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기생충”이라며 공익제보자 색출 요구한 이상한 노조
  • 차성민 기자 (sisa3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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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관광공사 노조 “사장 사퇴 배경은 인천시 및 시의회 등 외부 세력” 주장 논란

 

인천관광공사 황준기 사장의 사직서가 수리된 가운데, 공사 노조가 황준기 사장의 퇴임 원인이 인천시와 시의회 등 외부 압력 때문이라는 대자보를 붙여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내부고발자를 ‘기생충’에 비유하며 공익제보자 색출을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있어 인천시와 시의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공익제보자 색출을 요구하며 인천관광공사 노조가 회사 내부에 붙인 대자보. @차성민기자

 

 

​인천시 및 시의회의 부당한 압력으로 조직 짓밟혔다​  

 

7일 인천관광공사와 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공사 내부 게시판에 ‘사장 사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노조는 대자보를 통해 “결국 사장이 사퇴했다. 이 현실이 무겁도록 안타깝다. 우리 스스로 자성의 노력을 가졌음에도 또다시 외부 세력이 우리 조직을 흔들고 짓밟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외부의 부당한 압력, 불순한 의도로 그와 내통하는 조직 내의 적폐에 대한 경고와 함께 되풀이되는 악습을 끊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말하는 외부 압력은 인천시와 시의회 등이다. 인천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외부세력이 누구냐’는 질문에 “노조가 말하는 외부압력은 시와 시의회 등이며 언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자보를 통해 언론에 사진을 제공한 내부직원을 ‘기생충’​이라고 표현하며 “​더 이상 공사에서 활동할 수 없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이 찾은 내부고발 원인도 황당하다. 

 

노조 측은 “그동안 이런 일이 계속된 것은 공사라는 공조직의 구조상 본인은 아무런 피해를  받을 리 없고, 또 본인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사측은 내부 기생충이 더 이상 공사에서 활동할 수 없게 조치하라”고 공익제보자를 색출을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감사청구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시의회노동계 ​노조가 공익제보자 색출이라니

 

이같은 소식을 접한 인천시와 시의회, 시민단체는 황당하는 반응이다.

 

황준기 사장의 사퇴 책임을 시와 시의회에 찾고 있는데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가 되려 내부고발자를 기생충에 비유하며 사측에 이른바 ‘색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천관광공사 문제를 공론화한 인천시의회 이강호 시의원은 “정신없는 사람들 아니냐”며 “조직 안정을 위해 노력한 시의원들에게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황준기 사장의 사직서 제출은 본인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인데, 노조가 왜 이런 내용의 성명을 냈는지 알 수 없다. 어용노조가 아니면 이런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시 관계자도 “황준기 사장 본인의 잘못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사직서를 제출한 것인데 왜 이런 내용의 대자보가 걸렸는지 파악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더 거세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관계자는 “사측에서 이런 주장을 해도 어이가 없는 일인데, 노조가 이런 대자보를 붙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익제보자를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노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노조 집행부 회의를 통해 대자보를 내보낸 것이고 직원들이 시의회나 시 쪽에 내부 사실을 발설해 조직을 힘들게 했다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는 외부 발설보다는 자정능력을 갖추자는 취지에서 대자보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 측은 감사원이 특혜 채용이라고 결론을 낸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사측에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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