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에게 ‘사전승계’, 동부의 노림수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6 10:47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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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회장, 장남(김남호 상무) 미성년이던 26년 전부터 지분 증여

 

동부그룹 지배구조를 살피면 다소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대주주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동부그룹 지분 개인 최대 보유자는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화재 상무(43)다. 경영은 김 회장이 주도하지만, 기업 지분 자체는 김 상무가 더 많다. 김 상무는 올해 5월 기준 ㈜동부 18.59%, 동부화재 9.01%, 동부증권 6.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버지인 김 회장은 ㈜동부 12.37%, 동부화재 5.94%, 동부증권 5%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언제든 김 상무가 경영 일선에 올라서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상무는 올해 초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해 동부화재 소속 동부금융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김 회장 부자가 보유한 ㈜동부는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사 중 핵심인 곳이다. 이 회사는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 지분 12.43%를 갖고 있고, 조명회사 동부라이텍 지분 11.09%도 가지고 있다. 동부화재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이끈다. 동부증권 19.92%, 동부생명 99.83%, 동부캐피탈 87.11%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 관계자는 “김 상무는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며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았고,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재무회계를 공부했다.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충남 당진지사와 일본 도쿄지사, 그리고 기획·인사·영업 등 부서를 거쳤다. 2015년 4월부터 동부금융연구소에서 사업전략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김 상무가 현재 경영 일선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동부그룹 서울 강남 본사(왼쪽)와 그룹을 이끄는 김준기회장(오른쪽), 그의 장남 김남호 동부화재 상무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장남 김 상무, 김준기 회장보다 보유 지분 많아

 

김남호 상무가 그룹의 지분을 물려받은 것은 오래전부터다. 그는 17세 때인 1991년 그룹의 지분을 증여받기 시작한다. 1990년대 언론보도와 금융감독원(옛 증권감독원) 발표, 동부 측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1991년 김 상무는 아버지에게 동부화재(옛 한국자동차보험) 주식 56만 주를 받는다. 1994년 2월에도 김 상무는 동부화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1995년 5월에는 동부화재 주식 약 52만 주를 역시 아버지에게 증여받았다. 당시 주가는 6500원 수준이었다.

 

김준기 회장의 증여는 시세차익으로 도마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증여 이후 동부화재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이다. 증여 5개월 뒤인 1995년 10월에 2만6000원이 된다. 불과 5개월 새 4배나 뛴 것이다. 이후 김 상무는 1995년 9월 17만2000여 주를 내다 팔았다. 이 거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동부화재는 당시 자사주 펀드 30억원을 설정해 장내의 자사주를 사들이려 했다. 회사가 주가를 안정시키는 사이, 회사 주요 주주였던 김 상무가 지분 대량매각에 나섰다는 의혹이 일었다. 김 상무는 당시 약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에 대해 동부 측은 “1991년부터 1995년 중반까지 동부화재의 주가는 5000~6000원 선이었다. 1995년 하반기 실적 상승과 보험주 투자 열풍으로 주가가 올랐다.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주가가 훨씬 더 올랐을 때 팔았을 것”이라면서 “김 상무의 지분 보유는 한두 차례의 증여에 의한 것이 아니라 20년에 걸쳐 이뤄졌다. 증여세 등 세금은 적법하고 투명하게 납부했다. 절세를 한 적도, 시도한 적도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 본인도 증권거래 관련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자사주 관련 배임 의혹이다. 김 회장은 두 가지 혐의로 2004년 재판에 넘겨졌다. 첫 번째는 2000년 임원들과 짜고 동부건설 자사주 35%가량을 주식시장에 판 뒤 김 회장이 직접 헐값에 사들여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다. 두 번째는 2003년 골프장 회사인 동부월드(동부건설의 자회사) 주식 101만 주를 주당 1원에 본인과 계열사가 매입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1·2심은 두 번째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매각 조건이 김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다. 김 회장은 공평한 절차에 의해 조건을 정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두 가지 모두 유죄로 봤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은 200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1년 뒤인 2010년 특별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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