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충희·최란 부부가 억대 부동산 소송 휘말린 사연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1 17:34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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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대금 일부 최씨 소유 회사 컨설팅 비용으로 둔갑 논란

 

스타 커플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충희(58·전 농구감독)·최란(57·탤런트) 부부가 억대 부동산 소송에 휘말렸다. 현재 재개발 예정인 서울 암사동의 4층 건물과 땅(약 1만3124㎡)을 2016년 10월 총 57억9000만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최씨 등이 부당하게 가져간 돈을 돌려 달라는 게 소송의 골자였다.

 

특히 최씨는 이 건물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행사인 ㄱ사와 9억원대의 추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컨설팅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토지 보상금 일부를 부당하게 최씨가 소유한 ㄴ사의 컨설팅 비용으로 돌렸다고 원고 측은 주장하고 있어 향후 소송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세금 포탈로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란 부부와 개발업체인 ㄱ사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개발업자인 최아무개 대표는 2010년부터 서울 강동구 암사동 일대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대지 매입에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시공을 맡은 부지였다. 최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행 주택법상 개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사업면적의 95% 이상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 건물과 대지를 반드시 매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약 1만3124㎡(3970평)의 대지에 대한 매매 계약이었다. 이 대지는 이충희씨의 아버지 명의로 돼 있었지만, 계약 당시 최란씨가 나와서 직접 계약을 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억대 부동산 소송에 휘말린 이충희·최란 부부 ⓒ 사진=연합뉴스

 

감정가 24억원 건물을 58억원에 매도

 

계약 초기만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최 대표는 2015년 11월 최란 부부와 43억원에 이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2016년 2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당시 시공은 한진중공업이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6년 초 한진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무산됐다. 이후 최 대표 측과 사업약정을 체결한 진흥기획도 마찬가지였다. 통상 재개발 사업은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 관례였다. 한진중공업이나 진흥기업의 경영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은행 대출이 거절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매대금이 43억원에서 59억원(컨설팅비 9억원 포함)으로 높아졌다. 당시 부동산 감정가(23억98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이었다. 최 대표는 최란 부부가 바로 이 점을 노렸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사업자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을 잡아 흔들었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최란 부부가 2016년 10월 최 대표와 매매계약금을 인상하면서 매매대금과 별도로 9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부가세를 더하면 9억9000만원이었다. 최란 부부는 해당 금액을 최씨 소유의 ㄱ사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줄 것을 요구했다고 최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최란 부부에게 불가피한 사정들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결국 컨설팅 계약이 체결됐고, 최란 부부에게 모두 58억여원의 자금을 지불할 의무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대표는 소장에서 “민법 제398조 제2항에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거나 과도한 경우 이름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 사건 약정은 원고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폭리를 취했던 만큼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무리한 매매대금 요구로 과도한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건설업 관계자는 “개발 차익을 노리는 소유주들이 종종 이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번 건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인 최 대표도 사업자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권만 요구한 최란 부부에 대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랜 기간 개발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최란 부부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했지만 건설사업자로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충희·최란 부부의 부동산 ‘갑질’ 논란을 빚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일대 © 시사저널 박은숙

 

최란씨 여러 차례 입장 물었지만 ‘묵묵부답’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폭리를 취한 것과는 별개로 10억원 상당의 컨설팅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 정당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억원에 가까운 컨설팅 수수료 자체도 비현실적이지만, 그 취득 항목이 부적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억9000만원의 계약상 명목은 컨설팅 비용이었다. 최란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최 대표의 회사에 부동산 매입을 위한 컨설팅을 해 줘야 정당한 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이 계약 체결 이후 실질적으로 이뤄진 컨설팅은 없었다. 최 대표는 “컨설팅 계약을 맺기 전 이미 사업 부지의 부동산을 대부분 매입한 상황이었다. 특별히 부동산 컨설팅이 필요한 입장이 아니었다”며 “이 비용은 명목상 컨설팅 비용일 뿐 사실상의 손해배상금이다”라고 말했다.

 

이 컨설팅 수수료가 실상은 손해배상액 혹은 양도가액 용도라면 세금 회피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조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의 한 세무사는 “컨설팅 비용을 어떤 명목으로 국세청에 신고했는지는 따져봐야 알겠지만, 실제 최란씨 회사가 계약업체에 컨설팅이라는 용역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통해 어느 정도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최란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6월15일 현재까지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씨가 미국에 머물 때도 전화로 입장을 물었지만 “국제전화로 말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동산 소유주라는 지위를 앞세워 매매관계에서 ‘을(乙)’일 수밖에 없는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란 부부가 향후 ‘갑질’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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