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칼 빼든 野 방패로 막아서는 與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6 11:09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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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인사검증 실패에 조국 민정수석 책임론 제기돼

 

출범한 지 40일을 넘어선 문재인 정부가 인사검증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부터 시작된 위장전입 등 인사검증 논란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거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했던 ‘5대 비리(병역 면탈·세금 탈루·부동산 투기·위장전입·논문 표절) 관련자 고위공직 원천 배제’라는 인사원칙 위배 논란도 맞물리면서 조각(組閣) 작업은 더욱 속도가 더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정국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인사검증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다. 안 후보자는 6월11일 법무부의 비(非)검찰화와 검찰개혁을 이끌 인물로 문 대통령의 낙점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곧바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긴 저서와 칼럼 논란에다 아들의 이중 국적 및 고등학교 재학 중 징계 경감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면서 발목이 잡혔다. 특히 40여 년 전 불법으로 혼인 신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정타가 됐다. 안 후보자는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끝내 지명된 지 5일 만인 6월16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6월18일 안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목표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게 아닌가 해, 스스로도 마음을 새롭게 느껴야 할 것 같다”고 사실상 ‘검증 실패’를 인정하는 언급을 내놓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6월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文 대통령 “목표의식이 앞서다 보니…”

 

안 후보자의 사퇴를 전후해 야당을 중심으로 인사검증을 주도한 조국 민정수석 등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안 후보자의 저서 및 칼럼 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데다 안 후보자 사퇴에 있어 결정타가 됐던 ‘혼인무효소송’ 사실도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자료에 기재돼 있어 인사검증 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자유한국당 등 야 3당은 조국 민정수석과 인사추천을 담당한 조현옥 인사수석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시켜 부실한 인사검증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일 “(조 수석이) 정상적으로 운영위 회의에 참석하고 청와대 인사 관련자를 출석시켜 정부 인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 내에선 안 후보자와 조국 수석이 사제지간이라는 점을 ‘부실 검증’을 낳은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 재직 시 조국 수석이 조교로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안 후보자가 참여연대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았을 때 조 수석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지낸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애써 눈감은 특혜검증”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자가 해명 기자회견에서 불법혼인신고 사실에 대해 “(사전에 민정수석실에) 대부분 해명했다”고 주장한 반면 청와대가 “후보자 추천 과정, 검증 과정에서 저희가 알지 못한 게 맞다. 본인이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해 양측이 진실게임 양상을 벌인 것도 이런 의혹에 기름을 끼얹는 요인이 됐다. 여권 내에서도 안 후보자 인선을 두고 청와대 내 일각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조국 수석이 안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는 미확인 소문도 돌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인사 책임 나한테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국 수석 등을 향한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월20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인사의 난맥상과 관련해 “인사검증과 관련한 청와대 수석회의는 비서실장이 주도해서 하기 때문에 검증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비서실장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 문제를 특정 수석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실장의 이 같은 언급엔 조국 수석이 문재인 정부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만큼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초기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이 주도한 인사 검증에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임 실장은 “(그간) 추천 인사들을 예비검증하고 2〜3배수로 줄여 인사권자에게 보고한 다음 본인에게 알린 뒤 정밀검증에 들어갔는데 솔직히 시간에 많이 쫓겼다. 이런 인사를 진행하면서 인재 풀(pool)을 확보하고 사람들을 급히 채워 나가면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굉장한 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높아진 검증 기준에 따라 한 사람을 임명하기까지 많은 사람을 접촉하고 검증해야 하는 실무적 어려움이 컸다는 점도 부연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의 문제는 정권 출범 초기이다 보니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국 수석의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지 않겠느냐.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하고 그에 따라 인사검증을 하는 게 올바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최근 노무현 정부 당시 모델인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20일 첫 회의를 가졌다. 인사추천위는 임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조현옥 인사수석이 간사를 각각 맡는다. 정책실장과 안보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국민소통수석, 국정상황실장, 총무비서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인사에 따라 관련 수석이 추가되는 형태다. 청와대는 아직 남아 있는 장관 인사와 앞으로 해야 할 인사를 인사추천위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시스템을 통해 논의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고, 초기의 인사검증에 대한 실수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선 한국당 등을 중심으로 야당의 공세가 조국 수석에게 집중되고 있는 데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안 후보자의 불법혼인신고 사실이 적시된 40여 년 전 판결문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낸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데다 이에 발맞춰 조국 수석에 대한 집중 공세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의문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안 후보자나 조국 수석이 검찰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에 저항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사실이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야당 의원들에게 이런저런 제보가 흘러간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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