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하기 전에 자발적으로”...테러와의 전쟁 나선 플랫폼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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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트위터 등이 세계 인터넷 포럼을 만든 이유

 

세계 IT를 좌우하는 4개 기업이 공동체를 만들었다. 6월26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트위터 등 4개 기업은 테러리스트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다. 이름은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세계 인터넷 포럼’(Global Internet Forum to Counter Terrorism). 그동안 각 기업이 각개전투 형식으로 전개했던 반테러 활동을 조직화해 주요 플랫폼이 테러를 위한 수단이 되는 걸 막는 게 목적인 모임이다. 4개 기업은 솔루션을 공동 연구하고 콘텐츠 식별 기술과 사용자에게 효과적인 고지 방법을 공유할 예정이다. 

 

포럼이 조직되기 전부터 이들 기업들은 자사의 플랫폼이 테러에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 고심해 왔다. 포럼은 지난해 12월5일에 했던 합의의 결과물이다. 당시 4개 기업은 테러리스트들의 선전을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동시에 이미지나 영상이 갖는 해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삭제해야 할 이미지나 동영상을 빠르게 판별하고 처리하기로 했다. 이번에 결성된 포럼은 이 작업을 위한 공식적인 관리 기구다. 

 


 

트위터 “자체 시스템으로 삭제한 계정이 74%”

 

플랫폼들이 테러의 도구로 사용된 건 잘 알려진 얘기다. 소셜미디어는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집단들이 신병을 보충하고 홍보하는 수단이 됐고 이걸 막는 게 플랫폼의 책임으로 떠올랐다. 

 

트위터의 경우 2015년 서비스 조항을 위반하고 있거나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계정을 발견하는 스팸 방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계정을 비활성화하려면 먼저 트위터 내 모니터링 팀이 콘텐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으로 통해 2016년 하반기 6개월 동안 트위터 측이 정지시킨 계정은 37만6890개에 달했다. 트위터 측은 “이중 정부의 요청을 받아 삭제시킨 계정은 2%에 불과하며 트위터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스템으로 발견한 경우가 7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더욱 적극적이었다. 최근까지도 회사 내 역량을 모아 테러 방지 대책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포럼이 만들어지기 일주일 전인 6월18일 구글은 자회사인 유튜브 등을 포함해 구글 서비스의 테러 행위 방지에 관한 노력을 업데이트 했다. 일단 머신 러닝에 따른 문제 콘텐츠 검색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인력 탐지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제 있는 동영상을 보다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종교적 선동을 담은 동영상 등이 그 대상인데 이런 동영상에는 경고가 표시되고 광고가 표시되지 않으며 추천 목록에도 뜨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잠재적인 IS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반(反)테러 동영상이 담긴 온라인 광고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체적인 노력을 강화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4개 거대 기업이 자발적 포럼까지 만드는 흐름은 왜 생긴 걸까. 테크 업계가 테러로 느끼는 압박이 거세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는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 인도를 승용차가 500m가량 질주하며 행인들을 치는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의사당 담벼락에 차량을 충돌한 뒤 출입구에 있던 경찰에게 칼을 휘둘렀고 결국 무장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 사건은 테러로 규정됐고 영국 출생의 52세 남성인 칼리드 마수드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정부는 용의자가 사용한 메신저 앱인 ‘왓츠앱’(WhatsApp)의 통신 내용을 회사 측에 요청했다. 회사 대변인은 “테러는 매우 무서운 일이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왓츠앱은 지난해부터 완전한 암호화를 구현했기 때문에 회사 내 엔지니어도 보낸 메시지를 살펴보는 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설명을 덧붙이는 왓츠앱과 왓츠앱을 인수한 페이스북의 입장은 유쾌하지 못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트위터 등 4개 기업이 함께 만든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세계 인터넷 포럼’ 홈페이지.

 

“계정 및 등록 인정한 게 문제” 유족들의 소송도 제기돼

 

왓츠앱의 사례에서 보듯 프라이버시와 테러리즘의 충돌은 플랫폼 기업들을 힘들게 했다. 특히 기업들이 우려했던 건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었다. 2015년 12월 미국 연방의회에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온라인으로 파악한 테러리스트 활동을 모두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과 리처드 바 상원의원(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이 제출한 이 법안에 대해 인터넷 기업의 연합체인 ‘The Internet Association’은 정보의 자유를 내세우며 반대를 표명했다. 이 단체에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링크드인, 스냅챗 등 37개 주요 IT 기업들이 소속돼 있다. 

 

이 법안은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가 발생한 뒤 불과 며칠 뒤에 제출됐다. 당시 범인 2명의 총격으로 14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중 한 명의 용의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범행 전 IS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게 알려졌다. 

 

이처럼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IT 기업들은 코너에 몰렸고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도 생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요르단에서 IS의 총탄에 사망한 미국인의 유족이 트위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IS에 트위터 계정의 등록 및 사용을 인정한 게 2명의 사망 원인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6월에는 그 전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 사건 사망자의 아버지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테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업들이 계속되면서 “규제하기 전에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자”는 거대 IT 기업들의 생각이 포럼탄생을 가져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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