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글로비스, ‘사돈’ 삼표와 ‘2중 통행세’ 슈퍼 갑질
  • 조해수·이민우·안성모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7 09:41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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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에 납품하는 광업회사와 물류회사 사이에 사돈 기업까지 끼어들어 수수료 챙겨…“사돈지간 개입 유례없어, 악성 대기업 갑질”
 
내부거래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사돈 기업인 삼표까지 끌어들여 영세업자들에게 2중으로 ‘통행세’를 받아 챙긴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단독 확인됐다. 통행세란 거래 단계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음에도 계열사 등을 끼워넣어 부당하게 챙기는 중간 수수료를 말하는 것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 개혁 적임자로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기업 내부거래를 점검하며 통행세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와 삼표의 경우, 계열사 1곳을 통해 통행세를 받는 일반적인 위반사례와 달리 사돈지간인 두 대기업이 모두 개입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져 “악성 대기업 갑(甲)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 광산에서 석회석을 실은 트럭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으로 출발하고 있다. © 충북=시사저널 이민우
 
‘광업회사→글로비스·삼표→물류회사’
 
충북에 위치한 A광업은 현대제철과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석회석 등을 납품했다. A광업은 석회석 운송을 위해 충북지역 물류회사인 B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2016년 하반기 A광업은 B물류와 계약을 파기하고, 현대제철과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운송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계약서를 보면, 현대글로비스는 ‘운송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일부 또는 전부를 제3자에게 재하도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또 다른 업체와 재하도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에는 사돈 기업인 삼표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가 지난 1995년 결혼하면서 두 그룹은 사돈지간이 됐다.
 
돌고 돌아온 운송계약은 삼표가 B물류와 재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마침내 마무리됐다. ‘A광업→B물류→현대제철’이었던 운송계약이 ‘A광업→현대글로비스→삼표→B물류→현대제철’이라는 복잡한 구조로 바뀌었다. 즉, 최종 구매자인 현대제철과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1차 하청, 현대차그룹의 사돈인 삼표가 2차 하청업체로 끼어든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B물류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여러 물류회사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었다. 충북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C물류회사의 한 지입차주는 “현대제철에서 현대글로비스에 발주를 하도록 광업회사에 압력을 넣은 게 아니겠는가.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완성품이나 운송했지 광산 쪽 물량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대글로비스는 다시 다른 하위 업체에 재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현대글로비스는 삼표에 발주를 줬는데, 삼표가 현대가의 사돈 기업으로 알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사돈 들어오십쇼’ 해서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운송계약에 끼어들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운송은 B물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 물류 관계자는 “현대제철에서 (석회석) 100톤이 필요하다고 하면, 글로비스가 (1차 하청으로서) 이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덤프트럭조차 없다. (2차 하청인) 삼표도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면서 “결국 (B, C물류와 같은) 지역 물류회사들이 물량을 대부분 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와 삼표는 실제 운송에 거의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수수료(통행세) 명목으로 꼬박꼬박 이득을 챙기고 있다. D물류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와 삼표에 대한 수수료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A광업과 직접 계약했을 때 톤(t)당 1만원을 받았다고 하면,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끼어들고 난 후부터 톤당 9500원만 받게 됐다. 5% 정도를 수수료로 떼는 것”이라면서 “차량 1대가 짐을 실으면 27~28톤 정도 나온다. 차량 1대당 약 1만5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셈이다”고 밝혔다.
 

 

 
“사돈 기업까지 개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
 
수수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지입차주에게 돌아가고 있다. C물류에 속한 한 지입차주는 “예전에는 (수수료를 떼는) 중간 업체들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수수료를 떼 가고 있다”면서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푼돈일 텐데 왜 그걸 떼 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C물류의 지입차주는 “현대글로비스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지난해 말 현대글로비스가 끼면서 운임이 떨어졌다”면서 “톤당 400~500원 정도 떨어졌는데, 우리에게는 큰돈이다.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와 삼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득을 챙기고 있다. 손 안 대고 코 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영세 물류회사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금액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은 불공정 거래행위를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통행세 금지’ 조항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회사를 개입시켜 부당한 이득을 벌어들였다면 통행세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 이번의 경우 현대제철이 광업회사에 현대글로비스와 계약을 맺으라고 강요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계열사를 끌어들인 것은 많이 봐왔지만 사돈 기업까지 개입시킨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이 광업회사에 현대글로비스와 운송계약을 맺도록 강요해 가격 또는 물량 등을 조절함으로써 현저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고, 그 결과 공정한 시장경쟁이 제한됐다면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부당지원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수수료 부당 취득뿐만 아니라 내부거래 비중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번 운송계약에 끼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그룹 중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계열사를 내부거래 감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2015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낮췄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66.9%로, 위반 기준인 12%를 훌쩍 넘었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이 기준에 못 미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2016년 매출은 12조2505억원으로 이 중 8조1922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이었다. 2015년은 65.4%, 2014년은 68.0%로 최근 3년 모두 60%를 웃돌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뒤)은 내부거래 감시 대상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9.9%로 낮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글로비스, 내부거래 비중 감소 노렸나
 
