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취임 100일 성적표·사회] 찬반 양론 엇갈린 난제들 결단의 순간 다가왔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8 13:51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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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사드배치·脫원전 등 현안 산적…“지난 100일보다 앞으로 100일이 더 중요”

 

문재인 정부의 100일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출범하다보니 내각 구성에서부터 각종 급박한 현안을 정리하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출범 직후 100일보다 내각 구성이 완료되고 본격 현안들을 풀어나갈 앞으로의 100일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 당장 풀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다. 사회분야 현안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부문이 검찰 개혁이다. 개혁 의지는 명확히 확인했지만, 검찰 반발과 국회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배치 또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탈원전 정책 역시 작은 실수가 자살골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점 현안들 모두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라 어떻게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나갈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결전 임박한 문재인式 ‘검찰 개혁’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가늠자다. 어느 정권이나 검찰 개혁을 언급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난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정의 칼날을 정권과 분리시키기 어려웠고, 과도한 힘은 권력형 비리를 낳았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스캔들은 검찰 개혁을 둘러싼 최후의 결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안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검찰 견제’와 ‘독립성 보장’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 대선을 치른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강도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권력기관 개혁 공약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일단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줘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식 수사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또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원칙적으로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검찰엔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경찰에 독자적인 영장 청구권까지도 넘기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연히 검찰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다.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총장 임명에 권력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나아가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해 견제와 감시를 받도록 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억제, 검사 징계위원회와 감찰위원회 위상 강화를 통한 검사 징계의 실효성 확보 등도 주요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검찰 개혁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주력했다. 검찰에 몸담은 적 없는 진보적 법학자인 조국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이 서막이었다. 이어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전격 지시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한 것은 고강도 인적 쇄신의 예고편이었다.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까지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을 이끌기 위한 ‘트로이카 체제’를 완성했다. 문 대통령은 7월25일 문 총장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치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는 7월27일 단행된 고검장과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에서 재차 확인됐다. 법무부 소속 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을 검사가 아닌 고위공직자가 맡을 수 있도록 직제를 개편하면서 법무부 비검찰화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검찰 조직이 얼마나 순응하느냐 여부에 성패가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조직을 살리기 위해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비리를 터뜨리려 한다는 소문이다. 그만큼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와대에선 부정하고 있지만 문 총장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개혁 과제들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민정수석을 지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당시 변호인으로 참여해 누구보다 검찰 생리를 잘 아는 문 대통령이기에 검찰 조직의 반발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월3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규탄 집회에서 성주·김천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모호한 사드 배치…결단 촉구 목소리도

 

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7월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문재인 정부가 사드 임시 배치,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결정을 내린 뒤 여당과 여당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자칫 국민적 설득에 실패할 경우 이라크 파병 결정과 한·미 FTA 문제로 지지층을 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촉발된 사드 배치 논란은 해를 넘기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사드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단순 논의에서 대미(對美)·대중(對中) 정책 등 외교 안보의 핵심 사안으로 급부상했다. 우리 정부가 안보 위협이라고 여기며 무역 보복까지 불사하고 있는 중국과 미사일 방어 체계를 완성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너무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사드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일각에서 “오락가락 행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의 사드 관련 발언은 실제로 모호했다. “득보다 실이 많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사항으로 취소가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기존 합의사항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가 “차기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한 발 물러섰다.

 

취임 이후에도 전략적 모호성은 바뀌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경위를 조사하라고 발표하고,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배치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에서 바라보면 무기력하고 답답하게 비춰질 수 있다. 다른 편에선 갈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미국·중국과 협상을 통해 풀어가려는 외교 방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대북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 외교부는 사드 임시 배치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임시 배치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한·미 양측이 중국의 이익과 우려를 직시하고 유관 배치 과정을 중단하며 유관 설비를 철거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어쩔 수 없이 공약의 일부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며 “성주 주민이나 당내 반발은 당연하지만 당 지도부나 청와대가 나서 사정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후보 시절부터 확고부동했다.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과 건설 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등을 공약했다.

 

7월3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화들짝 놀란 ‘脫원전’

 

취임 직후 탈원전 정책은 속도를 냈다. 문 대통령은 6월19일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곧바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전력 공급 계획에 대한 우려와 전기요금 상승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그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을 직접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 전략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만 하더라도 2079년까지 가동된다. 앞으로 6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탈원전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며 “전기요금이 크게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력 수급에 이상이 없다면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도 폐쇄할 수 있고, 2030년까지 몇 개 더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탈원전을 향한 길은 첩첩산중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데다 찬반 여론도 극명히 갈리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가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중단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다. 정부는 6월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최대 3개월 동안 여론 수렴을 거쳐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논란에 불이 붙었다. 결정 권한을 놓고 정부와 공론화위원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시행 로드맵을 함께 수립할 때 가능하다”며 “에너지 산업 인력재편 등 정부가 본격적으로 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에 나서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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