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정말 '몰라쓰까'?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9 17:30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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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진상조사서 풀리지 않은 의혹 결국 검찰 손으로

‘문준용 특혜채용 조작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자체 조사를 통해 ‘단독범행’이란 결론을 내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김관영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은 7월3일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사건을 ‘이유미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이 조작된 사실에 기초한 것은 맞지만, 결코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그 증거로 이씨와 직접 연락해 왔던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이씨는 4월27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준용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문을 알고 있다”고 얘기한 뒤 5월1일 조작된 카카오톡 대화방 캡처 화면을 보냈다. 또 이씨는 이 전 최고위원이 언론에 제보하기 위해 대화 당사자의 녹취록을 가져오라고 독촉하자 허위의 녹음파일을 만들어 5월3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건넸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압박감을 느낀 이씨는 6월24일 오전 6시반 조성은 전 비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관련 내용을 조작했다고 처음으로 자백했다. 이후 이용주 의원, 송기석 의원, 손금주 의원, 이태규 의원 등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들에게 알렸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유미가 6월24일 최초 자백했으며 그 전에 당은 몰랐다”고 밝혔다.

6월29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가 서울남부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차에 탑승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작 사과 전 안철수-이준서 5분 독대

여기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대선을 하루 앞둔 5월8일 이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글을 보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조작했다는 것을 숨기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무슨 말인지 몰라 바이버 메신저를 통해 ‘사실대로라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개인 간에 가볍게 나눈 대화일 뿐 증언이나 폭로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답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화가 오간 직후 이유미씨는 바이버에서 또 다른 메시지를 이 전 위원에게 보냈으나 삭제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이버 메시지 화면에도 ‘이유미님이 메시지를 삭제함’이라고 남아 있다. 추가로 어떤 대화가 더 오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인 6월24일 오전 안철수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과 약 5분간 독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까지도 제보내용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해명이 맞다고 해도 당시는 이씨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계속 구명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 사이의 대화 내용에 이씨가 언급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두 사람이 면담을 한 다음 날인 6월25일, 돌연 이씨가 안 전 대표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어제 이준서 의원과 면담하셨다 들었습니다. 제발 고소 일괄 취하 부탁드립니다. 이 일로 미치도록 두렵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제발 조속히 고소 취하하도록 꼭 부탁드립니다.’

안 전 대표는 당일 오전에 받은 이 문자를 즉시 열어보지 않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7월7일 현재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이 사건은 검찰의 손에 넘어가 있다. 국민의당 측은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은 뒤 “검찰수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 주장처럼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끝날 수도 있고, 더 큰 ‘윗선’이 드러나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입장을 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국민의 신뢰가 깨졌다”

진상조사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또 조사의 한계는 무엇이었나.

검찰의 수사결과가 내부 조사결과와 다르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강제적인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진술에 근거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유미씨가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세한 진술을 받기가 어려운 점이 좀 힘들었다. 다만 구속 전에 당 관계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전한 것이 있기 때문에 나름 충분한 조사를 했다고 평가한다.


윗선이 있을 거라는 의혹이 여전히 있다.

이씨는 당 관계자 조사에서는 “윗선의 지시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구속되기 직전에는 마치 당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문자를 주변에 보냈다. 그래서 국민의 의심을 사게 됐다. 이 부분은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보 입수 최초의 경로는 파악됐나.

이 전 최고위원과 이씨가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서였다고 한다. 이씨가 “내가 파슨스 동문들을 좀 안다. 문준용씨에 대한 내용을 좀 안다더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때 “그분들의 증언을 좀 받아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당의 검증 시스템이 허술한 것 아니었나.

당시에는 허위로 만들어 올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문준용씨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하루에만 4~5건씩 논평이 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누군가의 결정적 제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얘기들이어서 굉장히 신빙성 있다는 평가를 했을 것이다. 또 정보를 가져온 사람이 최고위원이지 않았나. 그래서 신뢰가 생겼던 것 같다.


안 전 대표 조사는 잘됐나.

50분간 조사하면서 질문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과 독대한 6월24일까지 제보 조작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후 조작 사실이 알려지자 “당이 감싸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명명백백 밝혀서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안 전 대표의 입장이 없다.

늦었지만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본다. 언제라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입장을 낼 것 같다.


국민의당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국민과의 신뢰가 깨진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와야 결론이 날 것이다. 우리의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때가 돼서야 국민이 다시 신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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