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 최소 2500원?
  • 구대회 커피테이너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5 15:04
  • 호수 14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대회의 커피유감]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카페 운영해 큰돈 버는 시대 이제 끝나

 

흔히 ‘물장사’는 많이 남는다고 한다. 물장사라고 함은 술·커피·음료 등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음식 장사에 비해 원료 값이 적기 때문에 많이 판다면 확실히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특히 술은 원가의 2~3배를 받기 때문에 물장사의 대표선수 격이라 할 수 있다. 커피는 어떨까? 원재료만으로 본다면 가장 이익이 큰 장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술과는 달리 완성품이 아닌, 원재료 상태에서 추출이라는 제조 과정을 거친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올해 45세인 정성국씨(가명)는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골목에 전용면적 49.6㎡(15평)의 카페를 열었다. 점포가 상당 기간 비어 있었기에 다행히 권리금은 없었다. 그는 보증금 5000만원, 월 임차료 200만원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초기 카페 집기와 인테리어 비용으로 5000만원, 에스프레소 기계와 제빙기 등 기계 구입으로 2000만원을 지출했다. 월 평균 전기세는 20만원, 상하수도세는 3만원이 나오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3000원에 제공하는데, 하루 평균 100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어 월 평균 3000잔의 커피를 팔고 있으며, 월 평균 매출은 카페라테 등 다른 메뉴까지 합해 1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처음 3개월은 부인과 함께하다가 지금은 시간제 근로자를 쓰고 있어 월 평균 150만원이 인건비로 지출된다.

 


 

임대료·세금 등과 감가상각비 포함해야

 

아메리카노는 볶은 원두와 물, 그리고 테이크아웃 컵만 있으면 된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에스프레소 원 샷을 기준으로 약 7~8g의 원두가 필요하다. 손실분까지 감안해 10g이라고 하면 2만원짜리 원두 1kg으로 약 100잔의 아메리카노를 추출할 수 있다. 테이크아웃 컵과 리드(뚜껑), 그리고 홀더까지 100원 정도 한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물의 원가를 0원이라고 하면 총 원가는 300원인 셈이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계산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다.

 

그러나 위에서 빠진 원가는 고정비용과 감가상각이다. 매장 임차료·인건비·전기세·상하수도세 등 고정비용, 그리고 카페 집기와 인테리어에 대한 감가상각,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에어컨 등 각종 기계에 대한 감가상각이 포함돼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매년 교체해야 하는 정수 필터, 매장 조명 등도 있다.

 

인테리어와 기계에 대한 감가상각은 내용연수를 5년으로 잡고 매년 20%씩 그 가치가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카페 집기와 인테리어에 5000만원, 전체 기계를 구입하는 데 2000만원이 들었기에 매년 1400만원씩 자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임차료가 월 200만원, 인건비가 매달 150만원씩 나간다면, 이 세 가지만으로도 매달 467만원의 비용이 든다. 추가로 전기세 20만원, 상하수도세 3만원 등을 포함하면 약 490만원이 고정비용과 감가상각이 된다.

 

이처럼 고정비용과 감가상각까지 감안하면 커피 한 잔의 원가는 보다 복잡한 셈을 해야만 한다. 변동비용 90만원과 고정비용과 감가상각 된 490만원을 합한 580만원이 대략적인 월 전체 비용이다. 이것을 3000잔으로 나눈 1933원이 보수적으로 계산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다. 카페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 또한 모두 다르게 나올 것이다. 분자인 고정비용이 적을수록, 분모인 한 달에 파는 커피의 양이 많을수록 원가는 낮아진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 세금이 남았다. 간이사업자는 일 년에 한 번, 일반사업자는 일 년에 두 번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매출금액에서 매입금액을 제한 마진에 부과하는 것인데,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경험적으로 보면 전체 매출의 3~5%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매년 5월말에는 종합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물론 모든 비용을 제한 과세표준이 마이너스라면 소득세가 없겠지만, 있다면 이 또한 감안해야 한다. 매출과 비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 매출의 1.5~3% 정도가 부담해야 하는 종합소득세다. 전체 매출의 4.5~8%를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몫으로 떼어놔야 비로소 사업자가 제품을 팔아 손에 쥐게 되는 순이익이 나온다.

 

커피 전문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 © 시사저널 고성준

 

매년 오르는 원재료 값과 최저시급도 문제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3000원 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팔 때 커피집 사업자의 순이익은 비용 1933원과 세금 약 6%(4.5~8%의 중간값)인 600원을 제외한 467원이 된다. 처음 원두와 테이크아웃 컵만 계산했을 때는 2700원이 남았지만, 실제 고정비용과 감가상각, 그리고 세금까지 반영하고 나니 이익이 터무니없이 줄어들었다.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팔았을 때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500원도 안 됐다. 우유와 시럽, 그리고 캐러멜 소스 등이 들어간 메뉴는 아메리카노보다 500~1000원 더 비싸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바로 영업주의 인건비다. 아침 10시에 열어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한다면, 11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330시간 일을 한 셈이니 올해 최저시급 6470원으로 계산해도 213만5100원의 임금이 발생해야 한다. 쉽게 말해 약 1억2000만원을 들여 시작한 카페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시간제 근로를 해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매년 원재료 값은 오르고 심지어 최저시급까지 오른다는 점이다. 2018년의 최저시급은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이다. 그렇다고 매년 커피 값을 올려 받을 수도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판매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달리 대안이 없다. 물론 시간제 근로자를 쓰지 않고 가족 경영을 하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약이 아니라 가족이 다른 일을 했을 때 벌 수 있었던 기회비용일 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카페를 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원가가 얼마나 한다고 3000원, 4000원을 받느냐’는 말은 카페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사자가 되어 보면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실감하게 된다. 커피집을 하는 사업자 또한 커피 가격에는 커피뿐 아니라, 그에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이 3000원, 4000원을 지불하더라도 맛있는 커피를 손에 쥘 수 있다면, 커피 원가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지 않을 것이다. 커피가 맛도 없는데 그만한 가치를 못하니까 원가에 비해 비싸다는 원성이 나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