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거대 공룡 ‘아마존’은 왜 식료품을 고집할까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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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푸드마켓 인수한 아마존이 식료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배경

 

한국은 아마존(Amazon.com)을 잘 모른다. 아마존은 출판과 유통업계 등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차례로 파괴해 왔다. 구글과 애플에 붙는 ‘공룡기업’이라는 호칭은 아마존에도 자주 사용된다. 최초의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 자리를 두고 애플과 경쟁하는 기업이 됐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포브스가 선정한 2017 세계 갑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베조스는 소비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예측해 큰 성공을 거둬왔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기존 영역을 크게 확대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켰다. 아마존닷컴을 시작할 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아마존 프라임은 배송에 집중했다. 상품을 빠르게 받아보고 싶다는 고객의 욕망을 실현했다.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사건은 언론계의 빅이슈였다. 케이블TV가 제공하는 뉴스 그 이상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부유한 ‘뉴스 중독자’를 위한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베조스 이끄는 아마존이 최근 유기농 식품 소매 기업인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 금액은 그동안 아마존의 인수 금액 중 가장 높다. 2009년 아마존은 12억 달러에 온라인 의류업체인 자포스를 인수했는데 홀푸드마켓은 11배나 더 높은 인수가를 기록했다. 어중간한 결정이 아니란 얘기다.

 

아마존은 유기농 식품 소매 기업인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 금액은 그동안 아마존의 인수 금액 중 가장 높다. ⓒ 사진=AP연합

 

단순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미국 슈퍼마켓 시장 규모는 약 8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사실 아마존은 꽤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 2007년부터 ‘아마존 프레쉬’라는 서비스를 시작해 신선 식품 등을 배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배송 가능 지역이 도심 일부로 제한돼 있어 생각만큼 사업을 확장하지는 못했다. 

 

그런 정체를 뚫고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면서 일단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460개 점포, 그리고 공급망을 확보했다. 흥미로운 건 IT 기업인 아마존이 식료품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식료품을 취급하는 건 소매 기업의 성장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고, 소비자가 죽을 때까지 구입을 멈추지 않는 몇 안 되는 아이템 중 하나다. 모든 걸 다 파는 것 같은 소매 업계 최대 기업 월마트도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건 바로 식료품이다. 소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식료품이 필수다.

 

아마존과 홀푸드마켓의 결합을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아마존에서 홀푸드마켓의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한 뒤 퇴근길에 근처 홀푸드마켓의 매장에 들러 구입 물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할인 쿠폰이나 이벤트를 이용해 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가져올 수도 있다. 굳이 유기농 식료품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구입한 책이나 옷 등 다른 상품을 홀푸드마켓에서 받아 오는 게 가능해진다. 

 

이처럼 홀푸드마켓은 아마존의 온라인 소비자를 위해 배달과 교환, 반품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으로 홀푸드마켓은 일종의 ‘원스톱샵’이 되는 셈이다. “식료품을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운송 거점이 필요하다. 홀푸드마켓의 5년 후 모습은 아마 지금과 같은 식료품 소매점이 아닐 것이다”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 사진=EPA연합

 

부유층 공략에 들어가는 신호탄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왜 홀푸드마켓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도를 지적하는 시선이 있다. 일단 미국 국내에 있는 440개의 홀푸드마켓의 입지는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기농 매장이라 도심의 부유층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두고 있다. 그래서 미국 내 440개 점포의 소비권역을 합치면 미국 부유층 가구의 3분의 1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며 규모를 키워온 아마존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고객층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아마존닷컴이 고소득 고객용 상품을 따로 공급하며 어필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그런 공략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 아마존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은 ‘빠른 배송’과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유료서비스인데, 미국의 소득 상위가구(연봉 11만2000달러)의 7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입지는 서비스 뿐 아니라 상품에서도 고소득층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무한한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의 본질은 원래 IT 기업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마존은 현재 점포 내에 설치된 센서와 비디오 카메라 등을 이용해 물건을 고르고, 나가면서 따로 계산대에 가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미래형 점포 ‘아마존고’(Amazon GO)’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도 홀푸드마켓이 그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식료품 분야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사업이다. 아마존이 전체 식료품 사업을 바꿀지, 식료품 사업이 아마존을 바꿀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식료품은 아마존닷컴을 통해 직접 소비자의 현관에 전달될 수도 있다. 아니면 식료품이 이상적인 구매층이 사는 지역에서 아마존의 오프라인 판매 거점을 통해 판매될 수도 있다. 

 

이처럼 IT를 무기로 모든 산업에 새판을 짜는 아마존의 전략은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계속 제기되고 있고 이미 한국법인이 설립된 상태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다면 우리 역시 새판짜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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