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불공정 경제’? 불공정 약관 잇단 적발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7.04 14: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숙박∙카셰어링∙지식 공유 사이트 등 불공정 약관 시정명령…개인정보법 위반도 다수

 

숙박과 자동차, 지식까지. 재화 공유를 통해 편익과 이윤을 추구하는 ‘공유경제’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서비스들을 이용하면서 서비스 약관을 유심히 읽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약관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서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거의 없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불공정한 약관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약관을 살펴보지만, 불리하게 설정된 약관 때문에 구제를 받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유경제 서비스 업체들의 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조항을 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사진=Pixabay

최근 공정위는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의 대여 약관과 회원이용 약관을 심사해 16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업체는 쏘카, 그린카, 에버온(이지고), 피플카 등 4개 업체다. 지금까지는 고객의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회사가 대여 요금을 돌려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잔여 대여요금의 10%를 공제한 뒤 남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 차를 빌리기로 한 10분 전부터 예약을 취소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위약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도록 고쳐졌다. 

 

차량 내 흡연을 할 경우 30만원, 반납시간 미준수 시 3만원에 추가 대여료를 내도록 한 벌금조항도 지적됐다. 사업자의 손해액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고객에 불리한 조항이라 본 것이다. 흡연 시 1만원의 벌금에 내부 세차비용을 내도록 하고, 반납시간을 10~30분 초과하면 1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시정됐다. 차량 수리·파손 등으로 일정 기간 차량을 운행하지 못해 발생한 사업자의 영업손해(휴차손해)에 대해서는 실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수리시간만큼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도록 시정됐다. 또 보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손해를 계산하도록 했다. 

 

자동 가입 대상이었던 자차손해보험도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됐고, 벌칙ㆍ벌금 등을 부과할 때 고객이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하도록 한 조항은 사전 고객과 협의한 뒤 결제하도록 개선됐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 즉시 통보하지 않거나 계약자 없이 동승운전자가 단독으로 운행하다 사고를 내면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조항은 삭제됐다. 

 

 

지식 공유 사이트도 ‘갑질 약관’…저작자 동의도 무시

 

이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의 불공정한 약관은 카셰어링 서비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지식과 재능을 나누는 지식·재능 공유 사이트 업체들이 회원들에게 ‘갑질 약관’을 강요해 온 것이 공정위에 의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식 공유 서비스는 특정 지식이나 재능, 자료 등을 갖고 있는 회원(판매자)과 이를 필요로 하는 회원(구매자)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도록 중개한다. 역시 최근 공유 경제 바람이 불면서 새롭게 생겨난 사업 형태다. 이 중 크몽, 재능넷, 사람인HR(오투잡), 재능아지트, 라이프브릿지그룹(위즈돔), 마이리얼트립 등 지식·재능 공유 사이트 업체 14곳이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업체들은 ‘판매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한 책임을 일절 지지 않는다’는 부당 약관 조항을 두고 있었다. 판매자가 허위 게시물을 올려 구매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업체는 책임이 없었던 것이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 조항은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무조건 배제하고 있어 약관법을 위반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업체들은 ‘일체의 책임이 없다’는 조항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변경했다. 

 

이중 일부 사업자는 사이트에 등록한 게시물과 관련해 어떤 법적 권리도 주장할 수 없도록 하고,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 사업자가 무상으로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해놓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역시 약관법에 위배된다며 시정토록 했고, 업체들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원칙적으로 회원에게 귀속된다’고 변경했다.

 

약관 내용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곳도 10곳이나 됐다. 주민등록번호는 원칙적으로 수집이 금지돼 있고 수집하더라도 보유 기간이 끝나면 즉시 파기해야 하지만 이 업체들은 계약 해지 후에도 회원 주민등록번호를 1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7월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민호 약관심사과장이 카셰어링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바로 잡았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과 2016년 11월 지식 공유 사이트와 숙박 공유 사이트에 대해서도 불공정 약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숙박 예약 취소 위약금 50%…“과도한 손해배상”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역시 환불 약관으로 인해  2016년 11월 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숙박예정일로부터 일주일 이상 남은 시점에서 예약을 취소할 때 대금의 5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조항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한다고 봤다.

 

예약 취소일로부터 숙박 예정일까지 충분한 기간이 남아 있다면 얼마든지 재판매가 가능하다. 공정위는 사업자 손실이 없는 데도 에어비앤비가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손해 배상 의무를 지웠다고 지적했다. 또 숙박예정일로부터 7일 이내 예약을 취소할 때 숙박료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한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에어비앤비에 예약 취소일이 숙박예정일로부터 일정 기간 이상 남아있으면 숙박대금 전액을 환불하고, 일정 기간 미만 남아있는 경우에는 잔여기간에 따라 일정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수정할 것을 명령했다. 또 예약을 취소할 때  6∼12%인 중개 서비스 수수료를 환불하지 않도록 한 조항도 시정하도록 했다.

 

에어비앤비는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이후 이의신청을 철회하면서 시정명령을 받아들이고 환불 규정을 수정했다. 6월2일부터 체크인 30일 전에만 취소하면 수수료를 포함한 모든 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