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직 국정원장도 당한 목사와 전직 신부의 사기 사건
  • 전주=박혁진·구민주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1 11:09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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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성 목사’와 ‘전직 신부’의 장애인단체 공금횡령 공모 의혹 사건 전말

 

개신교 현직 목사라고 주장하는 여성 사회복지사가 허위 경력증명서를 바탕으로 장애인단체를 설립해 여기에 들어온 수억원의 기부금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은 돈을 가로채는 과정에 면직된 천주교 신부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함께 기소했다. 두 사람은 전북 지역사회에서 덕망 있는 종교인으로 존경받아 왔지만, 검찰수사 결과 그들은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여성은 정부에서 발급한 의료인 면허 없이 봉침(벌침)을 시술했다는 혐의(의료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그가 남성의 성기에 봉침을 놓고 이것을 빌미로 남성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는 다수의 증언도 취재 과정에서 나왔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전직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다수의 저명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홍보에 활용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 여성 복지사는 ‘자신은 미혼모이며 5명의 아이들을 입양했다’고 주변에 홍보했다. 하지만 여성은 입양한 아이들 중 2명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24시간 어린이집에서 몇 년간 키워졌고, 한 자녀는 입양 두 달 만에 파양됐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숨기고 아이들을 홍보에 활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SNS에 남아 있다. 전직 신부는 수녀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성추문으로 면직을 당했음에도 지역기반을 옮겨 범죄에 가담하다 이번엔 사법기관에 꼬리를 잡혔다. 유명 소설가인 공지영 작가는 이 신부가 현직으로 있을 당시 각종 기부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고, 신부는 이에 공 작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공 작가는 지난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관련기사 : 성금 횡령 의혹 전직 신부 '공지영 고소 사건' 패했다


시사저널이 처음 제보를 받았을 당시에는 흔하디흔한 사기 사건 같았지만, 6개월 동안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수십 명의 피해자 증언을 종합해 본 결과 검찰은 오히려 빙산의 일각만을 가지고 기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두 사람은 복지단체를 운영하면서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 하면서도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계속 부동산을 매입해 왔다. 지금도 계속 그들을 ‘무소유’의 종교인으로 알면서 기부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내세워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건의 파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목사 이아무개씨가 대표이며,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가 센터장으로 있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 © 시사저널 고성준


이아무개씨(여·43)는 7000명이 넘게 팔로잉하고 있는 자신의 SNS에 다음과 같은 경력을 올려놨다.  

 

‘○○○원의 생명나눔 대표’

‘대한 예수교 장로회 Pastor’

‘○○○주간보호센터 대표. 무보수 센터장’

‘△△△△주간보호센터 대표(CEO) 무보수’

‘○○장애인자활지원협회 협회 협회장. 대표’

포털사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면 비슷한 이력이 뜬다. 여기에는 수상경력도 함께 소개돼 있다.

 

‘2016년 자랑스런 대한민국 시민대상’. 게다가 그녀는 미혼모다. 무려 5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강조한다. 이런 그녀를 지역언론들은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고까지 칭송하기도 했다. 2012년 8월에는 KBS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이씨의 SNS에는 자신이 추천한 인물이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상을 받았다는 글이 공개적으로 올라와 있다.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남·49)도 목사 이씨 못지않게 사회복지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주간보호센터 센터장’

‘○○지역자활센터에서 센터장으로 근무했음’

‘○○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관장으로 근무했음’

‘△△지역자활센터에서 센터장으로 근무했음’

두 사람의 이력에 모두 등장하는 장소가 하나 있다. △△△△주간보호센터. 전라북도 전주 시내 유명 관광지 근처에 위치한 장애인 자활센터인 이곳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두 사람의 이중생활이 펼쳐지고 있는 무대이자 터전이었다. 처음에는 이 터전에서 벌어진 ‘믿기 어려운’ 일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괴담(怪談)처럼 돌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 이야기는 검찰 관계자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기자의 귀에까지 소문이 전해진 것은 약 6개월 전이었다.

