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들 휴가 떠났지만 정치권은 ‘SNS 설전’ 중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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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vs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vs 바른정당 정치 공방 이어져

 

정치권 지도부들이 휴가에 들어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7월31일부터 휴가를 선언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휴가철에도 정치권의 감정 섞인 기 싸움은 거세다. 특히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의 대표가 휴가 기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정치공방’의 중심이 되면서 정당들 사이에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를 인용한 선문답을 비롯해 ‘첩’이나 ‘시궁창’을 언급한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머리 자르기’ 발언을 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에 당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 뒤 국민의당 측이 추 대표를 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추 대표는 자신의 SNS에 연일 정호승 시인의 시를 올리면서 우회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한 검찰조사가 발표된 날, “국민의 당에 드리는 시”라며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라는 시를 게시했다. ‘바닥까지 걸어가야만/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그냥 바닥은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라는 구절이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추 대표와 홍 대표 휴가 중 막말동맹”

 

이에 대해 국민의당이 반발하면서 추 대표는 휴가 중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가 막말을 쏟아내면서 국민의당을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집권 여당 대표라고 하면 산적한 국정 문제를 야당을 설득해서 풀어나가야 되는데 자꾸 싸움질만 걸어오는 걸 보면 청와대가 부담되겠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당 비난 전담 대표 같다”고 말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 대표가 휴가 중에조차 국민의당에게 막말을 쏟아내야만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한참 잘못된 일이고, 우리 정치의 큰 불행”이라고 언급했다. 또 “추미애 대표는 여름 휴가 동안 우리 정치를 위해 여당 대표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에 ‘나무에 대하여’ 라는 시를 옮기면서 답변했다. 추 대표는 “너무 쉬운 길 가려하지 말자”며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가 곧은 나무보다 더 아름답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국민의당의 공격을 받는 자신을 곡절 많고 ‘외풍’에 시달리지만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에 비유해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 공격을 개탄한다”며 “추 대표와 홍 대표는 과거 적대적 공존하던 양당제의 미몽에 빠져 휴가 중에도 마치 막말동맹을 맺은 것 같다”며 추 대표와 홍 대표를 함께 비판했다. 홍 대표는 역시 휴가 중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에 대한 ‘첩’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홍 대표는 8월1일 “지금은 좌파 진영도 분열돼 있고 우파 진영도 분열돼 있다. 정당의 통합은 인위적 정계 개편보다 국민이 선거로 심판한다”며 보수정당 통합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도 첩은 첩일 뿐”이라 언급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바른정당 “홍 대표, 여성과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이에 바른정당은 극도의 여성비하 발언이라고 강도 높게 반발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홍 대표가) 여성을 비하하는 전근대적인 인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데 지극히 유감”이라며 “그 분의 수준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떻게 아직도 이런 억압의 시대, ‘봉건시대’의 사상으로 세상과 사물을 볼 수 있을까”라며 “여성과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 “홍 대표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 되었다”며 “그가 바른정당을 두고 어떤 말을 하는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저 측은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하루도 막말을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냐”며 “입만 열면 시궁창 냄새가 진동한다”며 홍 대표를 원색 비난했다. 하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신보수주의’ 가치 지향 정당을 선언하는 혁신선언문을 발표한 데 대해 “일베당이 신보수면 파리는 새”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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