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아직 끝난 게 아니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1 11:39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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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롯데 해외 손실 은폐’ ‘정·관계 로비 의혹’ 계속 들여다봐

 

롯데 수사의 불씨는 되살아날까. 검찰이 지난해 6월10일 롯데 계열사 17곳을 일제히 압수수색한 지 꼭 만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간 검찰은 계속해서 롯데 수뇌부를 겨눴다. 그 결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수천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올 4월, 롯데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지원한 것에 대해 신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두 사건 모두 1심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신 회장을 재판에 넘긴 뒤 롯데 수사는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검찰이 여전히 롯데를 향한 수사의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는 정황이 나온다. 검찰은 올 초 ‘롯데 경영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전직 롯데 계열사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소환조사는 검찰이 신 회장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에 이뤄졌기에 주목할 만하다. 검찰은 3월 법원에 “수사는 원칙적으로 기소 전에 이뤄지지만, 기소 후 임의수사도 형사소송법상 허용된다. 대법원도 기소 이후 피고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는 의견서를 내며 이 소환조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신 회장 공소 유지를 위해 기존 롯데 수사를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보강수사의 대상은 롯데의 ‘해외 손실 은폐 의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올해 3월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롯데의 해외 투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관련한 증거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가 중국 사업 손실액 3700억원을 누락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허위 재무제표를 공시했다”며 신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수차례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2016년 6월15일 새벽 검찰 직원들이 서울 롯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롯데 피에스넷 유상증자 배임 의혹도 대상

 

‘해외 손실 은폐 의혹’ 수사의 단초는 롯데 실무자의 업무일지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었다. 이 자료에서 검찰은 “롯데 해외 투자 실무자 A씨(부장급)의 2013년 업무일지에 중국 사업 손실 전망 및 증거인멸 정황을 보여주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업무일지의 ‘2013년 10월경 국세청 추가조사 및 검찰 압수수색 예정’ ‘회장님 지시 사항 모조리 없애라’ 등이 롯데 지도부의 실적 은폐·증거인멸 지시 정황이라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롯데그룹이 해외 부실을 숨겼다는 구체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비자금이나 해외사업 손실 은폐 부분은 공소사실에서 빠졌다. 검찰이 모든 정황을 살펴보고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추가 수사할 여지가 없다. 추가 수사에 대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롯데 피에스넷 유상증자 배임 의혹도 검찰의 보강수사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롯데 피에스넷은 롯데가 운영하는 현금자동화기기(ATM) 설치·운영 업체다. 2008년 롯데가 인수한 이곳은 2012년부터 약 3년간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 돈 340억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롯데 피에스넷 유상증자로 코리아세븐 등 롯데 계열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신동빈 회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1심 재판에서 검찰 측은 “롯데 피에스넷 손실을 통해 신 회장이 추진한 금융사업이 3년 만에 실패로 판명됐다. 신 회장은 이 결과로 책임 추궁을 받고 후계자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계열사를 자본잠식 상태인 롯데 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했다. 최근 롯데는 이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재판에서는 이에 대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롯데의 주장은 검찰과 정반대다. 롯데 측은 롯데 피에스넷 지원이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 피에스넷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ATM을 공급하고 유지·보수한다. 롯데 피에스넷 상황이 어려운데, 이 회사의 주주이자 관련 회사이기도 한 코리아세븐(지분율 32.34%)이 유상증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수천 개의 세븐일레븐에 ATM이 설치돼 있다. 롯데 피에스넷이 없어지면 편의점 ATM 관리와 설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그룹이 롯데 피에스넷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롯데 정·관계 로비설’의 진위도 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6월 검찰수사 초기부터 롯데가 정치권과 관계당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롯데가 정부의 인·허가를 통해 몇 가지 사업상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던 점은 이 의혹을 키웠다. 롯데의 ‘캐시카우’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기간 만료로 특허를 잃었는데, 정부의 추가사업자 선정으로 지난해 12월 사업권을 다시 받았다. 이를 두고 롯데가 K스포츠·미르 재단 출연금 납부를 통해 예정에 없던 면세점 추가 특허를 발급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월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 관련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롯데 “특혜·로비설 사실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명박 정부에서는 롯데의 인수·합병 특혜 논란이 나왔다. 롯데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 26건(국내 17건)의 M&A(인수·합병)를 했다. 이를 통해 자산을 40조원에서 84조원으로 불렸다. 계열사 수도 46개에서 79개로 늘렸다. 롯데월드타워 건축허가도 특혜 도마에 올랐던 사안이다. 2007년 국방부는 비행 안전 우려로 롯데월드타워 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이 바뀐다. 2009년 초 이명박 정부는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롯데월드타워 건축을 허가했다.

 

일각에서는 롯데 ‘정·관계 로비설’의 진위를 가리려면 롯데건설의 비자금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앞서 검찰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공사대금 부풀리기’를 통해 비자금 약 302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롯데건설과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사건 재판에서 “롯데건설 비자금 중 2000만원이 세무공무원 로비에 쓰였다는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비자금이 불법적인 용도로 쓰인 정황이 있다”며 이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롯데 측은 “검찰이 문제 삼은 롯데건설의 자금은 경영상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고, 불법적 사용은 없었다”면서 “정권 차원의 특혜·로비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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