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에 막말까지…어른들 갑질에 멍드는 학교
  • 차성민 기자 (sisa3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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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등에 관련 민원 잇달아…“승진제도 개선해 교사들 관리 필요”

 

학교가 멍들고 있다. 교장의 폭언에 일선 교사들의 가슴은 무너지고, 교사들의 막말에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찢어진다. 권위를 앞세운 학교장의 행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교사들의 일탈도 한두 해 얘기가 아니다. 

 

교육계는 학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승진제도를 바꾸고 비상식적인 발언을 한 교사들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은 없는지, 교육관에는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사진=연합뉴스

 

권위 앞세운 초등학교장의 막말과 성추행 

 

7월 초. 국민신문고에 한 통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학교장이 특수학급 아이들을 비하하고 교사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민원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A교장이 특수학급 교사에게 “(특수학급은) 잘 해줘도 기억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폭언과 함께 동료 남교사들에게 성희롱 섞인 발언을 했다는 것. 

 

A 교장은 지난 해 폭염이 극성을 부릴 당시 특수학급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A교장 당시 학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간대마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간표를 작성해 배포했지만 특수학급만 제외했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반발도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 민원을 낸 교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장애학생들이 직업체험을 위해 제과제빵 체험을 진행했는데,  이 교장은 “일반 학생들이 하는 체험보다 비싸게 해주면 안된다. 어차피 해줘도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반교육적인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교사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 의혹도 제기됐다. 

 

여성 교장인 A씨가 지난 4월 말 책상을 옮기고 있는 남교사 B씨에게 “이러니까 장가를 못 갔지, 여자들은 이런 거 싫어해”라며 엉덩이를 쳤다는 것. 또 해당 여교장이 남자화장실을 자주 이용해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남교사의 주장도 포함됐다.

 

현재 해당 민원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인천시교육청은 인권위의 조사결과를 보고 추후 감사 일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시사저널은 해당 교장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교장과의 통화를 요청했지만 13일 오후 현재까지 연락은 닿지 않았다.  

 


초등학생에 막말한 교사…학부모들 민원 제기

 

인천 C초등학교 D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에게 “너는 쓰레기야”라는 막말을 했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해당 민원 역시 최근 국민신문고에 접수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내용을 정리하면 인천의 또 다른 초등학교 여교사 D씨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주무르게 하거나 엉덩이에 파스를 붙이게 하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특히 한 학생이 D교사의 부당 행위를 학부모에게 알리자 해당 학생을 불러 “너는 쓰레기야. 이런 나쁜 쓰레기 같은 X야”라며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교사는 심지어 아이들의 신체 부위를 지칭하며 “먹고싶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교사는 현재 병가를 낸 상태며 지난 11일 인사자문위에 참석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진술했으며, 교사와 연락은 닿지 않았다.

 

 

학교 내 폭언, 성추행 사건으로 병드는 학교

 

권위를 앞세운 학교장의 막말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인천의 한 교장이 여교사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교장은 지난해 11월 중순께 같은 학교 교사들과 회식을 하면서 교사들에게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건배사를 제안하고, 자신의 사생활을 말하는 등 성적농담을 반복했다는 것이 당시 자리에 있던 교사들의 주장이었다.

 

시 교육청은 감사에 착수했고,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들에게 “진짜 달라면 줄래”라는 이른바 ‘진달래 삼행시’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된 교장을 해임했다.  

 

교사들의 막말 파문도 일선 학교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8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계속 폭언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해당 학부모 30여명은 고소장을 통해 “A씨가 평소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학생들 앞에서 아이들의 미술 작품을 부수거나 겁을 주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며 "약 3개월 동안 심한 폭언과 폭행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초등학생 200여 명도 ‘​심한 욕설을 들었다’​, ‘​수업을 하지 않고 계속 벌을 줬다’​, ‘​의자를 발로 차거나 지나가는 친구를 갑자기 때렸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경찰서에 제출하기도 했다. 해당 교사는 고소장이 접수되자 병가를 냈다. 

 


“승진제도 개선, 교사들 정신질환 관리 철저히 해야”

 

교육계에서는 학교장의 갑질과 교사들의 비교육적인 막말 행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관리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승진제도를 개선하고 교사들의 교육관, 우을증 등 정신질환 관리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장의 갑질에 해당하는 폭언과 성추행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닌 데다 일선교사들의 비교육적인 발언은 일반 교사들이 생각할 때조차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정신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식년을 확대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강훈 인천지부장은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우을증을 앓고 있는 교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교사들의 안식년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들의 갑질은 어제 오늘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라며 “관리자에게 잘 보여야 승진을 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바꿔야 갑질 횡포를 줄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부형 공모제도 확대와 교장선출보직제, 교직원 의결기규 제도화 등 학교장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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