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학원 피해자들 집단행동 나선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8 13:22
  • 호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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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승무원학원 채용장사’ 보도 이후 추가 제보 잇따라

 

본지의 ‘항공사 승무원학원의 취준생 울리는 얄팍한 상술’(제1437호) 보도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본지 보도 이후 채용 사기를 의심할 만한 사례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승무원학원이 외국계 항공사 채용 대행을 맡으면서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취준생들을 현혹시킨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체결하지 않은 계약을 통해 학생들을 모집한 경우로 의심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2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I승무원학원은 중국 A항공사 특별채용을 진행했다. A항공사는 중국 최대 민영항공사로, 중국 4대 항공사에 포함되는 거대 항공사다. 당시 I학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4대 항공사 중 하나인 A항공사와의 MOU를 통해 I승무원학원 정회원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이번 채용 인원을 20~50명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회원’이란 학원 수강생을 의미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I승무원학원 입구 © 시사저널 박정훈

 

“학원 수강생만 특별채용 한다”

 

I학원은 이날부터 신규 수강생을 대거 받기 시작했다. 학원은 채용팀을 따로 두고, 신규로 상담을 받은 학생들에게 학원 수강을 권유했다. A항공사의 경우에는 학원 수강생이 아닐 경우 지원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큰돈을 내고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 수강료는 4주 주말반 149만원, 평일반 169만원, 중국항공사 채용대비반 199만원이었다. 당시 I학원에 신규 수강생으로 등록한 한 학생은 “A항공사의 경우 중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라 처우도 좋고 근무환경도 좋다. 2015년에 국내에서 채용을 진행했을 때에도 경쟁률이 높았는데, 학원 수강생만 특별채용 한다고 하니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I학원은 1차 모집 후 올해 1월16일 1차 면접을 실시했고, 1월19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학원은 또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1월9일부터 2월28일까지 A항공사 2차 채용 지원을 받았다. 2차로 지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3월6일 1차 면접을 실시했고, 3월8일 면접 합격자를 발표했다. 두 차례의 접수 기간 동안 A항공사에 지원한 학생은 약 200명에 달한다.

 

학원 측은 1차 면접 이후 “비디오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이를 위해 학원 측을 통해 촬영할 경우 3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학원에 비디오 촬영비용을 준 정아무개씨(여·29)는 “비디오 면접은 처음 학원 등록 당시 예정에 없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영상을 촬영한 후 학원 측에 보냈지만 3월20일 학원은 돌연 채용 연기를 공지했다. I학원은 네이버에 개설된 학원 카페에 “현재 한국과 중국 간 사드 문제로 인해 채용이 연기됐다. 중국 측과 4월초 미팅 예정이며, 모든 노력을 동원해 최종면접이 최대한 빠른 시일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I승무원학원이 중국 B항공사와 맺었다고 주장하는 계약서(왼쪽), I승무원학원의 중국 A항공사 특별채용 공고(가운데), I승무원학원 수강생의 질의에 답변한 A항공사 인사담당자의 이메일. ‘채용 대행을 맡기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A항공사 측 “채용 대행 맡긴 적 없다”

 

학원이 약속한 4월초가 지났지만 최종면접 재개 소식은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한 학생은 중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A항공사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했다. “한국에 있는 I학원 수강생이다. 언제쯤 채용이 재개될 수 있는가”란 문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답은 학생 질문과 전혀 달랐다. A항공사 측은 “A항공사는 어떠한 기관에도 채용 대행을 맡기지 않으며, 직접 채용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A항공사는 2015년 10월 한국에서 직접 채용을 진행해 약 280명을 채용한 바 있었다.

 

학생들은 학원 측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학원이 A항공사와 어떠한 계약을 맺었으며, 대체 언제쯤 채용이 재개될 수 있냐고 문의했다. 학원은 학생들의 요구에 해명 자료를 내고 “A항공사와는 채용을 하겠다는 구두계약을 맺었고, A항공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B항공사와 실제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계약서는 I학원과 B항공사 간 승무원교육과 채용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학원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학원은 “A항공사는 B항공사의 계열사”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지분관계는 정반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B항공사는 A항공사 계열사로, A항공사가 지분의 67.95%를 가지고 있다.

 

취재를 하던 중 이상한 점은 또 나왔다. 학원 측은 계약서를 공개하면서 “B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취재 결과 I학원과 계약을 맺은 건 B항공사가 아닌 C회사였다. C회사는 사명이 B항공사와 비슷할 뿐, 어떠한 관계도 없는 회사였다. I학원의 한 수강생이 C회사 관계자와 직접 통화한 녹취에 따르면 C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B항공사와 전혀 관계가 없다. 조종사 교육을 위주로 하며, 승무원을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B항공사 또한 “우리는 C회사와 아무 관계도 아니다. 마침 우리 사명(社名)을 도용했다는 얘기가 들려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I학원 학생들은 현재 집단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5월28일 서울 모처에서 피해자협의회(가칭)를 결성하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자협의회 대표단에 권한을 위임한 피해 학생은 50여 명에 이른다.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참여 학생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에 참여한 김아무개씨는 “학생들의 돈을 뜯어내려는 ‘채용 사기’로 판단하고 있다. 학원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며, 추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원 측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I학원 관계자는 6월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약 당시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통역을 했다. 우리는 중국어를 몰라 C회사가 B항공사인 줄 알았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 만약 C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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