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무기 북핵 막을 만병통치약 아니다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0 11:01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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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안보브리핑] 전략자산인 폭격기, 항공모함 모두 비대칭전력에 불과

 

북한이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지난 7월4일 화성-14형 ICBM 1차 발사 이후 24일 만인 7월28일 2차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이번 발사는 종전과 달리 밤 11시41분에 이뤄졌고, ICBM 기지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자강도 전천군 일대에서 쏘아올렸다. 다른 때보다 훨씬 실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사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차 발사 결과 화성-14형의 사정거리는 1만~1만1000km에 달해 미국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대기권 재진입 능력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한마디로 이제 북한은 비록 초기형이나마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을 전략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계속되고 있다. 7월4일 화성-14형 1차 미사일이 발사되자 미국은 4일 후인 7월8일 B-1B 폭격기를 2대를 한반도에 파견했다. 이날 비행에서 B-1 폭격기편대는 GBU-56 2000파운드의 레이저통합직격탄(LJDAM)을 필승사격장에 떨어뜨린 후 군사분계선(MDL)까지 접근해 무력시위를 하며 우리 영공을 빠져나갔다. 과거에도 B-52 폭격기나 B-2 스텔스 폭격기가 국내에 폭탄을 투하한 바 있지만, 훈련 후에 이렇게 MDL 무력시위까지 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에도 B-1 폭격기 편대는 또 나타났다. 역시 무력시위 차원이었다. 한반도에서 3150km 떨어진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1 편대가 날아오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2차 발사 이후 B-1이 한반도에 출동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0시간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미국 전략무기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는 금물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6월1일 동해에서 공동 훈련을 개시한 미국의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뒤쪽), 칼빈슨함(앞쪽)이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탑재 호위함 '휴가'(왼쪽)와 나란히 한 모습 © 사진=AP연합

 

전략자산 상시 배치 부재

 

지난 5월29일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 발사 때 B-1 편대는 5시간 만에 동해에 출동한 바 있지만, 이는 사전에 있던 훈련 일정이 우연히 맞았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을 때 출동태세가 30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늦는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B-1B ‘핵폭격기’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 언론들은 ‘죽음의 백조’라며 그 능력을 칭송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B-1은 현재 핵폭격기가 아니다. B-1은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무기 감축협정인 START II 협정에 따라 현재 핵운용 기능을 제거하고 재래식 폭격기로서만 사용되고 있다. 물론 추후에 B-52가 퇴역하면 핵폭격기로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유사상황이 벌어지면 핵무장을 한 채로 곧바로 투입될 수 없다.

 

전략자산이 제때에 배치되지 못한 채 북한 핵공격이 임박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런 불안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안보의 취약요소 중 하나다. 우리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형 3축 체계로 대항하고 있다. 문제는 3축 체계가 모두 비핵수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비핵수단만으로 핵을 막는 군사전략은 없다. 핵은 핵으로 막는 것이 기본이다. 핵무장을 할 수 없는 우리는 그래서 미국의 핵무기로 보호를 받는다. 소위 핵우산이다. 전 세계에서 약 29개국 10억9000만 명의 인구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핵우산이 과거 냉전시절처럼 넓지 못하다는 것이다. 냉전시기 동안 미국은 7만여 개의 핵탄두를 생산하고 가장 많은 때는 3만1000여 개를 보유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6800여 개의 핵탄두만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2800개는 미·러의 신(新)전략군축협정(New START)에 의거해 해체될 예정이다. 즉 남아 있는 핵탄두는 4000개가 전부인데, 그중 1650개가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폭격기 등에 실전 배치되어 있다.

 

미국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왼쪽)와 핵추진 잠수함 콜럼버스함 © 사진=EPA연합·연합뉴스

 

비핵수단으로 핵 방어 못해

 

또한 핵무기 이외에도 항공모함이나 순항미사일 탑재 원자력추진 잠수함(SSGN)과 같은 엄청난 화력을 가진 무기체계도 핵우산을 보조한다.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II와 같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도 북한에 대한 우위를 갖는 비대칭전력이다. 핵무장능력이 제거된 B-1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재래식무기들도 ‘전략자산’으로 불리면서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의 핵심 전력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상시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본까지가 전략자산 배치의 한계선이다. 북핵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에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플랫폼이 부족해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미국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북한 핵무장은 이제 점점 현실화돼 가고 있다. 이미 5차 핵실험을 통해 최소한 한반도나 주변국까지 공격할 전술핵능력은 갖추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만, 실제 핵전력이 구체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아직 짧으나마 시간이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한 뒤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일단 스스로 핵무장을 완성한 국가가 핵을 내려놓은 사례는 없다.

 

그래서 다시 전술핵을 들여놓자는 말이 나온다. 한때 한반도에는 최대 950여 발의 핵탄두가 있었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다시 전술핵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군사적으로도 타당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핵을 막을 수 있는 전력은 오직 핵이다. 특히 전술핵은 파괴력이 제한되며 더군다나 B61 Mod12와 같은 스마트 핵폭탄은 지하에 위치한 북한 수뇌부 벙커만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어 핵공격으로 인한 부수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전술핵 도입은 외교적 협상을 위해서도 타당하다.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교환조건으로서도 한반도에 북한의 핵과 맞바꿀 핵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우선 전술핵 보유량이 700여 발로 줄어들었고, 그중에서 150발은 유럽에 배치되어 있다. 비용도 문제고 당장 어떤 시설에 어떻게 보관하고 운용할 것인지도 문제다. 더욱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와 같은 방어체계조차 배치가 쉽지 않았던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들여온다는 것은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민적 지지가 있다 해도 중국·러시아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미국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리 만무하다.

 

당장 전술핵 배치가 어렵다면 가능한 선택지도 있다. 역사적 사례를 돌이켜보면 해답이 있다. 1976년 도끼 만행사건 이후 미국은 진해항으로 미 해군의 원자력추진 전략잠수함(SSBN·전략원잠)을 정기적으로 주둔시켜왔다. 원자력 잠수함이 한반도를 찾는 일은 잦지만, 핵미사일인 SLBM을 장착한 전략원잠(原潛)이 정기적으로 온 것이다. 이는 해외에 전략원잠을 입항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벗어난 매우 예외적이고도 강경한 대응이었다.

 

북한의 ICBM 개발과 같은 엄중한 사태를 비핵 수단으로만 응징할 수는 없다. 강경한 대응을 기반으로 해야 북한도 대화와 협상에 나올 수 있다.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핵전쟁을 대비하고 그러한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은 바로 이러한 때에 빛을 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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