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직 쌈짓돈마저 본사가 챙기는 르노삼성
  • 배동주 시사저널e. 기자 (ju@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16 15:03
  • 호수 14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업직 대납 계약금 반환 안 해…일선 영업점 ‘역차별’

 

르노삼성자동차가 갑(甲)의 위상을 앞세워 판매 일선에 있는 지점·대리점 소속 영업직원의 쌈짓돈을 본사 수익으로 돌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신차 구매 계약해지 시 계약금 10만원을 반드시 ‘계약 고객 계좌로 돌려줘야 한다’는 규정을 역이용해 영업직원의 대납 계약금을 반환해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 영업직원은 대납한 계약금 1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고객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고객이 직접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재차 요청해야 하지만, 계약금을 돌려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구매를 확정하고 영업직원에게 계약금 대납까지 요청해 둔 상태에서 갑자기 해약한 고객은 미안해서라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게 영업 현장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판매 일선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영업지점당 대략 연평균 5건의 대납 계약금 미반환이 일어나고 있다. 영업직원 1명이 네 번이나 계약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르노삼성 영업 일선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르노삼성 영업지점이 200여 곳에 달했던 만큼, 지난 한 해 동안 약 1억원에 달하는 미반환 대납 계약금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직원에 의한 신차 구매 계약금 대납은 국내 완성차 판매 일선에서 통상적인 일이다. 신차 출시 이후 사전계약에서는 물론, 차량 판매 유도에도 수월해 영업직원의 계약금 10만원 대납 제시는 관례로 통용돼 왔다. 르노삼성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출시 기념 계약금 10만원 지원, 시승 이후 구매 시 계약금 면제 등 판매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영업직 직원들이 대납한 계약금을 계약해지 시 반환하지 않고 있어 직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박정훈

 

이상한 규정 앞세워 본사가 ‘꿀꺽’?

 

다만 르노삼성은 판매 영업직원의 계약금 대납 이후에 이뤄진 고객 변심은 상황 특성상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대납 행위 자체에 대한 근절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 본사의 갑질로 힘없는 판매 일선 영업직원들의 주머니가 털리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르노삼성과 유사한 계약금 반환 조항을 가지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영업직원이 계약금을 대납할 경우, 반드시 대납확인서를 끊도록 함과 동시에 가능한 한 영업직원에 의한 계약금 대납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국GM은 계약금 납부를 위한 가상계좌를 열고 계약금 대납 이후 계약해지 시 영업직원 통장으로 직접 반환한다. 쌍용차 규정 역시 한국GM과 동일하다.

 

문제는 돌려주지 않은 대납 계약금이 고스란히 르노삼성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르노삼성 판매 영업직원으로 근무했던 이아무개씨(46)는 “대납하고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만 30만원”이라면서 “전국에 저와 같은 계약금 대납으로 르노삼성에 돈을 낸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사는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남부에 있는 르노삼성 판매대리점에서 일하는 한 영업직원도 “이곳에서 대납 계약금은 고객 해약 시 거의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투자라는 생각으로 대납에 나선다”면서 “일단 직접 계약과 함께 10만원을 내면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돈을 잃는 일은 없다. 그렇다 보니 르노삼성 내에서도 대납을 막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르노삼성 판매 일선에 있는 지점장과 대리점주는 물론 본사 거점 사업소까지 차량 판매 과정에서 영업직원에 의한 계약금 대납이 빈번한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 압박에 못 이겨 르노삼성 자동차 판매 영업직을 그만뒀다는 최아무개씨(56)는 “지점장이 대납이고 뭐고 차나 팔라는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르노삼성은 계약금 반환 규정을 계약 당사자 계좌 입금으로 지정함으로써 매년 1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씨는 영업직원 “1개 판매 전시장에 10명 넘는 영업직원이 있는 경우도 있어 개인으로 따지면 연평균 대납금 미반환 5건이 적을 수 있지만, 매년 누적되는 돈이다 보니 르노삼성 본사 입장에선 짭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명백한 부당이익으로 해석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법률상 원인 없이 르노삼성은 이익을 얻었고 반대로 판매 영업직원은 손해를 입은 만큼, 명백한 부당이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에 관한 법 조항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같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반대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사소송을 전문으로 처리해 온 한 변호사는 “계약 당사자가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실제로 돈을 낸 영업직원에게도 대납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챙기는 것은 부당이득 청구 소송 대상이 된다”면서 “르노삼성이 차량 판매 관련 내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판매 영업직원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으로 르노삼성이 돈을 가질 자격은 없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측은 계약금 납부를 완료한 이후 구매를 취소하면 환불까지 최소 1~2주가 걸리는데 여기에 고객 계좌 입금 규정마저 없으면 시간은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계약 당사자 계좌로 회사에서 직접 입금할 수 있게 해 계약금 반환 지연을 막기 위한 규정이라는 해명이다. 다만 대납 계약금 미반환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또 계약금 반환 규정이 영업직원의 계약금 대납으로 생길 수 있는 쌍방대리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를 대리해 차량 판매를 하는 영업직원이 고객을 대리해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까지 내면 이해충돌 발생 시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쌍방대리는 법적으로도 금지된다. 이에 대해 정진 법무사무소 희우 변호사는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리하는 판매 영업직원이 고객의 계약서 및 계약금을 내는 것은 쌍방대리로, 민법 제124조에 의해 금지되는 게 맞지만 여기엔 예외 규정이 있다”면서 “본인이 허락한 경우는 쌍방대리가 가능하다. 자동차 판매 영업직원은 계약금 대납에 앞서 고객의 허락을 당연히 득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판매 과정에서 이뤄지는 계약금 대납은 고객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업직원이 계약금을 대신 내고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선 계약서에 구매 고객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기재해야 한다. 전직 르노삼성 판매 영업직원 이아무개씨(47)는 “르노삼성 영업직원 대다수가 르노삼성에 계약금 반환 불가로 돈을 빼앗겨 봤는데, 누가 고객 요청과 동의 없이 10만원을 덜컥 내겠냐”고 반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