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특혜 채용에 3억 횡령 묵인한 인천관광공사 사장
  • 차성민 기자 (sisa3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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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기 사장 사퇴론 ‘솔솔’…황 사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인천관광공사 황준기 사장이 자신의 측근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완화하고, 3억 원을 횡령한 대행업체에 대한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관광공사 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황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전경.ⓒ차성민 기자

 

‘측근 채용’ 위해 인사규정 완화 

 

7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 10월께 경력직 2급 직원 1명에 대한 채용공고를 냈다. 

 

인천관광공사는 ‘기업체 등에서 부장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근무경력이 있는 경력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인사 규정을 “국제협력, 국제회의 유치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자 또는 이 분야의 팀장 이상 관리자로 5년 이상 경력자”로 요건을 완화했다.

 

인사규정을 변경하려면 이사회의 의결과 인천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이 과정은 생략됐다.

 

이런 채용 공고가 나자 경기관광공사 3급 팀장으로 6년간 근무하던 K씨 등 9명이 지원했지만, 인사규정 상 직원채용 자격기준에 미달된 K씨가 2015년 12월 10일 최종 합격됐다.

 

황 사장과 K씨는 경기관광공사에서 함께 일하던 사이로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행업체 대표 3억원 횡령 사실 알고도 ‘눈감아’ 

 

문제는 또 있다. 황 사장은 지난 해 2월12일 ‘제3회 국제해양안전장비 박람회’ 행사 대행을 C업체에 맡기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C업체는 참가비와 부스대여비 등 3억 원을 같은해 7월5일과 15일 총 두차례에 걸쳐 무단 인출했다.

 

무단 인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서 조건을 위반한 자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돼있었지만 인천관광공사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황준기 사장은 대행업체가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알고도 형사고발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황 사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측근 채용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인사규정과 다르게 채용공고를 냈다”며 “대행업체에 대해 고발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사적으로 활용한 3억원을 이미 반환받아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인사규정보다 채용조건을 완화하고도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고, 사적으로 사용한 3억 원을 반환 받았다고 해서 고발 및 입찰제한 등의 조치없이 그대로 두도록 지시한 것은 정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황준기 사장 자신사퇴 촉구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측근 채용을 위해 인사규정을 완화하도록 지시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는 성명을 통해 “​황 사장은 규정을 위반하며 직원 채용을 지시했고, 행사 대행업체 고발 등을 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오만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황 사장은 감사 결과에 책임지고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며 “채용 당사자인 K 사업단장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황준기 사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있어서 지적 받았고 사장 입장에서 책임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자진 사퇴론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단체에서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사권 문제는 인천시장이 결정할 사안이다. (나는)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황 사장은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17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가 유정복 인천시장의 사표 반려로 현재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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