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세로 떠오른 비트코인, 지금 사도 될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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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vs 안전자산’ 시각 두고 전문가들 의견도 ‘분분’

 

비트코인 열풍이 거세다. 연초 997달러였던 1BTC(비트코인 화폐단위)당 가격은 현재 3000달러를 넘었다. 한국거래소를 기준으로 봐도 이같은 추세는 뚜렷하다. 6월12일 오후 1시40분 현재 한국거래소 빗썸에서 1BTC는 하루 전 같은 시간대비 약10만원이 오른 338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2년 전과 비교하면 13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468만1000원으로 국내거래소 최고가를 경신한 5월25일보단 다소 하락한 가격이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일 비트코인 상승세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우리가 가장 궁금한 질문은 이것 아닐까. ‘지금이라도 사는게 이득일까? 비트코인 열풍은 언제까지 갈까?’

 

ⓒ 사진=Pixabay

 

한정된 공급량…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것은 불과 8년 전이다. 2009년 당시 익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발행한 이 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채굴량, 다시 말해 화폐의 총 발행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당초 비트코인 발행자가 2100만개로 발행 수량을 정해놓고 이를 수학적 암호 속에 묻어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채굴량이 많아질수록 채굴이 어려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채굴되는 비트코인의 수가 적어지는 구조다. 

 

비트코인은 마치 금(金)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최근 거래량 폭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변동하는 등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할 것이냐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독립적 네트워크, 한정된 총량 안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은 3월 처음으로 금보다 높은 몸값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분명 불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보도와 정부발표, 전문가 코멘트 등 관련 정보가 무엇 하나 나올 때마다 가치가 급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트코인 최대 거래국인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비트코인 화폐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7년 2월 중국 인민은행의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조치로 약 30% 가까이 폭락한 바 있으며,  최근 중국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인출을 다시 허용하면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비트코인을 지금 사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금융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투자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비트코인 거품’에 대한 논란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이 아시아발이며 상당히 고평가돼있다는 점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향후 투자가치 혹은 투기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상화폐 데이터분석업체 CEO “비트코인은 버블” 

 

가상화폐 데이터분석업체인 크립토컴페어의 최고경영자(CEO) 찰스 헤이테르는 지난달 아시아에서 부는 비트코인 열풍을 두고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헤이테르는 “최근의 비트코인 가치 급등은 거품이라고 본다”면서 “그중 어느 정도가 투기성이라고 봐야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크립토컴페어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전체 거래액 가운데 일본의 비중은 사흘 만에 40%에서 55%로 급증했다. 4월 일본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적 지불수단으로 인정하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개정법을 적용함에 따른 현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미국 프로 농구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로 유명한 마크 큐반 역시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거품이 가득하다고 본다. 그게 언제, 얼마나 떨어질 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미국 비트코인 그래프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71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이전에도 “가상화폐는 자산이라기보단 종교에 가깝다”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의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 시장은 투기버블이란 진단을 내렸다. 그는 “국제 자금 결제 증가와 정보통신기술의 성장은 가상통화의 사용 빈도를 높이겠지만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최근의 가치 급등락은 투기 버블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급등했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상존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년 간 비트코인 거래가격 및 거래수량 ⓒ 빗썸

 

가상화폐 애널 “비트코인 더 상승할 것”

 

비트코인이 폭등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상승여력이 남은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투자자문회사 ARK인베스트의 가상화폐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버니스크는 “비트코인 랠리의 상승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덴마크 삭소은행에서 ‘비트코인 2000달러’를 예견했던 애널리스트인 반 피터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10년 후 비트코인은 1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와 같은 계산은 매우 느슨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최근의 비트코인 동향을 봤을 때 그의 예측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전문 컨설턴트이자 전문블로거 찰스 휴 스미스 역시 비트코인은 거품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세 가지 근거를 들어 비트코인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비트코인은 실제 사용처가 있다는 점이다. 실물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그 확장성도 크다는 점을 꼽았다. 비트코인이 투명하게 거래되고 있는 화폐로 ‘사기’가 아니란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비트코인은 거래 내역이 공개되고, 당사자들도 거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잠재적 수요자의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현재 비트코인 거래자의 수가 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잠재적 수요자 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과 유럽의 분열, 북한의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포진하면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한달에 가치가 10배씩 증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거품 징후인데, 어느 누구도 이러한 가상화폐가 얼마나 가치가 있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가치 상승은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종가 기준 연초 1만350원이었지만 지난달 25일엔 35만1000원으로 폭등했다.

 

현재 한국 정책당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별 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있다.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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