 

 

 

복지관 운영하며 여러 필지 부동산 매입


먼저 목사 이씨의 이야기다. 이씨의 이중생활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사람 중 가장 과거의 이야기를 했던 사람은 전주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차아무개씨였다. 그는 2006년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긴 채 접근한 이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결혼까지 결심했다고 한다. 이에 차씨는 이씨가 2006년 4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전남에 있는 한 대학 사회복지 관련 학과 등록금은 물론이고 치과 치료비, 다달이 쓰는 용돈까지 줬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그렇게 4년 동안 2억원가량 이씨에 갖다 바쳤다고 말했다. 차씨는 나중에 이씨가 미혼모란 사실을 알고 2009년 사기·공갈 등의 혐의로 이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증거불충분으로 1심에서 패소했다.

 

2013년 이번에는 이씨가 다른 남성을 고소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씨는 단둘이 있는 차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역 봉사단체 이아무개 총재를 고소했다. 이 이야기는 MBC 《PD수첩》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씨는 방송에 나와 소송 과정의 힘겨움, 미혼모라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애인단체들이 이 총재가 소속된 봉사단체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단체의 대표는 현재 이씨가 회장으로 있는 협회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총재 역시 당시 이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시사저널은 또 다른 피해자 측으로부터 이씨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씨가 이 총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시점은 2011년 12월. 같은 해 그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발·수신함에는 다른 남성 4명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문자메시지는 모두 연인관계에서나 가능할 법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이씨는 ‘당신에게 기대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2명의 남성에게 동시에 보내기도 했다. 성적 내용이 담긴 메시지도 많았다. 이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남성 중에는 전직 국정원장 A씨도 포함돼 있었다.

 

이씨가 A씨에게 접근한 것은 2000년대 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다. 이씨는 A씨의 유세장에 찾아가 “장애인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도와 달라”고 말했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A씨가 이씨를 돕기 시작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에는 도와 달라는 수준의 요구였으나, 나중에는 협박성 문자까지 보낼 정도로 노골적으로 변해 갔다. A씨가 협박까지 받은 데는 ‘말하지 못할 사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이씨가 보낸 문자 중 일부만 공개한다. 문자메시지 내용을 그대로 싣기 위해 오탈자도 고치지 않았다.

 

“전화저도안받고 당신 가족들찾아갈테니그리아세요 진짜 힘드네요 이번달 돈줄데도 많은데 저를죽이려고작정하셨나요해결을해주시는게도리가아닌가요 자식들 ○○○ △△△판사에게 전화하고다얘기합니다”

 

“나를무시하고나를밟고내자존심을 건드리면나는 목숨을 내놓습니다 어차피죽을꺼 다 터트리고억울하지않게갑니다 장애인들이 어떻게하는지 두고보세요”

이씨와 A씨의 통화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들어보면 더 적나라하고 노골적 내용도 언급돼 있다. 어르고 달래도 도통 끝날 줄 모르던 이씨의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후 선거에서 A씨가 공천을 받지 못하자 이씨는 한 번에 1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1억원을 건네고 이후 곧바로 외국에 나가면서 비로소 그녀와의 질긴 연을 끊을 수 있었다. A씨 측은 당시 이씨에게 건넨 돈다발 사진 등을 증거자료로 남겨놓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A씨 측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A씨가 이씨에게 가져다준 돈이 2억원은 족히 된다”고 주장했다.

 

이씨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재력가이자 또 다른 장애인단체 이아무개 소장의 전 부인이 그런 경우다. 젊은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 소장은 2005년 교통사고로 큰아들을 잃었다. 그런 이 소장에게 이씨가 접근하면서 이 소장은 전처와 이혼했다. 이후 이 소장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은 하나둘 이씨 소유로 돼 갔다. 시사저널이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것은 전주 한옥마을 근처 부동산 170㎡(약 50평)와 전북 김제 임야 3만271㎡(약 1만평) 등이었다. 하나는 매매를 통해 명의가 넘어갔고, 다른 하나는 증여됐다. 이 소장의 전처는 그 과정에서 충격으로 두 차례 쓰러졌고 지금은 충남 공주의 한 요양원에 머물고 있다. 이 소장의 친인척들은 현재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로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이씨 지인들의 말 중에 딱 하나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씨가 봉침 전문가임을 내세워 사람들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이씨 주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은 센터 내 은밀한 방을 거쳐 간 사람은 목사, 스님, 고위 공무원 등 한 손으로 꼽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고, 피해자들이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가장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한 피해자의 말이다.

