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면세점 발 빼나” 대기업 자진철수설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7.07.17 09:11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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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점수조작으로 특허취소 가능성에 수백억 누적적자까지 면세점 업계 ‘패닉’

 

2015~16년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관세청의 위법·부당 행위가 감사원 감사결과 사실로 드러나면서 면세점 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선정업체와 관세청의 공모 여부가 검찰수사로 확인될 경우, 특허취소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7월11일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른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 13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2015년 7월(1차 면세점 대전), 호텔롯데는 원래 받아야 할 점수보다 190점 적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40점 많게 조작했다. 이 결과 호텔롯데 대신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됐다. 또 관세청은 2015년 11월(2차 면세점 대전)에도 롯데월드타워점 특허심사에서 2개 계량 항목의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정당한 점수보다 191점 적게, 두산은 48점 적게 받도록 해 두타면세점을 선정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화갤러리아면세점(위)과 서울 동대문구 두타면세점 © 시사저널 고성준

 

사전유출·정권유착 의혹 불거져

 

관세청은 당초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을 추가 선정하고 특허 여부를 2년마다 검토할 방침이었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현재 13개의 서울 시내면세점은 원래 9개여야 맞다. 하지만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세점 추가 설치에 대한 지시로 지난해 12월17일(3차 면세점 대전) 현대백화점면세점·신세계DF·호텔롯데·탑시티면세점 등 4곳이 서울 시내면세점으로 추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롯데의 부당 탈락 어부지리로 특혜를 받은 한화갤러리아·두타면세점과, 1·2차 면세점 대전에서 두 번 모두 탈락하고 3차에서 입성한 롯데에 검찰수사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경험이 없는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따낸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했다. 한화갤러리아가 특허를 따냈던 당시에는 발표 과정에서 사전유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업자 발표 당일인 2015년 7월10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가 발표 전부터 급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관세청 공무원이 면세점 합숙심사 기간 동안 문자메시지 등으로 외부와 접촉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위 조사결과에서 일부 관세청 직원이 한화갤러리아의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두산이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을 두산이 제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정권유착설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 모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두 면세점은 “심사기준에 맞게 자료를 제출한 것일 뿐 특혜는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관세청 선정조작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된 롯데는 “오해를 해소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감사결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면세점 로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롯데는 지난해 3월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독대 이전에 정부가 면세점 추가 선정을 결정했기 때문에 시점상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3차 사업자 선정 과정은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발표에서 “(3차 면세점 대전에서) 관광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면세점 사업자를 4개나 선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관세청이 1·2차 대전에서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가며 롯데의 면세점 특허 획득을 막았던 탓에, 당시 롯데로서는 로비를 벌여야 할 명분이 명확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 역시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로 롯데의 결백이 입증됐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서 2016년 서울 면세점 추가선정이 전년도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와 SK의 로비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2015년 3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 센텀그린타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용문제 불거져…법률 개정 논의 급물살

 

이번 사태로 면세점 특허 선정 과정에 대한 향후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면세점 업계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과당 경쟁에 따른 누적 적자로 인한 면세점 사업의 자진철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서울 시내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4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7월3일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다. 두타면세점 역시 지난해 상반기에만 160억원 영업적자가 있었고, 연간 300억원 적자를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화와 두산이 이참에 아예 면세점 특허를 반납하고 시장에서 스스로 발을 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한화와 두산 모두 “특허권 반납은 없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철수 방안도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세청은 향후 검찰수사 등에서 불법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 특허권 취소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면세점 파문은 고용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2015년 2차 대전에서 워커힐 면세점을 빼앗긴 SK의 경우 최근까지 기존 면세점 담당 인력들을 재배치했으며,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해 12월 추가로 면세점 특허가 날 때까지 면세점 부문의 고용승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시내면세점에서만 갤러리아 소속 직원 및 협력업체를 포함해 약 1220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타면세점에도 1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혹시라도 특허취소가 발생할 경우 면세점 고용문제가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면세점 선정 과정의 의혹을 완벽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심사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관세청의 면세점 심사는 모두 비공개다. 선정된 회사도 자신이 어느 항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깜깜이’ 구조다. 이 때문에 특허권을 쥔 관세청이 점수를 조작해도 기업들은 앉아서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비공개로 운영되는 면세점 특허심사위원의 명단과 경력사항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현재 대통령령에 위임된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 구성 및 심사 평가기준을 법률로 규정·강화하고, 면세점의 특허 기한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는 이번 면세점 특혜 선정 사태를 계기로 법률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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