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1세대 창업자들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야”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7.06.23 11:09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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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정책 전문가 윤문용 녹소연 국장 “게임 전담할 개별 진흥원 절실”

 

국내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특히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에서의 비중은 5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하에서 침체기를 겪었다. 종사자 수도 크게 감소했다. 전체 매출 등 외형적인 규모는 커졌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사실상 허리 역할을 담당하던 중견업체들은 몰락했다. 게임정책 전문가인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을 만나 현재의 게임산업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다.

 

게임정책 전문가 윤문용 녹소연 국장 © 시사저널e 원태영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게임업체 수와 근로자 수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았다고 본다. 현장과 정책이 겉돌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지난 정부가 게임산업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잘못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게임정책을 담당하던 게임산업진흥원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그 후 업계 의견이 정책에 더욱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에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업체 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졌다. 정부가 사다리 역할을 해야 했으나 이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 결국 일부 대형 업체들은 매출이 증가하는 등 외형적 성장에 성공했지만, 스타트업들은 어려움을 겪는 부조화가 발생했다. 규제 일변도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셧다운제’를 포함해 ‘웹보드 결제 한도 규제’ 등 규제 중심의 정책이 펼쳐졌다. 특히 일부 규제의 경우, 실제 게임업계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임업계 스스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게임협회가 있었지만, 정책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데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규제를 외치는 반대쪽에선 확실한 목소리로 게임업계를 압박했다. 그 결과 규제 일변도 정책이 시행됐다.

 

 

게임업계는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많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라리 관심을 거둬줬으면 하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일단 게임업계부터 노력해야 한다. 주변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우리는 게임만 재미있게 만들면 그만이지’라는 인식을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점부터 고쳐야 한다. 어느 산업이든 그 규모가 커지면 사회적 관심도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게임산업의 경우, 부모세대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부 청소년들은 게임 과몰입에 빠지기도 한다. 업계 스스로가 게임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리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역시 바뀌어야 한다. 현재 게임 관련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게임정책 실무자가 1~2년에 한 번씩 바뀐다. 문제는 해당 실무자가 게임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무원으로서 다른 보직에서 근무하다가 순환보직으로 게임정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게임산업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해 최소 3년간의 임기를 보장해 주고 연임까지도 가능토록 해야 한다. 특히 게임 전문가가 정부 내에 들어가서 게임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현재 비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통합 진흥원 체제를 개별산업 진흥원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규제정책과 진흥정책이 현장과 겉돌지 않도록, 게임 의사결정 과정에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게임산업 정책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구체적인 안들이 없어 아직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더 이상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기존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는 것도 반대한다. 해당 규제를 도입했을 당시에는 분명 관련된 사회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그 사회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게임업계 스스로가 규제 완화를 위한 선행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게임업계가 보다 사회친화적인 게임행사들로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 게임에 대한 관심이 타 산업군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큰 원인은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주는 유권자 대부분이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기성세대라는 점이다. 나이가 많은 유권자 대부분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게임 진흥보다는 규제 쪽으로 법안 발의를 많이 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게임산업 전반에 대해 관심 자체가 부족하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게임산업 목소리를 대변하면 자신의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역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반면 게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강력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1세대 게임업계 창업자들, 일명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는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게임협회만 봐도 다른 산업 협회에 비해 운영비가 상당히 부족하다. 협회가 대형 업체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문제다. 각 대형 업체들마다 민감한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게임협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1세대 게임산업 경영자들이 직접 협회장을 맡아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게임업계에서 일명 ‘크런치모드’라 불리는 과도한 업무 방식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무엇이 있나.

 

고용노동부가 게임업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자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크런치모드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열악한 노동환경이 중견기업·대기업 구분 없이 모두 발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별관리감독과 함께 업체들도 스스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특히 최신 트렌드에 맞춰 비슷비슷한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는 문화가 문제점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업계의 야근 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 결국 게임 개발 목표나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개발되도록 장려해야 한다. 성공한 게임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게임이 나오게 된 배경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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