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위 피 말리는 순위 싸움 가을야구 티켓을 잡아라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1 15:45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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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후반기 ‘진격의 거인’ 연출하며 대약진

 

프로야구는 봄부터 가을까지 시즌을 치른다. 그러므로 무더운 여름은 프로야구의 볼거리다. 포스트시즌이라는 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KBO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은 5개 팀. 1위를 독주하고 있는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다. 1위를 지키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느냐가 관건일 뿐. 이와 달리,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싸움은, 8월17일 현재(이하 성적 기준일), 두산과 NC가 0.5경기 차이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2자리를 다투는 중위권 싸움은 오리무중. 롯데가 후반기 ‘진격의 거인’을 연출하며 대혼전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4위 LG는 5위 넥센과 승차 없이 승률에서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다. 6위 롯데와는 0.5경기 차이며, 7위 SK와도 3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이 짙은 안개에 뒤덮인 순위 싸움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예상해 보려고 한다.

 

우선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싸움. 두 팀은 강한 타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마운드에서는 대조적이다. 두산은 선발진이 강하지만, NC는 구원진에 강점이 있다. 두산의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28로 KIA에 이어 2위다. 게다가, 후반기만 본다면 0.851로 전체 1위다. 즉, 전반기 막판부터 타오른 타선의 타격감이 꺼질 줄을 모른다. 기본적으로 김재환과 박건우, 에반스 등으로 구성된 중심 타선은 KBO리그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민병헌과 양의지, 오재일이 그 뒤를 받치고 있어, 상대 투수에게는 쉬어 갈 곳이 없는 고속도로와 같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다만 유일한 약점은 테이블세터. 특히 2번 타자가 블랙홀이었다. 전반기까지 OPS는 0.664로 전체 꼴찌에 그쳤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그 약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2번 타순이 강점으로 바뀌어 있다. 왜냐하면, 신예 류지혁이 폭풍 같은 타격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기까지 OPS 0.617에 그쳤지만, 후반기에는 무려 1.002를 기록하고 있다.

 

6월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와 두산의 경기. 7회말 1사 3루 때 두산 민병헌이 에반스의 안타로 홈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맞선 NC 타선도 뒤질 게 없다. 나성범과 스크럭스, 박석민이 중심 타선을 이룬다. 그리고 모창민과 권희동, 이호준 등이 그 뒤를 받친다. 테이블세터는 이종욱과 박민우다. 박석민의 부진과 테임즈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지난해와 같은 파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타선의 짜임새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 능력은 두 팀 타선 모두 갖추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두산은 4명의 특급 선발 투수를 앞세우고 있다. 이른바 ‘판타스틱4’. 니퍼트와 장원준, 유희관에 보우덴이 돌아오며 후반기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맞선 NC의 강점은 마무리 임창민을 중심으로 김진성과 이민호, 원종현 등이 있는 구원진이다. 실제로 NC 구원진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3점대 평균자책점(3.98)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2위 싸움의 향방은 선발진의 활약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산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3.97로 전체 2위다. 다만 최근 페이스가 뚝 떨어진 유희관의 경우처럼 불안 요소도 있다. 믿을 수 있는 구원 투수가 적은 팀 상황을 생각하면,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 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가 7이닝을 던지면 구원 투수는 2이닝만 던지면 된다. 즉, 강점으로 약점을 메우는 것이다. 선발진만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확률이 가장 높다.

 

그런데 이에 맞선 NC 선발진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놀랍게도 전체 1위인 3.64다. 이것은 부상에서 돌아온 맨쉽이 해커와 함께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장현식(2.91)과 이재학(2.86) 등이 뛰어난 투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구원진이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선발진의 호투는 천군만마와 같다. 다만 이것이 얼마만큼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후반기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자랑하는 장현식과 이재학 등이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면, 올해도 ‘콩룡’은 변함없을 듯하다(콩룡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에서 항상 이인자에 머문 홍진호의 별명인 콩진호에서 나온 비유. NC는 2년 연속 시즌 2위에 머물고 있다).

 

8월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4대2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예상은 예상일 뿐, ‘기적’을 꿈꾸는 하위팀

 

중위권을 다투는 LG와 넥센, 롯데, 그리고 SK의 약점은 명확하다. 4위 LG는 타선이다. 팀 OPS는 0.770으로, 전체 8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로니가 합류한 뒤, 다소 변비에서 탈출하는 모습이다. 후반기 팀 OPS는 0.793(5위)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일발 장타보다는 기관총 타선의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타선만 힘을 낸다면 마운드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전력만 봤을 때, 중위권 싸움에서 가장 유리한 팀으로 손꼽히고 있다.

 

5위 넥센의 약점은 선발진이다. 최원태와 브리검 등이 좋은 투구 내용을 나타내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 3자리는 다소 불안하다. 에이스 밴헤켄은 이전과 같은 안정감이 없다. 투구 내용이 퐁당퐁당 널뛰기하고 있다. 여기에 김성민과 금민철, 정대현 등도 안정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들을 대체할 선발 투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야구 전문가 사이에서는 얇은 선수층으로는 여름철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대체적이다. 이 두 팀을 추격하는 처지인 롯데와 SK는 모두 구원진에 약점이 있다.

 

롯데의 선발진은 꽤 탄탄한 편이다. 기존의 박세웅과 레일리 등에 ‘린동원’ 린드블럼이 가세해 꽤 안정감이 있다. 다만 구원진은 믿고 쓸 투수가 많지 않다. 마무리 손승락과 박진형 정도다. 윤길현과 이정민, 장시환 등의 부진한 투구가 아쉬운 상황. 게다가, 지금까지 손승락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온 만큼, 과부하도 걱정스럽다. 그런 만큼 벤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수를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벤치의 능력에 따라 좌우될 때가 적지 않다.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을 펼쳐 나갈지 지켜볼 부분이다. 

 

7위 SK의 구원진은 후반기에도 여전히 소방수가 아닌 방화범이다. 실제로 후반기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6.89로 전체 꼴찌다. 예닐곱 점을 앞서고 있어도, 불안한 게 현실이다. 박정배를 중심으로 문광은, 채병용, 김주한, 임준혁 등을 적절하게 이어 던지게 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 박희수가 무너지며 쓸 왼손 투수가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중위권 싸움에서 가장 힘겨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가 적지 않다.

 

모든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신예가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끄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내일 일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야구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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