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 ‘콘크리트 지지층’만 믿고 간다”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31 11:52
  • 호수 14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스캔들’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돌파 전략

 

“언론(media)이 백 번 떠들어 봐라. 내 손가락 하나면 끝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을 일찌감치 ‘가짜뉴스(fake news)’라고 공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측근에게 한 말이라며 워싱턴 정가에서 회자되는 내용이다.

 

실제로 ‘트위터 정치’의 대부(代父)로 불릴 만큼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마,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만두겠지”라는 예상도 완전히 빗나갔다. 행정부 관리들이 새벽에 눈을 뜨면 바로 봐야 하는 것이 대통령인 트럼프의 트위터라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마자 그가 ‘가짜뉴스’라고 공격한 미국의 주류 언론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이 앞다퉈 기사화한다. 미 펜타곤(국방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선포’마저도 트위터를 통해 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7월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셀프 사면’을 암시했다. 물론 표현이야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이 ‘가짜뉴스’들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지만, 결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에게 몰아치는 의혹을 자신이 ‘셀프 사면’할 수도 있다고 칼을 빼 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고 일어나면 대책이 없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서 그 뒷수습은 백악관이나 주요 행정부의 관리들이 하는 것은 이제 워싱턴의 흔한 광경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셀프 사면’ 발언 역시 백악관은 “전혀 고려한 적도 없다”며 뒷수습에 여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 몰라라’ 하는 표정도 이제는 익숙하다.

 

여기서 하나 의문이 남는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발언의 후폭풍을 몰라서 던진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믿고 이렇게 매일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치고 빠지기’를 하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셀프 사면’을 암시했다. 과연 트럼프는 난국을 헤쳐갈 수 있을까. © 사진=AP연합

 

여전히 단단한 트럼프 지지층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리는 모든 내용은 자신의 지지층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셀프 사면’ 발언도 자신의 지지층에게 자신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일반 시민들이 보면 어이가 없는 행동일지라도, 자신의 지지층만 열광하고 호응하면 끝이라는 심산이다. 그래서 후폭풍이 예상되는 발언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그를 당선시켜준 사람들은 백인 중산층 이하 노동자층이기 때문에 자신은 그 대상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는 이러한 지지층이 콘크리트보다도 더 단단하게 형성돼 있다는 확신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에서 한·미 실무자들이 아무리 ‘협의’라고 떠들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 있는 것은 한·미 FTA 내용이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에게 자기가 줄기차게 싸워서 무언가를 받아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다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찰떡같이 믿고 있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근거가 있다. 예를 들자면 7월27일, 미국 주류 언론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은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5%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취임 초기부터 40%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이 드디어 35%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지율 조사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그대로 확인된다.

 

이 조사에 답한 응답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 성향의 85%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는 74%가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온갖 막말에 이어 ‘셀프 사면’까지 거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공화당 지지 성향의 국민들은 아직도 70%가 넘게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쳐도 공화당 유권자의 70% 이상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갤럽 조사 등에서 미국의 50개 주(州) 가운데서 웨스트버지니아를 비롯해 대선 당시 이미 트럼프를 지지한 17개 주에서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이 50% 이상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 전체로 보면 트럼프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지지층이나 지지하는 주에선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이다.

 

 

“‘핵폭탄’급 폭로 나와야 탄핵 가능”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7월25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반에 관해 각각 42%로 팽팽한 결과가 나왔듯이, 아직은 트럼프 탄핵 열풍이 불지 않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지난해 실시된 미국 대선은 2억3000만 명에 이르는 유권자 중에서 약 57%만 선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약 5900만 표를 얻어 당선됐다. 상대방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도 몇 십만 표를 덜 얻었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국정 수행이든 향후 재선이든 이 6000만 명 전후의 유권자가 좌우한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으면서, 왜 막말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지 이제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즉 ‘나를 지지한 유권자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콘크리트 층’이 버티고(?) 있는 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현재 미 의회는 이러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떠받들고 있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자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를 탄핵하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핵폭탄’급 폭로나 증거가 새롭게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내년에 실시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양원을 장악해야 가능하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