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신동주 인터뷰를 실은 까닭은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9 17:27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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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1444호의 커버스토리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단독인터뷰입니다. 그는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입니다. 언론계에 단독이 남발되는 탓에 “진짜 단독 맞아?” 하는 생각 많이 드시죠. 답은 “진짜 단독 맞다”입니다. 신동주 회장이 ‘왕자의 난’에서 패배한 후 언론과 인터뷰를 자제했기 때문입니다. 이 인터뷰는 그가 2017년 언론과 한 첫 인터뷰입니다.

 

머리말에서 밝혔지만 인터뷰 섭외는 몹시 어려웠습니다. 그가 한국말을 못하는 게 주된 원인입니다. 동생 신동빈 회장도 한국말이 약간 어눌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말을 할 줄은 아니 동생이 유리한 편이죠. 동생과의 분쟁 과정에서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도 커졌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지만 저희는 1년간 끈질지게 접촉한 끝에 인터뷰를 성사시켰습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이 인터뷰는 의미가 큽니다. 롯데그룹이 국내 재계 5위의 대기업군(群)인 까닭에 경영권의 향배 자체가 뉴습니다. 게다가 이미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시피 롯데가(家) 골육상쟁의 향배를 좌우하는 것은 일본에 있는 지주회사의 주주인 일본인 종업원들입니다. 이들이 딴마음을 먹는다면 신동빈 회장도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 신동주 회장은 작심하고 그 가능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습니다. 물론 자세한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롯데 측의 해명 내지 반박도 최대한 실었습니다. 검찰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누구 말이 맞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를 통해 바라는 것은 두 가집니다. 하나는 한국롯데가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또 하나는 패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좀 뜻밖이죠?

 

한국 사회는 이른바 ‘루저’에 대한 관심이 약한 편입니다.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라는 속담은 우리 모두의 뼛속 깊이 체화(體化)돼 있습니다. 승자인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온통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래서 저희는 역발상을 했습니다. “신동주 회장이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전달해 보자.” 독자 여러분께서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이들 형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형제관(兄弟觀)은 판이한데 이들은 일본형 형젠가’ 하는 생각입니다. 한국의 형제관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입니다. 서로 잘해주지 못해서 안달인 형제가 한국인의 이상형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전혀 다릅니다. 일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형제는 남이 되는 시초(兄弟は他人の始まり)’라는 말입니다. 한국의 형제 사이에는 애틋한 게 있지만, 일본에는 그런 게 약합니다.

 

상속제도도 많이 달랐습니다. 조선시대 한국은 아들들에게 균분상속을 하고 제사를 모시는 장남에게는 조금 더 얹어줬습니다. 에도(江戶)시대 일본은 장남에게 재산을 몰아줬습니다. 차남 이하 아들들은 타지로 나가 살든지 큰형 밑에서 소작농으로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래서는 형제간의 사이가 좋을 리가 없지요.

 

그래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가사가 바뀌었습니다. 한국어 원문은 형제간의 이별을 그린 노래지만, 일본어 가사는 남녀 간의 이별을 슬퍼하는 내용입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 연년생 형제는 어떤 형제관을 갖게 됐을지 궁금합니다. 다만 나이를 먹어가니 남의 집이라도 형제간에 지지고 볶는 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제가 한국인이라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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