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술만 따라도 환경호르몬 나온다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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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기자와 건강 챙기기]

 

일회용 종이컵 안쪽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폴레에틸렌(PE)로 코팅돼 있습니다. 폴리에틸렌은 일종의 플라스틱 성분입니다. 액체에 종이가 젖지 않은 이유가 이 성분 때문입니다. 종이컵은 사실 플라스틱 컵에 가깝습니다. 

 

"뜨거운 물 때문에 코팅제가 녹아내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했더니, 이 코팅제의 녹는 온도는 105도 이상이어서 끓은 물이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데에 지장이 없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사진=Pixabay

 

여기서 소비자가 한 번 생각해볼 것은 기름이나 다른 음식을 종이컵에 담는 행동입니다. 최근 컵밥 등 간편식 조리법이 나오면서 일회용 종이컵에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워 조리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코팅제가 녹으면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음료를 잠시 담는 이외의 용도로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플라스틱 뚜껑(PS·폴리스틸렌)이 있는 종이컵도 있습니다. 이 뚜껑의 녹는 온도는 90도입니다. 이 온도를 넘기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이컵을, 특히 뚜껑과 함께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음식을 담은 종이 용기는 대부분 PE로 코팅돼 있어서 전자레인지에 넣지 말라는 경고가 있습니다. 

 

종이컵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사례가 있습니다. 알코올(술)이나 기름 성분이 종이컵에 닿으면 더 많이 나옵니다. 따라서 종이컵에 맥주나 소주를 마시는 행위도 피해야 합니다. 

 

종이컵은 대부분 1회용입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는 뜨거운 물을 마신 후 버리지 않고 놔뒀다가 뜨거운 커피를 타서 마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종이컵을 여러 차례 사용하면 괜찮을까요? 환경호르몬 전문가인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에게 물었더니 "괜찮지 않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흔히 플라스틱 젖병을 소독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넣는데 이때 폴리머(고중합체) 구조가 흐트러지고 느슨해지면서 환경호르몬이 나옵니다. 종이컵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뜨거운 것이나 알코올 등이 지속해서 닿으면 코팅제가 불안정해져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종이컵은 한 번, 음료를 마시고 버리는 제품입니다.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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