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방위비분담률 47% 아닌 77%”
  • 김지영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0 09:33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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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비분담금 과도’ 지적한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에 대해 직설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미국이 손해 보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놓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2016년 11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한국 외교·안보 당국엔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단순히 ‘선거용’인지 아니면 실행에 옮길 ‘공약’인지 분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진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한·미 현안 가운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뉘앙스로 발언하면서다. 여기에 7월11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8군사령부가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주한 미군기지 이전 작업을 시작하면서 분담금 문제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에 관한 협상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미8군사령부가 주둔지를 서울 용산에서 경기도 평택시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7월11일 새 청사 개관식을 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 전체 지원비 연간 2조5000억원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한·미 양국 정부가 맺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 따른다. 1991년부터 한국 정부가 해마다 주한미군에 제공하는 현금과 현물 지원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시설과 구역’을 뺀 미군의 모든 비용을 미국이 부담토록 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SOFA)’ 5조 규정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첫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1073억원이었다. 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02년 6132억원, 2009년 7600억원, 2014년 9200억원이었다. 올해는 9507억원이다.

 

그런데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이 미군이 주둔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불평등하고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현재 미국은 세계 42개국에 587개 기지를 두고 있다. 독일이 181곳, 일본이 122곳이며, 한국은 83곳이다. 국가별 방위비분담금 규모와 구조는 다르다. 해마다 거액을 분담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국은 분담금 총액을 미리 정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지원 항목과 상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한국에 비해 투명성도 높고 전용의 여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현재 분담금 성격의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201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분담금 비율은 한국이 0.068%, 일본 0.064%, 독일은 0.016%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의 방위비분담률이 가장 높은 셈이다.

 

박기학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평화통일연구소장은 최근 펴낸 《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통해 방위비분담금의 ‘불평등’ ‘불투명’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은 국방비 부담을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 축소가 아닌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부담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 동아시아에서 ‘방위비분담’이 ‘특별협정’ 형태로 시작됐다. 한국은 평시(平時)뿐 아니라 전시 주둔군 지원, 주한미군 기지 이전 지원 등으로 미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위비분담금은 평시 주둔군 직접 지원에 해당한다. 미군 지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방위비분담뿐 아니라 전기료 감면, 토지 무상 공여, 전시 물품 지원, 미군 관리 비행장 이용비 지불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포함한 한국의 전체 지출 규모는 연간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방위비분담금은 인건비 지원, 군사시설 건설 및 개선 사업, 군수 지원 사업에 쓰인다. 박기학 소장은 “각 사업별로 낭비가 많고 지출 내역이 투명하지 않으며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목적에서 벗어나는 사업에 집행되고 사업 후 미집행액을 반납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 © 사진=박기학 제공

 

“우리 정부, 당당하게 방위비 협상 임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3년 미국은 제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2010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7904억원. 주한미군의 ‘비(非)인적 주둔비’ 총액 1조6845억원 가운데 미국 분담분이 8941원에 달한다고 미국은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분담하기로 합의했는데 미국이 53.1%를 분담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한국은 46.9%만 분담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 한마디로 미국이 분담금을 더 내고 있으니 한국이 더 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주장과 달리 한국은 ‘비인적 주둔비’ 기준 미군 주둔 비용의 77.2%를 이미 분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소장은 미국이 빼놓은 항목을 합하면 한국이 77.2%를 분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방부 집계에 따르면, 2010년도 카투사 운영비와 민간인 소유 부동산 매입비, 미군기지 이전비 등을 방위비분담금과 합치면 주한미군 지원액은 모두 1조6749억원. 같은 해 미국 예산에서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는 8941억원이었다. 이 수치들로 다시 계산하면 한국 분담률은 65.1%다. 우리 국방부가 계산한 대로 따져도 미국이 주장하는 한국 분담률 46.9%보다 높다.

 

그런데 박 소장은 여기서도 미국이 빼놓은 항목이 더 있다고 했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6967억원), 토지 임대료 저평가분(5648억원), 미군의 탄약 저장·관리비(973억원), 탄약고 부지 및 시설비, 부대 운영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금액까지 모두 합하면 한국의 방위비분담률은 무려 77.2%에 달한다는 게 박 소장이 분석한 결과다.

 

박 소장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과도하다. 방위비분담금은 대폭 삭감돼야 하고 궁극적으론 폐지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 정부와 국회가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뜻에 따라 당당하게 방위비분담 협정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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