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염색까지 결정하는 학생들…시행 3년차 행복학교' 가보니
  • 차성민 기자 (sisa3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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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활동으로 자발성 ↑ "강제된 혁신 피해야"

 

"학급 반장도 잘못을 할 경우 탄핵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인천 석남중학교 학생회장 김동건)

 

"아이들은 학교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게 되는데 탄핵제도는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어서 반대합니다."(인천 석남중학교 교사 김찬)

 

"학급 반장이 잘하는데도, 일부 아이들이 반장이 싫다고 탄핵제도를 악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탄핵제도를 도입하려면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 같습니다."(인천석남중학교 학부모 이은주)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6일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우리가 지키는 교칙은 우리가 만든다

 

지난 5월, 인천석남중학교 회의실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학교 교칙 변경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다.

 

아이들은 탄핵제도 도입을 이날 회의 안건으로 올렸고, 결국 탄핵제도는 지난 6월26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해 학교 교칙에 반영됐다.

 

"염색을 한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할 수 도 없습니다."(인천선학중학교 3학년 김모 양)

 

"염색이나 펌의 경우 냄새가 나는 만큼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만 보완을 한다면 염색이나 펌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인천선학중학교 3학년 최모군)

 

"지금까지 학교 교칙은 누가 만들었지도 모르고 어떤 이유에서 생겼는지도 모르잖아요. 우리가 지켜야할 교칙을 우리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 같아요."(인천선학중학교 학생회장 장세이)

 

인천선학중학교도 7월 중순 학교 교칙을 개정한다.

 

이번 교칙 변경에는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염색이나 펌, 등교시 복장 완화 등이 반영된다.

 

학생회는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통해 학생들 입장을 결정했고, 최종적인 학교 교칙 개정은 7월 중순 열리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선학중학교 학생회장 장세이 양은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 운영에 많이 반영되는 편인데, 선생님이 내신 학사일정 만큼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된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로부터 강제된 혁신학교 경계해야"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 3년차를 맞아 성과와 과제를 점검했다.

 
시교육청은 최근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복배움학교 성과와 과제, 일반화 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인섭 시 교육청 장학사는 "행복배움학교는 '공교육 정상화 모델'로 정착되는 과정"이라며 "수평적 학교 운영으로 자발성을 높이고, 이 자발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혁신하며,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협력을 이루는 선순환 과정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학사는 또 "행복배움학교와 일반학교가 상호 교류하는 방안을 정교하게 다듬고, 리더를 발굴해 혁신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중·고교의 참여와 관심이 덜 한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향후 방향도 제시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백병부 연구원도 "인천보다 앞서 시행된 경기도 혁신학교의 경우 초기 혁신학교운동이 교육청의 정책사업이 되면서 '위로부터 강제된 혁신'이 될 가능성과 '양적 확대로 성과를 대신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백 연구원은 "혁신학교가 시간이 지날수록 보여주기식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총체적, 본질적 교육의 변화라는 초기의 지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제천 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은 "행복배움학교 시행 3년은 인천 공교육의 변화 가능성과 학교 간 협력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발제 내용과 행복배움학교 구성원들이 원탁토론에서 제기한 과제들을 모아 구체적인 정책으로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 행복배움학교는 지난 2015년 10개 학교로 시작했으며 매년 10개 학교가 늘어 현재 30개(초등 20, 중학 9, 고교 1)학교가 지정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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