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착취’ 마사회서 2개월 사이 2명 목숨 끊어”
  • 김완식 기자·이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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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노조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탓…진상 밝히겠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마구간에서 14년 동안 말을 돌보던 마필관리사 이현준(37)씨가 8월1일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운 채 세상을 등졌다. 

 

부산에서 국내 1호 말 마사지사인 마필관리사 박경근(40)씨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5월 목숨을 끊은 데 이은 두 번째 마필 관리사 자살 사건이다.  

 

유가족과 마필관리사 노조는 “착취 구조 속에 진행된 과도한 업무가 죽음의 원인”이라며 한국마사회의 경영진 처벌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은 최근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발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왔다. 한국마사회는 5월19일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인력의 정규직 전환대책 마련과 말산업분야의 일자리창출 성공모델을 찾기 위해 ‘상생일자리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본격적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원들은 7월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부산 경마장에서 일하다 최근 목숨을 끊은 마필관리사 박모(38)씨를 추모하고 한국마사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 사진=연합뉴스

 

“​이양호 마사회장 비정규직 문제 해결한다더니”​

이 회장은 “경영효율화에서 공공성 강화로 공공기관정책이 옮겨지는 추세에 발맞춰 일자리 마련과 상생경영을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며 “전담조직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에 발 빠르게 화답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마사회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마필관리사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권까지 나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마사회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힐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8월2일 논평을 통해 “​이처럼 안타까운 사태는 한국마사회가 공기업임에도 비정규직 비율이 80%를 넘고, 마필관리사들이 마사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만 비정규직보다 더 못한 간접고용이라는 형태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측은 마사회 경영진의 즉각 퇴진과 국회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993년 이후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 고용 여건이 악화된 점을 사건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는 “수개월의 팀장 병가 기간 중 이 씨가 팀장 업무를 추가로 수행했고, 팀장 복귀 후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말을 탈 수밖에 없었다”며 “마사회의 노동착취 구조를 끝장내는 투쟁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씨의 유족으로부터 장례 절차를 포함해 명예회복, 진실규명, 재발 방지 등에 관해 일체를 위임받은 상태다. 


실제로 8월1일 오전 10시10분 창원 진해구의 한 농장 입구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현준씨는 부산 경마장 23조 마방 소속 마필관리사로, 전날인 7월31일까지 정상 출근했다. 경찰은 현재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목숨을 끊은 배경에 회사와의 갈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마필관리사 노조 양정찬 부산경남지부장은 “이씨는 일주일 전에 마주와 회식을 하고 장염에 걸려 병원에 4일 정도 입원했는데, 완전히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근했다”며 “노조원인 이 씨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경주마가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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