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건 생중계하는 페이스북, 이대로 괜찮나
  • 이석․조유빈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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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내부 정책 재검토” 발표 불구 유사 사건 잇달아

 

‘탕! 탕! 탕!’ 

 

미국 시간으로 6월1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해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집단 구타를 당하던 한 남성이 갑자기 권총을 꺼내 발사한 것이다. 

 

자신을 때리던 사람들만이 대상은 아니었다. 이 남성은 주변에 있다가 총을 보고 놀라 도망가던 사람들을 따라가며 모두 16발을 발사했다.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이 총 한 발을 응사하며 비극적인 사건을 끝을 맺었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총상 피해자 6명은 인근 병원에 급히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총격 용의자 역시 인근 주차장에 있던 차를 빼앗아 타고 달아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현재 총격범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날 사건 현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는 점이다. 근처 호텔 투숙객이 싸움 현장을 찍다가 총격사건 현장까지 여과 없이 노출시킨 것이다. ‘실제 총격 영상’이란 제목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1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살인과 폭력 현장 페이스북 통해 생중계 논란

 

살인과 폭력, 성폭행 등 끔찍한 사건이 페이스북에 생중계되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1월 4명의 흑인 청년이 정신장애를 가진 백인 청년 1명을 48시간 동안 구타하는 장면이 페이스북에 생중계 됐다. 지난해 6월에는 IS(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한 20대가 경찰관 부부를 살해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페이스북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경영진은 “폭력적인 내용에 대한 내부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자살 방지 대책 강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표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잔혹한 영상들이 이후에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4월 말 태국 푸켓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생후 11개월 된 딸을 살해하는 끔찍한 장면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됐다. 이 영상은 하루가 지나 페이스북에서 삭제돼 ‘뒷북 대응’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 클리블랜드에서는 스티브 스티븐스라는 30대 남성이 74세의 로버트 굿윈을 총으로 살해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스티븐스는 당시 휴대폰을 통해 ‘여기 이 남성을 죽일 것’이라는 살인 예고 동영상까지 올렸다. 영상을 본 목격자가 페이스북에 신고했지만, 3시간이 지나서야 삭제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들이 다른 사건의 영향을 받은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월 말 태국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을 조사한 태국 경찰 대변인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태국에서 살인 사건이 SNS를 통해 방송된 것은 처음”이라며 “최근 미국에 있었던 사건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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