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창의성 저해하는 규제 완화해야”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7.07.06 09:52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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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 업계 출신 김병관 민주당 의원 “게임산업진흥법, 한 줄 한 줄 다 고쳤으면”

 

게임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 관심조차도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임산업진흥법을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법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치 입문 4개월여 만에 국회의원 당선에 성공한 게임 업계 출신 정치인이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 분당 갑)이다.

 

김 의원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0년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솔루션홀딩스가 NHN에 인수되면서 김 의원도 NHN에 합류했다. NHN에서 게임제작실 실장, 한게임 사업부 부장, 게임사업본부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NHN게임스 대표를 맡았다. 그 뒤 웹젠이 2010년 NHN게임스를 흡수합병하면서 김창근 당시 웹젠 대표와 함께 합병법인 웹젠의 각자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이후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5월 국회 입성 전까지 웹젠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게임 업계의 산증인인 셈이다. 6월26일 김 의원과 만나 게임 산업 규제와 지원 방안에 대해 물었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 © 시사저널 임준선

 

그동안 정부는 게임 산업에 대해 규제 일변도 정책을 유지해 왔다. 진흥보다 규제에 집중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정부가 게임에 대해 잘 몰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적 여론을 따라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가다 보니, 정부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쁘게 얘기하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해야 할 게임 산업 관련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기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규제에 있어서도 최소규제·자율규제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간 해 오던 게 있어서 쉽진 않을 것이다. 먼저 여러 규제들을 완화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셧다운제가 있다. 셧다운제의 경우, 특히 이중규제라는 점에서 더더욱 완화해야 한다. 그 외에 나머지 부분들, 즉 결제한도 문제 등도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은 게임 산업 협회 차원에서 자율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해서도, 먼저 사행성 게임과 확률형 게임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과 사행성을 같은 의미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사행성 게임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유저와 게임사 간 일종의 합의다. 일정 부분까진 확률을 공개하는 게 맞을 수도 있고, 공개하지 않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위해 더 좋을 수도 있다. 게임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법률로 규제하긴 어렵다. 결국 자율규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중국 게임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이에 대응할 방안은 무엇이 있나.

 

일단 해외시장 대응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한국에서만 흥행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해외 공략을 고려해 만드는 경우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먼저 해외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역할수행게임(RPG)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 대부분이 RPG다. 반면 해외에서는 RPG 장르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장르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규제로 인해 게임 개발환경 및 콘텐츠가 상당히 왜곡됐다. 규제는 게임 개발자로 하여금 창의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 과거에는 한국도 창의적인 시스템을 많이 만들었다. 현재 게임에서 사용되는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의 경우, 한국이 제일 처음 생각해 낸 것들이 많다. 최근에는 각종 규제들로 인해 창의성이 많이 제한되고 있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율규제를 통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게임 업계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악명 높다. 정부와 업계가 게임 업계 근로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과도한 업무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주고 있느냐다. 몸을 상하게 할 정도로 업무를 하는 건 지양해야 할 부분이지만, 게임 출시와 관련해 어느 정도 크런치모드(소프트웨어 개발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연장 근무를 하는 것)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출시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하다 보면 긴급 대응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업무를 안 하는 방향으로 가긴 어렵다고 본다. 결국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안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지도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업계 스스로도 과거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만드는 게 일상이었다. 현재 높은 자리에 있는 경영진들은 대부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개발환경이 크게 바뀌었다.얼마 전부터 과도한 근무환경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노동부에서도 근로감독을 실시하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1월 김 의원께서 게임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예술에 포함시키자는 취지의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진행상황이 궁금하다. 아울러 추후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무엇이 있나.

 

일단 문화예술진흥법은 진행이 더디다. 대선 준비 등으로 인해 진행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아울러 해당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다. 문화예술이라 하면 보통 순수창작 예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은 디지털콘텐츠다 보니, 게임을 문화예술에 포함시키는 게 맞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래도 현재 계속해서 설득 중이다. 단적인 예로 게임 주무부처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다. 주무부처가 문화부라는 것은 게임을 문화예술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게임도 문화예술에 포함돼야 맞다고 본다. 향후에는 게임산업진흥법을 한 줄 한 줄 다 고쳤으면 한다. 지금은 말이 진흥법이지 규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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