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삼성 신입 공채, 당장 큰 변화 없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1 10:59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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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공채서 개별 공채로 첫 전환…모처럼 훈풍 부는 하반기 채용시장

 

하반기 채용시장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보통 국내 대기업 채용은 상·하반기에 한 번씩 열리는데, 규모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6대4 정도로 많다. 지난해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3000명, 하반기 7000명을 뽑았고, SK그룹도 상반기에는 1000명, 하반기에 1600명을 선발했다. CJ그룹도 하반기에 1700명을 뽑아 상반기(1000명)보다 채용 규모가 더 많았다. 올해 역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연루된 데다 경기 회복세마저 더뎌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확대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확보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재계도 현재 새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에 발맞춰 신규 일자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 하반기 7000~8000명, 현대차그룹은 3000명, GS그룹과 KT는 각각 4000명 채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롯데·한화·CJ그룹 등도 표면적으로는 하반기 채용 인원을 늘려 잡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월16일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서 삼성 직무적성검사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에 6000~7000명 선발

 

관심은 재계 1위 삼성그룹의 행보다. 통상 삼성은 연간 5000~6000명 정도를 뽑아왔으며, 이 중 하반기에 절반이 넘는 3000~4000명을 선발해 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대로 6000~7000명을 뽑는다면, 역대 최대 규모는 아니지만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은 채용을 기록하게 된다. 삼성이 채용 규모를 늘리는 이유를 단순히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삼성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올 상반기에도 3000여 명의 신입 직원을 뽑았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하반기 채용을 늘리는 이유를 사상 최대의 반도체 호황에서 찾는다. 삼성전자는 7월27일 올 2분기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14조7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1년까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37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며, 반도체 라인을 대대적으로 짓는 경기도 평택공장 외에 경기도 화성, 충남 아산공장에 인력을 대폭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삼성그룹 채용 인력의 70~80%를 삼성전자에서 책임지는 구조였기 때문에 비록 그룹 공채는 사라졌지만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도 삼성전자 비중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본사를 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원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가장 큰 관심은 채용 방식이다. 삼성은 2월28일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그룹 공채를 자연스럽게 없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그룹 공채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선 취업현장에서는 앞으로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 신규 인력을 충원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펙업(Spec Up)’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 등 유명 취업 온라인 카페에는 삼성의 하반기 채용방식을 묻는 네티즌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하반기 채용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룹 채용 정보가 올라오는 삼성커리어스닷컴(samsungcareers.com)에도 하반기 채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여러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들을 종합해 보면 삼성의 하반기 공채는 전형 일정, 선발 방식 등 모두가 예년과 비슷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 컨설턴트는 “채용 방식을 반년 만에 뒤바꾸는 것은 회사와 채용시장 모두에 큰 위험”이라면서 “인·적성시험 고사장만 해도 이미 1년 전 섭외했기 때문에 올 하반기 채용은 예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삼성은 그룹 공채를 폐지하면서 채용 전 과정을 계열사가 100%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각 회사마다 상황이 달라 이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은 미전실을 정점에 놓고 각 계열사 인사팀이 서로 협력하며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삼성직무적성검사) 등 공채 전형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하반기 역시 GSAT라는 인·적성시험은 그대로 시행되며, 전형일자만 차이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까지 삼성은 서류전형(직무적합성평가)→필기시험(GSAT)→면접 등 3단계 과정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아왔다. 물론 올해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서류전형 생략과 같이 계열사별로 채용 방식을 다르게 가져갈 수도 있다. GSAT에서 문항별로 가중점을 따로 두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은 9월9일부터 20일까지 서류접수를 받아 10월 셋째 주 일요일인 16일에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 등 해외 2개 지역에서 GSAT를 치렀다. 올해 역시 9월 중순께 서류접수를 받고 10월초 추석 연휴가 끝난 뒤인 둘째·셋째 주에 인·적성시험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2016년 11월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을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낙하산·경력직 채용 등 부작용 우려도

 

