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벤치마킹한 安의 당권 도전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4 17:43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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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장악 통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확보 노림수

 

19대 대선에서 참패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겠다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조기 등판했다. 안 전 대표는 8월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7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당대표 선거에 나서는 것에 대해 “결코 제가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전대 출마를 요청하는 당내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등판론은 7월31일 검찰수사 발표를 기점으로 확산됐다. 검찰이 ‘문준용씨 취업특혜의혹 제보조작사건’과 관련해 ‘윗선’ 개입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당의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부터다.

 

안 전 대표의 출마 명분이 확보되자 원외 지역위원장 109명은 7월29일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하는 서명서를 전달했다. 국민의당 당원들로 구성된 미래혁신연대도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촉구했다.

 

8월3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하는 이유 계속 설명해”

 

제보조작사건 이후 텃밭인 호남 민심이 허탈감과 실망감에 등을 돌리자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다급해진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당 혁신을 이끄는 ‘구원 투수’로 나서 지방선거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지역위원장들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안 전 대표의 ‘복귀’를 강력히 요청한 셈이다. 한 당협위원장은 “안 전 대표가 당을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호남 민심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그런 역할을 할 적임자는 안 전 대표뿐’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도 출마에 대한 요청이 쇄도하자 당내 여론수렴 절차를 밟았다. 그는 8월1일 당 투톱인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이어 2일에는 박지원 전 대표와 송기석 의원을 만나고 8명의 초·재선 의원들과 잇따라 만찬을 가지는 등 당 내외 인사들과 두루 접촉했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출마 쪽에 마음이 쏠려 있는 것 같다”며 “(초·재선 의원들이) 출마 반대 의견을 많이 냈는데, 안 전 대표는 왜 이 시점에 출마해야 하는지 계속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의원들은 “시점이 적절치 않다”며 안 전 대표 본인을 위해서라도 출마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들의 만류에도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당권 도전에 나섰다. 그의 출마는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를 통해 당을 장악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다는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당권을 제대로 장악해야 5년 후가 더 확실해진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에 당권을 거머쥘 경우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는 당내 세력을 확장하면서 사실상 당을 ‘안철수당’으로 만들고 5년 후 대권 재도전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에도 곧바로 당권을 장악해 ‘홍준표당’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을 벤치마킹한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당권을 지렛대로 제3지대 연대를 모색하며 야권 통합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려 하는 듯하다. 장기적으론 정계 개편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도 읽힌다. 여야의 역학구도를 보면 제3, 4당이 거대 양당의 패권에 밀려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연대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압도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을, 107석을 가진 한국당은 바른정당을 각각 흡수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월31일 박주선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대표(왼쪽 셋째부터) 등 국민의당 전·현직 지도부가 국회에서 19대 대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분 격화로 오히려 수습할 기회 놓칠 수도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최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제3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만났다. 김 의원도 안 전 대표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한국당, 국민의당 일부 의원과 함께 초당적 정책 공조 모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의 위기로 붕괴 위협을 받고 있는 다당제를 수호하려는 안 전 대표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부활하고 국민은 그저 포퓰리즘의 대상이 되고, 정쟁에 동원될 것”이라는 안 전 대표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원내 제3, 4당이 있어서 우리 정치에서도 협상하고 타협이 이뤄지는 정치문화가 형성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한 당내 반발도 거세 내홍(內訌)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당내 의원 12명이 3일 성명을 내고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며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안 전 대표가 국민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 불과 보름 전”이라며 “제보조작 사건에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것으로 대선 패배 책임이 덮어지고 정치 복귀 명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20여 명은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이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 “(한국당) 홍준표 (대표)보다 더 한 사람이다. 제정신인가”라며 “전부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천정배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최악의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안 전 대표가 비록 출마선언을 하였지만 아직도 후보등록일인 10일까지는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고 결정 재고를 에둘러 요청했다.

 

안 전 대표가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 없이 오로지 권력만을 좇는 태도를 보이면서 당내 화합은커녕 분열을 키우는 형국이다. 국민의당이 당권 다툼에 당 위기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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