신 부부동반으로 교외 라이브카페를 다니는 것으로 영업을 대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P사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31억8544만원으로 급락했다. 전년 대비 21.7%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사정기관 내부에선 이런 매출 변동을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와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그해 초부터는 사정 당국과 재계를 중심으로 롯데그룹 수사 임박설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기도 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특정 대기업들의 거래 물량이 썰물 빠지듯 사라졌다”며 “수사 과정에서 자칫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은 채 전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가 현재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인 롯데카드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롯데카드 관계자는 “채 전 사장의 입장확인은 어렵고, 연락처도 알려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P사 측도 “정 대표는 상근하지 않고 볼일이 있을 때만 사무실에 나온다”며 “지금도 자리를 비운 상황이고 언제 출근하시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P사 직원을 통해 정 대표에게 취재 요청을 했으나, 결국 회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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