 

“이씨는 장애인들한테 이상한 데 침 놓으면서 완전 갖고 놀았다. 센터 앞에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봉침 맞으려고 쭉 줄을 서 있었다. 이씨가 하얀 가운을 입고 서서는 ‘저 XX들 또 왔네. 기다리고 있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다. 2013년 내가 갔을 때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보다 먼저 들여보내줬는데 들어가 보니 커튼 하나 달랑 쳐 있는 1인용 침대만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의자가 하나 있고, 너무 어설펐다. 의심이 계속 들었다. 사무실인데도 문도 없고 커튼 하나만 달랑 있었다. 내가 안에서 봉침을 맞은 후, 밖에서 점심 먹고 들어갔는데 장애인들은 그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내가 완전히 이건 아니구나 확 돌았다.”

또 다른 피해자를 통해 입수한 음성녹음 파일에는 이씨가 본인 입으로 봉침을 놓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내용도 있었다. 그는 남자 성기에 봉침을 놓았고, 그걸 좋아하는 여러 정치인들이 계속 다녀갔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씨가 사회복지센터를 운영하며 어떻게 재원을 마련했는지 알 수 없다. 본인 역시 마땅한 수입이 없다는 사실을 SNS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씨의 재산은 1만 평이 넘는 땅과 영농법인, 확인이 불가능한 규모의 현금까지 급격하게 불어만 갔다.

 

그녀가 지역사회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가 추천한 사람이 현직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들이 주는 상을 수상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번엔 전직 신부 김씨의 이야기다. 전직 신부가 처음부터 이씨와 함께 장애인지원센터를 운영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7월28일 천주교 경남 지역 한 교구가 그를 면직하기 전까지 김씨는 경남 여러 도시 복지관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경남 한 지역 ‘아름다운 가게’ 이사장을 맡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했다. 그는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유명 여성 성악가와 종교인, 언론인 및 작가 등을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줬다.

 

이씨가 소유한 토지에 세워진 또 다른 장애인 복지시설 © 시사저널 고성준



김씨, 2015년 천주교 내 성추문으로 면직

 

그런 그가 2015년 갑자기 면직 처리됐다. 처음에 교구 측은 그를 면직 처리했을 뿐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천주교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면직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면서 문제가 확산되자, 2015년 7월28일 교구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김씨 면직사유를 공개했다.

 

“본건과 관련한 첫 참사회(2015년 6월3일)에서 잠정적으로 정직을 결정하였습니다. (참조 교회법 제1395조 1항 : 제1394조에 언급된 경우 외에, 내연관계에 있는 성직자와, 십계명 중 제 6계명을 거스르는 다른 외적 죄에 머물러서 추문을 일으키는 성직자는 정직 제재로 처벌되어야 한다.)”

성서에서 언급한 십계명 중 제6계명은 ‘간음하지 말라’다. 취재 결과 김씨는 수녀와의 사이에서 충격적인 성추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김씨가 교구 내에서 처음 문제가 됐던 것은 성추문만이 아니었다. 금전 문제도 있었다.

 

김씨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한 것은 작가 공지영씨였다. 이에 김씨는 문제를 제기한 공 작가 그리고 당시 실무책임자였던 배아무개 신부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공 작가의 혐의에 대해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지난 7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교구장이었던 배아무개 신부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면직시키는 과정에서 교구 전체 신부를 다 불러 모아서 몇 번이나 논의를 거치고 고민하고 수없이 참다가 민원도 계속 들어오고, 잘못된 행동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서 어렵게 면직 결정을 내렸다”며 “그런데도 김씨가 저렇게(명예훼손 소송) 나와버려서 나도 황당했다”고 말했다.

