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짜고 치는 고스톱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2 10:33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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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 편법 내부거래 의혹

 

17년째 국내 30대 그룹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재계 서열 7위에 오를 만큼 막강한 규모를 자랑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막대한 금액을 투입한 탓에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금호산업을 포함한 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금호석유화학이 각각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금호렌터카·금호생명·금호고속 등은 매각됐다. 게다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에 벌어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인해 그룹은 산산조각 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행보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지만 자금 조달을 둘러싼 잡음이 발생하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 사진=연합뉴스

 

자금난에도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 설립

 

5년여 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속속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졸업하게 된다. 박삼구 회장 또한 2015년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시동을 걸었다. 금호산업 인수로 건설과 항공, 터미널, 여객, 리조트 등 과거 그룹 핵심 사업을 대부분 되찾게 됐다. 최근 그룹 부활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사재(私財)를 처분했고, 계열사들로부터 현금을 끌어모았다.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공시의무 위반, 부당지원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까지 당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건립되는 기내식 공장 건설공사 입찰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편법을 동원해 내부거래를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15년 만에 기내식 공급(케이터링) 업체를 교체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내식 사업의 지분 20%만 남기고 나머지를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인 LSG그룹에 넘겼다. 2003년 7월1일부터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5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5년 단위로 두 차례 연장해 왔다. 그러던 중 케이터링 업체 변경을 결정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7월부터 새로운 업체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LSG코리아 측은 계약 연장을 위해 수차례 우위의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공정한 입찰 기회조차 없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업체 변경 과정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부채를 갚기 위해 허덕이는 회사가 알짜배기 사업을 너무나 손쉽게 장기간 다른 회사에 넘겼다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부터 기내식 공급을 맡게 될 게이트고메코리아(GGK)에 지분 40%(533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의 한국 법인으로, 아시아나항공과 합작해 설립됐다.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말 부채 규모(연결재무제표 기준)는 7조1146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약 640%에 달한다.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662억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11월2일부터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청약률은 30.49%에 불과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4500원대에 불과했지만, 유상증자 신주 가격을 5000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때문에 자금조달 금액은 507억원 정도에 그치게 됐다. 그것도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500억원 규모를 청약한 결과였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업권을 넘기는 대신 게이트고메 측에서 투자비용을 부담했다”며 “우리 회사에서 신규로 투입된 자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게이트고메스위스 측에서 제공한 사이닝 보너스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30년 영업권의 보너스로는 오히려 너무 적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주사에 자금 투자’ 대가로 알짜사업 내줬나

 

당시 금호산업의 유상증자 참여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금호산업은 경영권 강화를 명분으로 출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 금호산업의 자금 사정도 아시아나항공 못지않게 좋지 않았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7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 2016년에 금호산업, 아시아나아이디티 등 7개 계열사로부터 966억원을 차입했다. 그만큼 자금 압박이 심각했던 상황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도,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자금 여건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에 500억원을 투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케이터링 업체를 합작 형태로 설립하기 위해 533억원을 투자한다. 왜 그랬을까. 실마리는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의 투자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3월 중국의 HNA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HNA그룹은 중국 4위 항공사인 하이난항공 및 힐튼호텔의 최대 주주였다. 세계 최대 지상조업 업체인 스위스포트, 세계 3대 항공정비 업체인 에스알테크닉 등을 소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향후 호텔, 리조트 개발, 지상조업, 항공기 정비 등 전반에 걸친 사업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게 된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인 게이트고메스위스 또한 HNA그룹의 계열사다.

 

HNA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한 금호홀딩스는 박삼구 회장 등이 지분 65.09%를 소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다. HNA그룹은 금호홀딩스에서 만기 20년의 16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했다. 금리 0%에 만기 20년 조건이었다. 20년 동안 무이자로 1600억원을 빌려준 셈이다.

 

대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을 먼저 내줬다. 2018년 7월1일부터 기내식을 납품한 뒤 공급 수익의 60%는 HNA그룹이, 40%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져가는 구조다. 기존 LSG코리아와 5년 단위 계약을 해 온 반면 게이트고메코리아와는 30년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선 30년이라는 장기계약을 맺은 것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계열사 사업권을 주는 대가로 오너 혹은 지주회사가 잇속을 챙겼다면 자칫 배임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존 공급자인 LSG코리아 측에 원가 공개 등을 수년째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뢰관계가 무너져 있던 상황이었다”며 “게이트고메 측에서 제시한 조건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사업권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0%를 갖기 때문에 배당 이익도 늘어날 뿐 아니라 해당 공급업체 측에 부사장급 2명이 관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신규 설비 건설비용 등을 모두 게이트고메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설비 투자가 줄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기내식이 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500억 규모 사업, 결국 최대주주 품에?

 

이때까지만 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선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160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오는 대신 알짜배기 사업을 넘기고 지분을 투자했다는 것은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선 금호고속, 금호타이어 인수 등으로 자금이 급한 점을 고려해도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지막 퍼즐의 단서는 기내식 납품설비 건축공사 입찰 과정에서 풀렸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게이트고메코리아 기내식 납품설비 건축공사 입찰 관련 문건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0%를 보유한 GGK는 5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한다. 오는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인천국제공항 인근 2만5549.70㎡ 부지에 기내식 공급 시설을 건설하는 공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 과정은 통상적인 절차와 달랐다. 일정 수준 규모 건축사업의 경우 통상 시공능력 순위나 시평액 기준 등의 자격을 제시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또한 입찰 일정도 연기됐다. 당초 5월2일 입찰서류를 배포한 뒤 같은 달 26일에 입찰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이후 6월16일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축 설계가 늦어져 완성 도면이 미흡해 제출 일정이 변경됐다. 입찰서 제출 기한이 6월22일로 변경됐고, 시공사 선정도 7월14일로 미뤄졌다. 업계에선 특정 기업을 밀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시사저널은 게이트고메의 아시아 총관리인인 안드레아스 베버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끝내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당초 시공순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6~8곳 정도가 관심을 가졌으나 절반은 입찰서 제출 직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4곳이 입찰서를 제출하고 인터뷰 등을 진행했지만, 결국 시공사로 선정된 곳은 금호산업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낙찰 업체를 정해 놓은 형식적인 입찰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입찰 대행사 관계자는 “​시공능력 순위나 시평액 기준 등은 주로 공공기관 프로젝트에서 적용하고 민간 기업은 자체 기준을 적용한다”​며 “​규모나 인원 프로젝트 경험, AS 능력 등 자체 기준을 적용해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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