현대차그룹에서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1년 정몽구 회장이 10억원,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이 15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2011년 86.8%, 2012년 81.9%, 2013년 8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표적인 사각지대 사례로 현대글로비스가 지목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규제 대상 계열사 기준을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지분율을 맞추면서 편법적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시장에 어떤 폐해를 줬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강화 방침이 나오면서 현대글로비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실제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외부거래를 통해 전체 매출을 늘리면 된다. 외부거래가 늘어나면 내부거래가 실제로 줄지 않아도 전체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1200억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매출 뻥튀기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7월10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대글로비스의 전직 과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2013년 1월8일부터 2015년 7월31일까지 플라스틱 도·소매업체에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한 것처럼 꾸며 340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매출 실적을 올리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거래처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거래처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2014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적발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자동차 해외운송 대행업체 F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2008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49차례에 걸쳐 운송 관련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가장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실제로는 용역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지만 허위 세금계산서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2억여원의 수수료는 덤이었다. 당시 검찰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해 매출 증대 효과와 물류 다변화라는 명분을 모두 얻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운송 계약 건에서 통행세 논란을 피할 수 없었던 것도 내부거래 비중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광업회사와 구매계약을 맺을 때 석회석에 대한 물품비만 지불하고, 운송과 관련된 부분을 물류전문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직접 거래했다면 최소한 통행세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현대글로비스와 직접 계약을 하게 되면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석회석과 같은 광물 공급에서는 물품대보다 운반비가 더욱 비싸다. 이 때문에 광업회사가 현대제철 쪽에 운반비까지 같이 계약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부거래 비중 때문이 아니라 영세 광업회사를 배려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다. 이와 같은 순환출자를 통해 정몽구 회장(5.17%)과 정의선 부회장(2.28%)은 현대차에 대한 낮은 지분율로도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을 천명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 중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자산가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삼표, 일감몰아주기로 논란
 
현대차그룹과 삼표 사이의 사돈 기업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삼표 계열사 네비엔은 현대제철에서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네비엔의 매출은 2004년 100억원대에서 10여 년 만에 1500억원을 넘었다. 네비엔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부사장이 지분 7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의 삼표 밀어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발표한 재벌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건설을 통해 삼표, 삼표산업, 남동레미콘, 삼표피엔씨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삼표그룹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행법상 친족기업 간 일감몰아주기를 규율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이배 의원은 “그룹 밖에 있는 친인척의 기업에 대해서는 일체의 규제가 없다”며 “친인척 기업에 대한 내부거래를 공시하도록 하고 불법성이 있다면 처벌할 수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2013년 1월 ‘범(汎)현대가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친족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현황조사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표의 거래처럼 친인척이 지배하는 회사들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의 폐해가 심각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해 제재할 수 있지만 사실상 공정위가 제재 대상을 계열사로 한정하고 있어 적극적인 적발과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는 계열사는 물론 친족 분리된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 감시에 필요한 기초정보 제공을 위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친족회사 사이의 거래내역을 공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 “화주사의 경쟁력 강화 위해 사업 참여”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운송 구조에서 이른바 ‘통행세’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광업사 간 직접 운송 사업을 시행할 당시 현대제철 내부 점검 결과 일부 광산사 납품비리(운송비 과다 청구)가 발생했다”면서 “이에 따라 현대제철의 석회석 조달운송에 대한 물류사 통합화 작업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종합물류유통기업으로 화주사의 원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통합 물류사로 선정된 후, 현대제철의 강원·충청권의 석회석 해송·육송을 시스템화해 화주사의 물류비 절감 및 투명한 운송체계 구축에 기여했으며, 현지 운송사에는 충청권 복화물 연계 물량을 통한 매출 신장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사돈 기업인 삼표를 2차 하청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삼표는 이미 충청권에서 광산사와 연계한 석회석 운송 업무를 직접적으로 수행해 왔다. 삼표를 경쟁력 있는 운송사로 평가했다”면서 “충북지역에서 삼표가 운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운송 화물을 여타 운송사로 연계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정부 정책에 부합한 사업 운영을 통해 투명한 기업 경영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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