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고바야시가 롯데 사태의 핵심 ‘키맨’이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0 15:02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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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신동주 “‘신동빈의 금고지기’ 고바야시 조사해야 모든 의혹 해소”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전 롯데캐피탈 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롯데 경영권 다툼의 기획자로 그를 지목한다. 아울러 검찰 역시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열쇠를 쥔 핵심 키맨으로 그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일본으로 들어가 일절 한국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 있는 일본인 고바야시 전 사장이 사실상 이번 롯데 사태와 롯데 수사의 핵심인물인 것이다. 그는 어떤 인물일까.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 © 시사저널 고성준

 

지난해 6월 일본 들어간 후 돌연 사표

 

고바야시 전 사장은 2003년 신동빈 회장에게 발탁된 뒤 한국 롯데캐피탈 상무로 입사했고, 이듬해 11월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롯데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본 산와(三和)은행 기업금융부장, UFJ 비즈니스 파이낸스 상무 등을 지낸 정통 금융맨 출신이다. 이런 이력 때문에 고바야시 전 사장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고바야시 전 사장을 가리켜 ‘신동빈의 금고지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신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한국에 있는 롯데 계열사 중에서 일본인으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는 고바야시 전 사장이 유일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6월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뒤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바야시 전 사장은 이후 7월29일 일신상의 이유로 롯데캐피탈 사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10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전격적인 결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롯데 수사를 본격화하자 관련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고바야시 전 사장은 10년 넘게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한국 내 행적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일본 도쿄에 있는 명문 국립대 히토쓰바시(一橋)대학을 졸업했고,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는 것 정도다.

 

그룹 내 현안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도 거의 없다. 그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롯데 왕자의 난’이 본격화되면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015년 12월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함께 고바야시 전 사장을 업무방해·재물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경영권의 열쇠를 쥔 일본인 임직원들이 신 총괄회장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이가 바로 고바야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현재 회장으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2009년부터 한국에서 일본롯데 주주 구성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 요청을 시작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고바야시 전 사장 주도로 경영권 찬탈을 위한 기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전 사장이 롯데홀딩스 CFO 자리에 오른 시기는 2010년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의 또 다른 관계자도 “롯데홀딩스의 핵심 자리인 CFO에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선임됐을 때부터 롯데가(家)의 갈등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전 사장이 몸담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를 연결하는 핵심회사다. 신 전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롯데홀딩스 주총 개최를 요청해 이사직에 도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신 전 부회장의 가족기업인 고준샤(光潤社) 지분 28.1%뿐이다. 미도리·패밀리·그린서비스 등 3사로 구성된 공영회의 지분이 13.9%인데, 이사장 자리는 고바야시 전 사장이 맡고 있다. 공영회와 쓰쿠다 롯데홀딩스 사장 측근이 이사장으로 있는 종업원지주회는 임원지주회 이사장인 쓰쿠다 사장에게 지분을 위임한 상태다. 이들 일본인 세 사람이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만 53.3%(의결권 기준)다.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 롯데캐피탈 사장 © 시사저널 포토


 

현실적으로 한·일 수사 공조 충분히 가능

 

고바야시 전 사장은 여러 부문에 있어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풀어줄 ‘키맨’으로 꼽힌다. 롯데가(家) 로열패밀리의 내밀한 부분에까지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4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봉철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부사장)이 고바야시 전 사장으로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사실혼 관계) 서미경씨 모녀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조세 회피 실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일본 등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오는 과정에서 롯데캐피탈과 고바야시 전 사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CFO를 맡고 있는 이상 로열패밀리의 차명재산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6월13일 열린 5차 공판에서는 롯데그룹의 핵심인 정책본부가 6월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3월에 이미 조세포탈 수사 가능성을 감지하고 ‘대책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고바야시 전 사장이 관련 사실을 지시한 뒤, 자신은 일본행을 선택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고바야시 전 사장의 신병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가 신동빈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롯데 로열패밀리의 차명재산 문제가 더 불거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고바야시 전 사장을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일 양국 간에는 지난 2002년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수사 공조가 가능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아직 법적 논란이 가시지 않은 수사에 일본 검찰이 공조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고바야시 전 사장 등 일본인 핵심 인사들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더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케미칼 등 일부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관련 거래 내역을 제출해 달라는 검찰의 요구에 ‘일본 주주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고바야시와 신동빈 회장이 모종의 밀약을 했을 것으로 본다. 신 전 부회장은 6월10일 시사저널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고바야시와 쓰쿠다가 당장 회사를 팔아먹을 건 아니다. 뭔가 신 회장과 밀약을 했을 것”이라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아래에 있는 계열사를 상장시키려 하는데 이들이 아마도 스톡옵션을 받아 이익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쓰쿠다 롯데홀딩스 사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제과부문 회사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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