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취임 100일 성적표·여론] 감성정치 견인한 고공행진, 인사·정책 논란에 발목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8 16:20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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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지지도로 분석한 문재인 정부 100일

 

출범 100일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여전히 70%를 상회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전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같은 기간 지지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물론 현재의 높은 지지도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정권교체에 따른 국민들의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당분간은 높은 국정지지도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역대 대통령 직무 긍정률 최고치 경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취임 2주차인 5월 셋째 주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1.6%를 기록했으며, 5월 넷째 주에는 84.1%까지 치솟았다. 이 시기는 조각(組閣) 작업이 한창이던 때였다. 문 대통령은 이 기간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을 임명했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로 절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감성정치’가 빛을 발했다. 문 대통령은 5월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울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을 감싸 안으며 국민에게 감동을 줬고, 지지도는 급격히 치솟았다. 여당인 민주당도 같은 기간 동안 50% 중반의 지지도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처음 출렁인 것은 6월 첫째 주다. 리얼미터 6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처음으로 70% 후반대로 떨어졌다.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고, 야당의 공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인사원칙에 대한 말 바꾸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지지도가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여전히 80%가 넘는 지지도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6월 첫 주가 돼서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는데, 첫째 주 문 대통령이 기록한 84%의 긍정률은 한국갤럽 조사 중 역대 대통령 직무 긍정률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이다. 과거 대통령 직무 긍정률 최고 기록은 1993년 6월과 9월 김영삼 대통령의 83%였다.

 

두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한 지지도가 동시에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6월 중순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6월 둘째 주 78.9%에서 75.6%(셋째 주), 74.2%(넷째 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처음으로 70%대로 내려앉았다. 당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여러 논란 끝에 6월16일 자진 사퇴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 등으로 인한 인사 논란이 커지던 때였다. 이로 인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한층 강렬해졌다.

 

7월에 접어들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70%대에서 고착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7월 초 한·미 정상회담 기간 잠깐 80%를 넘었지만 이후 두 여론조사 기관 모두에서 70%대 중반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찬반여론이 여론조사에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업자들의 반발을 불렀고,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이들은 그 이유로 ‘독단적이다’(13%)와 ‘원전 정책’(13%)을 주로 꼽았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정 평가와, 원전 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이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50%만 넘겨도 성공적”

 

문 대통령의 지지도와 관련해 눈에 띄는 현상은 하락세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대 다른 대통령들의 경우 한번 시작된 하락세가 멈춘 전례는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취임 100일이 되기도 전에 2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실제 리얼미터 7월24~26일 조사에서는 2주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74%를 기록, 반등세를 보였다. 한국갤럽의 7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도 전주보다 3%포인트 상승한 77%로 올라섰다. 리얼미터 측은 “대다수의 국민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도의원의 ‘들쥐 발언’ 후폭풍에 의한 반사이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앞으로도 한동안 높은 지지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에 대한 사진 한 장이 나오더라도 박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또 야당이 결집하지 못하면서 견제세력이 부재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4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긍정 평가자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만 넘겨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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