삼성그룹 계열사 개별 공채로 전형 방식이 바뀌면서 몇 개 계열사에 한해 중복지원을 허용할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삼성은 계열사별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적성시험일과 면접일만 하나로 통일하면 중복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다른 10대 그룹처럼 2~3개 계열사를 동시에 지원토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기아차만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등 나머지 계열사는 가능하다. LG그룹은 중복지원을 적극 허용하고 있다. 인·적성시험을 같은 날 실시하되, 1지망에 탈락해도 2·3지망에서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취업컨설팅업체 더빅스터디 정주헌 대표는 “삼성이 서비스·전자·금융 부문 등으로 그룹 계열사를 크게 나눠 이 중 동일 부문에 지원하는 것만 허용하지 않아도 중복지원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 취업 사이트 게시판에는 “지금까지는 미전실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고위 임원급 자녀가 뽑히는 경우가 적었는데, 계열사로 채용이 분산되면 이를 체크하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소위 ‘낙하산’ 채용에 대한 우려인데, 실제 이는 국내 채용시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람인이 지난해 6월 기업 인사 담당자 307명을 대상으로 ‘채용 청탁을 받아본 경험’을 조사한 결과, 40.7%가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25.1%는 재직 중인 회사에 청탁을 통해 취업한 사람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별 채용 확대로 신규보다는 경력직 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삼성이 하반기부터 개별 채용에 나섬에 따라 상·하반기 한 번씩 신입 직원을 뽑는 지금의 국내 채용 문화가 서구처럼 수시 채용으로 바뀔지도 관심이다. 원은숙 인크루트 팀장은 “기업 입장에서 개별 수시 채용은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 하반기 채용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탈(脫)스펙(Spec) 열풍’이 얼마나 거세질지 여부다. 대표적인 것이 ‘블라인드(Blind) 채용’ 확대다. 현재 정부는 8월부터 149개 지방공기업, 9월부터는 모든 지방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학력·성별·나이 등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민간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면접 서류에 학력·학점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는 식의 부분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해 왔다. 동아제약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는 7월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100% 블라인드 방식을 채택했다. 서류전형에만 2300여 명이 응시해 이 중 200여 명을 뽑아 면접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불합리한 차별을 만들 수 있는 사진·학력·출신지역·가족관계 등의 기재란을 모두 없앴다. 대신 새  입사지원서에 이름·연락처와 지원 분야의 역량만을 적도록 했다. 또 본인 직무에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본인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또는 좌우명 등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토록 했다.

 

최영무 동아쏘시오홀딩스 인사팀 과장은 “처음 실시해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이와 같은 100% 완전 블라인드 채용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첫 블라인드 선발자들이 얼마나 회사 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취준생이나 기업 모두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7월6일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민간기업 인사 담당자 41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0.9%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안수정 잡코리아 팀장은 “찬성 이유로 ‘스펙을 보고 뽑은 지원자들이 막상 현업에서는 별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던 것은 서류 위주의 선발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입사지원서에 사진과 신체조건 항목·가족사항 등을 기입하지 않고 있으며, SK 역시 2015년부터 서류전형에서 어학점수·해외연수·논문·수상경력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롯데도 2015년 상반기부터 사진·외국어·수상경력·봉사활동 등의 입력란을 삭제했다. 현대자동차·LG·포스코·효성·CJ 등은 서류전형에서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다. 스펙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직무에 적합한 실무 경험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기업들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필요하다면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에 들어가 실무 경력을 쌓는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 반대로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신입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7월1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일자리 15개 기업’ 대표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권오현 삼성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업별 실제 채용 규모 반드시 확인해야

 

물론 제도 도입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지원 서류에 해당 사항을 기재하는 난을 없앴더라도 자소서에 관련 내용을 적는 것까지 현실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 “블라인드 채용 확대가 인·적성시험 강화와 전공 필기시험 부활로 이어져 취업 사교육 열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잡코리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4.9%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돼도 ‘자소설’(소설처럼 과장이 심한 자기소개서) 등 또 다른 스펙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문 역량을 집중 평가하는 별도 시험이 마련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불필요한 낭비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

 

전체 채용 인원의 10%에 불과한 이색 채용 방식이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현재 주요 대기업들이 진행하는 이색 채용은 스펙 대신 면접 과정에서 지원 동기나 입사 후 포부 등을 독창적으로 어필하는 방식이다. 현재 SK그룹은 ‘SK 바이킹오디션’, KT는 ‘달인채용’, LG유플러스는 ‘캠퍼스캐스팅’, 롯데그룹은 ‘스펙태클’, 현대백화점그룹은 ‘워너비 패셔니스타’라는 오디션 형태의 이색 채용 방식을 채택, 운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들이 매년 발표하는 채용 계획이 실제로 정확하게 지켜지고 있는지도 면밀히 따져볼 대목이다. 매년 정치권과 만나는 자리에서 재계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인력을 뽑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채용 계획이 세분화되지 않아 주요 기업들이 발표하는 채용 계획안에는 신규 채용과 경력직이 뒤섞여 있다. 한 취업컨설팅 관계자는 “나중에 기업들에 실제로 몇 명을 뽑았는지 물으면 대부분이 기업 비밀이라며 말해 줄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한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신입과 경력직이 구분돼 있지 않은 채 대략 몇 명을 뽑겠다는 식의 채용계획안은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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