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 시인 “정치 선배로 페미니스트에게 해줄 얘기 많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4 14:55
  • 호수 14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에 ‘시시한 페미니즘’ 연재 시작하는 노혜경 시인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노혜경 시인이 시사저널과 함께한다. 노사모 전국 대표일꾼을 역임하기도 했던 노 시인은 현재 정치권에서 한발 떨어져 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여전히 왕성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올린 페이스북 글이 화제가 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노 시인 스스로 “5년여 만에 검색어에 올라봤다”며 놀라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노 시인이 천착(穿鑿)한 분야는 바로 ‘페미니즘’이다. 친노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아닌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고, 대선 레이스에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문재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입장에서 안희정·심상정이 더 나은 후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시인은 시사저널 제1450호(다음 호)부터 ‘시시한 페미니즘’이란 코너의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를 통해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또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남성 중심적 사고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해 본다. 연재에 앞서 7월19일 시사저널 사무실에 노 시인을 초대해 인터뷰했다. 연재를 앞둔 그의 얼굴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노혜경 시인 © 시사저널 이종현

 

연재 제목을 ‘시시한 페미니즘’으로 정한 이유는.

 

페미니즘이 자꾸 어렵다고들 하는데, 알고 보면 페미니즘은 일상 속의 사소한 일들 속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 속에서 페미니즘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제도권에서의 페미니스트 얘기하고파”

 

이런 주제를 정한 이유가 있나.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얘기는 시중에 많이 나왔다. 페미니즘이 여성학의 일부로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완전히 혁명하지 않을 것이라면 제도 속에 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페미니스트들이 약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난 2004년에 우연히 정치권에 몸을 담아 10년 넘도록 정치권 언저리에서 선수로도 뛰어보고, 평론가도 돼 봤고, 구경꾼도 해 봤다. 그런데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정치는 중요하더라. 정치라는 것을 중심에 놓고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운동 전체를 살펴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메갈리아 운동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효과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메갈리아 운동의 에너지가 과연 정치적 현실에서 어느 정도까지 유효한 결과를 낳았는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현재진행형인 여성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여성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담론이 부족했다. 이제는 이런 담론이 잘 형성될 수 있을까.

 

이런 주제를 다뤄야 할 때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사실 페미니즘에 가장 재앙적인 상황이 바로 박근혜 정권의 탄생이었다. 박근혜라는 존재가 생물학적 존재에선 여성이지만, 젠더적으로 여성이 아니다. 이런 균열을 선명하게 드러낸 존재였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성운동의 중요한 고비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연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5월에 일어난 강남역 살인 사건이었다. 당시 메갈리아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이 메갈리아 운동을 퍼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논쟁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주 기초적인 것에 대한 생각 차이가 있다는 점을 느꼈다. 나에겐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모를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시시하고 쉬운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써볼 생각이다.

 

 

“‘시시하고 쉬운 페미니즘’ 얘기하고 싶다”

 

페이스북 글 중에 ‘문재인을 잘못 봤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올리면서 문 대통령 지지층에게 공격받기도 하는 것 같다.

 

5년여 만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글은 나의 진심이었다. 앞으로도 ‘국민의 비서실장’이 되길 바란다는 생각에서 쓴 글이었다. 글을 썼을 때가 5월19일이었다.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유족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 쓴 글이라 감동이 살아 있었다. 그 글이 기사화되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대선 경선에선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적극 지지층으로부터 약간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왕년의 박근혜 지지층만큼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만큼 폭력적이지도 않다.

 

 

친노 인사인데도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심상정을 지지한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안타까웠다. 그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뽑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얘기한다. 여기에 맞서는 방법은 여성 대통령 혹은 여성주의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다. 생물학적 여성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적’ 원리가 정치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정치가가 나오면 된다. 심상정을 지지한 것은 나에겐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보나.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이 집권했을 경우와 비교해 봤을 때 잘하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입장에서 보면 낡은 의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있다. 정권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 정권이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않는 일을 비교해 봤을 때 아쉬운 점은 있다.

 

 

대선에서 지지했던 심상정 후보가 진보정당 후보 역대 최다 득표에 성공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좋은 토대가 되지 않을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부터 정의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여성주의 정당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 내에서 정치적 언어를 쓰게 될 페미니스트들에게 정치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얘기들이 많다. 그 부분을 글에서 다루고 싶다. 사회적인 운동과 다르게 정당에서 여성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페미니스트가 이길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 이 연재를 통해서 나도 배우고 싶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