 

비단 이 교구에서뿐만 아니라 김씨는 자신이 거쳐 간 지역 교구의 신도들과 유독 금전 문제로 인한 논란이 많았다. 금전 문제로 고소·고발까지 가는 일도 빈번했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7건의 횡령 건으로 고발당했지만 모두 문제없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만난 인사 중에는 김씨가 개인적 후원 요청을 해서 1100만원을 김씨 계좌로 입금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김씨가 매번 복지관 계좌로 후원 요청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개인계좌로 송금을 요청해서 1100만원을 보내고 나서 이상하다 싶어서 그다음부터는 돈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김’ “보호센터 100개 만들 것” 주변에 밝혀

 

이번엔 이씨와 김씨 두 사람 이야기다. 두 사람이 정확히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같이 활동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2015년 김씨가 면직된 이후 현재 이씨의 센터에서 2층과 3층에서 각각 살고 있는 것으로 인근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면직 전까지 두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경제공동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김씨가 경남 지역의 재력가들을 데리고 전주에 가면 이씨가 봉침을 놓고 기부를 요청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씨가 소개한 한 사업가의 회사에 1억원을 투자하고 매달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이 사업가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지분을 모친 이름으로 양도받는가 하면, 앞서 언급했던 전주 지역 시각장애인 재력가 이 소장의 부동산도 역시 모친 이름으로 사들였다. 비슷한 시기 이 소장의 부동산 몇 필지는 이씨에게 넘어갔고, 또 다른 부동산은 김씨 모친에게 넘어간 것이다. 김씨는 2013년 5월 한 지역 일간지에 이씨의 단체에 대해 모금을 요청하는 기고문을 직접 쓰기도 했다. 김씨 모친이 이 소장의 부동산을 매입한 후 3개월 뒤의 일이었다.

 

김씨가 전주로 기반을 옮긴 후 두 사람의 활동은 점점 활발해졌다. 김씨는 2016년 12월 이씨가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의 센터장이 됐다. 그리고 이씨는 전북 임실에도 주간보호센터를 만들어 그곳의 대표로 갔다. 또한 이씨가 소유한 보호센터 인근 부동산에 ‘○○의 집’이라는 요양 시설도 만들었다. 이곳은 현재 정식적으로 관계기관에 등록된 상태는 아니다. 그리고 보호센터 인근의 또 다른 이씨 소유의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용도는 알 수 없다. 검찰은 이들이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고 있는 건물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골동품 및 미술품 판매소 또는 음식점 등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후원금을 받더라도 영업장을 신축해 개인 재산을 증식하려고 했을 뿐, 장애인 지원사업을 위해 사용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씨와 김씨 둘을 잘 알고 있다는 한 이웃 주민은 “새로 건물을 짓다가도 또 한참 공사를 중단하고, 그러다 어디서 돈이 들어왔는지 다시 건물을 짓기 시작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한다”며 “센터 운영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건물들을 지어 나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귀띔했다.

 

금전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두 사람의 홍보에 이용되고 있는 아이들과 장애인들이다. 이씨는 틈만 나면 자신이 미혼모이며,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입양한 아이들은 곧장 파양해 버리거나 그대로 남의 손에 맡겨 방치해 왔다는 주장도 접할 수 있었다. 2013년 당시 이씨는 20대 중반의 1급 지적장애인을 입양했다. 그러나 이씨가 입양한 사람이 당뇨 합병증을 앓자 그녀는 입양 두 달 만에 그를 파양 조치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자신의 파양 사실을 숨긴 채 틈틈이 병원을 찾아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그가 두 달 만에 파양된 사실은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입양한 아이 중 둘은 이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줄곧 길러져왔다. 취재 과정에서 지난 몇 년간 이씨를 대신해 두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웠다는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원장은 아이 둘을 자신의 집에서 키웠다고 한다. 자신을 엄마, 남편을 아빠라 부르며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그렇게 아이에게 무관심하던 이씨가 돌연 올해 초 두 아이를 완전히 데려갔다고 한다. 조만간 방송에 출연할지도 모르는데 이를 대비해 아이들과 좀 더 친밀해져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는 것이 원장의 주장이다. 원장이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이씨는 자신의 SNS에 아이들의 사진을 올렸다.

