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가 옥자를 만든 까닭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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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로 투자 성과 얻기 시작한 넷플릭스

 

6월29일, 봉준호 감독이 신작 ‘옥자’를 발표했다. 2013년 설국열차를 발표한 뒤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예매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해보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여기에서는 ‘옥자’를 찾아 볼 수 없다. 6월29일 개봉일에 옥자를 상영하는 극장은 전국 36곳에 불과하다. 그럼 ‘옥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옥자’는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만나야할 것 같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만들었다. 원래는 넷플릭스와 극장, 양쪽 모두에서 개봉하는 게 목표였지만 우리나라 전체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빅3 멀티플렉스(CGV,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보이콧을 했다. 그래서 스크린에 걸리는 곳이 36곳에 그치게 된 거다.

 

자, 여기서 드는 궁금증. 넷플릭스 동시 개봉에 영화계가 반발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봉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왜 그랬을까.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와 먼저 협업 경험이 있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아마도 핵심 이야기는 이 부분일 거다. 

 

ⓒ 넷플릭스 제공

 

“다양한 감상 스타일은 영화의 미래와 가능성을 넓혀준다”

 

“넷플릭스는 극장 배급 문제가 있으니 딜레마고, 답답하긴 하다. 그럼에도 많은 창작자들이 여러 상황들을 겪게 될 때 자유에 대한 갈망에 있어서 하나의 초이스는 될 수 있지 싶다.”

시나리오 한 줄 수정 없이 5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받는 건 기존 영화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넷플릭스는 그게 가능했다.

 

얼마 전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과 제작을 동시에 맡은 ‘워 머신’은 넷플릭스와 협업해 만든 영화다. 피트는 “이 기획은 넷플릭스 아니면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영화의 미래에 등장하는 자연스런 흐름이고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봤다. 

 

“젊고 우수한 창작자에게 적절한 기회를 줄 수 있다. 물론 영화관에서 겪는 기적의 체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집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감상 스타일이 영화가 가지는 미래와 가능성을 넓혀주는 것은 대환영이다.”

넷플릭스는 브래드 피트와도 일하고 봉준호 감독과도 일한다. 그들의 작품에 투자도 한다. 넷플릭스는 미국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런 넷플릭스를 두고 우리는 ‘동영상계의 거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거인은 원래 다른 방송국의 콘텐츠를 내보내다가 어느새 자신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이 활발해진 건 2014년쯤이다. 넷플릭스는 2014년 결산보고서에서 ‘원본 콘텐츠의 효율성이 가지는 장점’에 관해 강조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 활발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필두로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입해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업 브랜드를 향상시켰고 이후 회원을 획득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팍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의 글렌 하우어 디지털미디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뉴 블랙’ 이후 넷플릭스의 기적은 소멸된 걸로 업계에서는 말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인 ‘루크 케이지’와 ‘The OA’와 같은 히트작이 다시 나오면서 브랜드 가치가 올랐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을 완전히 이해한 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넷플릭스의 부채가 2015년 10억 달러에서 2016년 34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나왔다. 왜일까. 답은 오리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을 보면 안다. 2016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넷플릭스가 투자한 금액은 50억 달러였다. 그리고 올해에는 2016년보다 두 배가 넘는 약 1000시간 분량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한층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면서 넷플릭스는 다양한 라인업을 포진시켰고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높이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 ⓒ 넷플릭스 제공

 

역대 최대 실적 올린 넷플릭스의 무기 ‘오리지널 콘텐츠’

 

부채를 늘리며 실시한 공격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2016년 결산보고서를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매력 포인트였다. 2016년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10개 프로그램 중 5개가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수익성도 증명됐다. 2016년 4분기에는 19년 역사에서 최고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신규 회원수는 최다인 705만명으로 자체 예상보다 200만명 이상을 초과했다. 특히 고무적인 건 신규 회원 중 상당수가 미국 이외의 사용자라는 점이다. 확장 가능성이 무궁한 집단을 얻었는데 회원의 절반가량인 47%가 미국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마침내 투자의 성과를 얻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거짓이 아니었다.

 

무리가 가더라도 오리지널 콘텐츠는 현재 회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신규 회원 유입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게 넷플릭스의 판단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터키 국내용 드라마, 그리고 영화 ‘옥자’처럼 로컬 프로그램 제작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규로 들어온 이들을 조금이라도 오래 잡아두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선순환이 이뤄진다. 해당 국가에서 회원수가 증가할수록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기존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는 것도 훨씬 쉬워진다. 그렇게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수록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점점 높아지는 거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넷플릭스가 점점 단순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의 범주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거다. 시장조사업체 오범(Ovum)의 토니 군나르손 선임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는 이미 예전의 텔레비전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주무기가 오리지널 콘텐츠다. 

 

팍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의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80개국 중 18개국을 제외한 62개국에서 넷플릭스는 동영상 서비스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1위가 아닌 18개 나라 중에는 한국이 포함돼 있다. 아직 넷플릭스가 한국에 안정적으로 착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영화 ‘옥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은 넷플릭스를 웃게 할까 울게 할까. 적어도 넷플릭스가 한국 땅에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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