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명 시대 맞은 페이스북의 딜레마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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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설비투자 이뤄져야 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전성기는 지났다” 

“10대들은 페이스북 대신 새로운 SNS를 쓰고 있다”

 

이런 진단은 일단 우려였다. 페이스북이 세운 기념비적인 기록은 세간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6월27일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페이스북의 월간 활동사용자수(MAU)가 20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주커버그의 선언은 페이스북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점, 광고플랫폼으로도 가장 매력적인 SNS라는 점, 그리고 외부의 경고와 달리 페이스북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린 포고였다.

 

거세게 성장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활동사용자는 4월 기준 7억명을 돌파했고, 트위터의 활동사용자는 3억명 대에서 정체하고 있는 것을 보면 페이스북의 기록은 더욱 거대해 보인다. 지구상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구 중 3분의2 가량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얘기고 매일 8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좋아요’를 공유하며 페이스북에 머무른다.

 

페이스북이 20억 명을 확보하는 과정이 쉬웠을 리 없다. 라이벌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 지난 10년간 페이스북은 계속 성장해 왔다. 그 성장의 지표는 보급률이고 그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하는 선순환의 촉매가 됐다. “모두가 사용하고 있으니 나도 사용한다”는 게 페이스북의 최대 강점이다. 

 


 

◆ 인터넷 인구 7억명, 페이스북에 문 닫은 중국

 

그럼 이 20억명이라는 숫자가 한계치일까. 더 성장할 수 있을까. SNS에서 MAU는 중요한 지표다. 활동사용자수는 가장 중요한 광고 매출을 좌우한다. 페이스북은 MAU가 오르면 실적도 올랐다. 페이스북은 2017년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동시대를 함께했던 다른 SNS들이 정체와 쇠퇴를 반복하는 동안 유독 페이스북만은 돋보였다. 2017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80억3000만달러였다. 이중 광고 수익은 78억 달러로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모두가 20억명이라는 활동이용자 덕분에 생긴 결과다.

 

아마 이제부터의 성장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아직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10억명을 획득한다면 30억명을 찍는 게 꿈은 아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아마 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페이스북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의 인터넷 접속 인구는 7억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이 성장법 첫 번째는 중국 공략일 수 있다. 그런데 일단 이건 외교적인 문제다. 그게 아니라면 페이스북이 목숨처럼 여기는 언론의 자유와 정보 공개의 권리라는 가치를 중국 정부에 양보해야 한다. 둘 다 페이스북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 수익성 낮은 계층 끌어오는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

 

만약 중국 공략이 어렵다면?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용자를 얻어야 한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던 빈곤층을 끌어들이고 광고 수입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지역별 1인당 수익 그래프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프를 보면 페이스북은 대부분의 수익을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여기는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소셜미디어 관리 플랫폼인 훗스위트와 컨설팅업체 위아소셜이 2017년 1월에 발표한 인터넷 이용률을 보면 북미가 88%로 가장 높았다. 서유럽이 그다음인 84%, 동아시아는 57%였다. 그리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지역으로 광고 게시자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반면 이제부터 충원해야 할 사용자 그룹은 페이스북에 높은 수익성을 가져다 줄 계층이 아니다. 이 빈곤층을 페이스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물론 페이스북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2016년 아프리카를 돌던 주커버그는 나이지리아에서 흥미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가 인터넷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료 인터넷 보급을 위해 인공위성을 띄우겠다고 했다. 전 세계 저개발 지역까지 무료 인터넷 보급을 목표로 하는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 캠페인이다. 13억명 인구의 인도 와이파이 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통신회사를 지원하는 것도 결국 사용자 계층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의 설비 투자 비용은 2014년 18억3000만 달러에서 2016년 45억 달러로 훌쩍 뛰었다.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수익성이 낮은 사용자를 획득해야 하는 게 20억명 시대를 맞은 페이스북의 딜레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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