 

검찰 공소장에 첨부돼 있는 두 사람의 범죄일람표. 검찰은 두 사람이 편취한 금액을 90페이지에 걸쳐 자세하게 공소장에 첨부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검찰, 복수의 제보자 진술 통해 인지 수사

 

이런 두 사람의 행각은 결국 검찰에 꼬리를 밟혔다. 이번 사건은 전주지검 특수부에서 맡았다. 고소·고발 사건이 아닌 인지 사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을 구속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이 많았던 것과 달리 전주지검 측은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사기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함께 기소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두 사람이 ‘장애인 ○○의 집’ 신축공사 명목 후원금으로 총 1090회에 걸쳐 1억4000여만원, 사단법인 변경 명목 후원금으로 645회에 걸쳐 2500여만원을 편취했고,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고 1억4600만원을 모집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두 사람은 6월말 기소됐고, 아직 1심 선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이씨는 현재 전주 지역 대형 로펌을 비롯해 여러 명의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의 경우 허위 경력증명서를 제출해 장애인 복지시설 신고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보고, 전주시장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행위(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도 기소했다. 두 사람의 터전이 허위 경력증명서에 의해 설립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청 관계자들은 “6월말에 검찰에서 공문을 보내 허위 경력을 알려준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비슷한 전례도 과거에 없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 센터 처분과 관련해 질의를 보내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급기관인 전북도청 관계자는 “7월말쯤 전주시청으로부터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때 이번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며 “추측하기로는 아마 보건복지부에서 센터 폐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기소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복수의 피해자들은 “이씨가 자신에게 불리하면 발작을 일으켜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당황시킨 전례가 있다”며 “검찰이 기소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대범죄 아닌데 왜 사생활 캐려 하느냐”

 

시사저널은 취재 결과 드러난 여러 의혹에 대한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8월14일과 8월17일, 이들의 휴대전화로 각각 연락을 시도했다. 8월14일 이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사건이 중대범죄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사생활을 캐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내가 기자님 전화받고 자살하면 기자님이 책임질 거냐. 미혼모로 얼마나 고통을 받고 사는데 같은 여자분이면서…”라고도 말했다. 통화를 마친 직후 이씨는 기자에게 “제 사생활 관련해서 기사화시킬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조치할 겁니다. 피눈물로 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보내왔다. 좀 더 자세한 이씨의 답변을 듣고자 기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전송했다.

 

목사 이아무개씨는 2013년 성추행 사건에 휘말렸을 때, MBC 《PD수첩》에 출연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 MBC 화면 캡처


- 검찰이 파악한 바로는 충남의 한 노인시설에서 2000년 2월1일부터 2007년 1월30일까지 근무했다는 허위 경력을 전주시청에 제시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가요? 

- △△△△주간보호센터 직원에게 봉침을 놓은 혐의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봉침을 시술한 사람들이 직원 이외에도 사업가 몇 명, 전주 지역 장애인들, 전직 정치인 등 다수라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인가요? 

- 귀하의 SNS에는 입양한 아이들을 후원금 모집을 위한 홍보에 활용한 흔적들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입양했다 파양한 사람도 있다고 검찰은 파악하고 있는데 사실인가요?

-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범죄행위 일람표에는 몇 년간 1회당 1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도합 억대의 금품을 횡령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같은 횡령 사실을 인정하시나요?

- 짧은 기간 안에 부동산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특별한 재원이 있으신 건가요? 

- 전직 국정원장 A로부터 돈을 받거나 협박한 사실이 있습니까? 

- 전직 신부 김아무개씨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이에 대해 이씨는 답장으로 “왜 불필요한 문자를 보내시나요. 지금 재판 중인 사건을 왜 기사화시키려고 하시나요. 저도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조치할 테니 그만해주세요”라고 전했다.

 

8월16일 이씨에게 문자를 다시 보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재차 요청했지만 이씨는 “기사로 낸 것이 사실과 다르고 제 인권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한다면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습니다”라며 더 이상 전화도 문자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본지는 8월17일 김아무개씨와도 통화를 시도했다. 세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김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전주지검에 의해 기소된 사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직접 답변을 듣고자 한다”며 회신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8월18일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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