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 후 대피시간, 핵공격 때도 5분 확보될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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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등으로 추정해보면 골든타임 1분 30초~3분

 

북한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8월23일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실시됐다. 훈련과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시 정각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주민들은 지하 대피소나 지하보도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피완료 시간은 5분이다. 

 

일단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 국민에게 현실이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지만, 만에 하나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그럴 경우 생기는 의문이 있다. 5분이란 시간을 실제 핵공격 때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핵무기의 위력은 엄청나다. 1945년 8월 원폭이 일본 히로시마 상공 580m에서 터졌을 때,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6km 이내의 모든 것이 파괴됐다. 그러나 이런 핵공격이 벌어져도 대피시간 안에 지하 공간으로 피신한다면 생존 가능성은 있다. 

 

노무라 에이조(野村英三)는 히로시마 원폭 때 폭발 지점에서 불과 170m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폭발 순간에 콘크리트 빌딩의 지하실에 있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생존자는 폭발 지점에서 300m 거리에 있던 히로시마 은행의 지하 금고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방공 대피훈련을 한 23일, 대전 둔원초등학교 학생들이 공습 경보가 울리자 지하 강당으로 대피해 안내 방송에 따라 책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낮은 자세로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핵공격 골든타임 ‘5분’… 실제 확보 가능할까 

 

정리하면 핵공격 때 시민들이 생존하려면 ‘공습경보 후 5분’ 내 지하로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나라는 핵미사일이 폭발하기 5분 전에 공습경보를 울릴 수 있을까. 

 

‘스커드-B 미사일’은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할 경우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무기다. 사거리가 300km인 이 미사일을 두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재래식 폭탄 외에도 다양한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100km 떨어진 북한 황해북도 신계군은 스커드-B 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가 숨겨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공군은 2005년 보고서에서 “신계군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쏠 경우 3분30초 만에 서울에 도달한다”고 추정했다. 즉 5분의 대피시간을 확보하려면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대를 떠나기 1분30초 전에 공습경보가 울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서둘러야한다. 

 

전시 공습경보를 울리는 곳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민방위경보센터다. 김창석 중앙민방위경보센터 주무관은 “공군의 선임 작전통제장교가 화상통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통보하면 공습경보를 울리게 된다”며 “화상통화를 하는 데 10~15초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공습경보 전까지 그만큼의 지연시간이 생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 1분30초 전에 공습경보를 울리려면, 공군은 1분40초~1분45초 전에 발사사실을 미리 파악해 경보센터에 화상통화를 걸어야 한다. 

 

과연 이런 단축이 가능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군의 역량으로는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발사사실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현재로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대피시간을 5분까지 확보하기란 무리일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전 확인 여부에 대해 공군 작전사령부 관계자는 “군사기밀이라 말해줄 사항이 없다”고 했다.

 

지난 3월6일 북한 평북 동창리의 논바닥에 배치된 4대의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스커드 미사일이 시험 발사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 따르면 실제 대피시간은 최대 ‘3분’

 

신인균 대표는 “스커드 미사일이 고도 5km 이상 올라가면 파악이 가능하다”며 “파악에 걸리는 시간은 발사 직후 20초 이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표의 말을 바탕으로 공군이 스커드 미사일 발사사실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20초로 잡아보자. 공군은 발사를 확인하자마자 즉각 경보센터에 화상통화로 알리게 된다. 화상통화 소요시간이 10~15초란 점을 감안하면, 확보할 수 있는 대피시간은 약 2분55초~3분 정도다.

 

대피시간이 더 촉박할 수도 있다. 공군이 스커드 미사일 발사사실을 더 늦게 인지할 수도 있다. 우리 군은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그린파인’과 이지스함 레이더로 북한 미사일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을 보자. 이날 북한은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오전 5시39분 동해상으로 쐈다. 우리 군에 따르면 이 미사일이 그린파인과 이지스함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이날 오전 5시41분이었다. 탐지하는 데 2분이 걸렸다. 발사 2분 뒤 공습경보가 울리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1분30초가 채 되지 않는다. 공습경보를 듣고 1분30초 안에 지하 공간으로 뛰어들지 못한다면 핵공격에 희생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사전 징후를 참고할 수는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력연구원 센터장은 “북한이 서울을 타격하는 상황이라면 굉장히 많은 사전 징후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 타격은 곧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텐데 아무런 낌새도 없이 미사일을 쏘겠나”고 말했다. “낌새가 포착되면 감시와 경계태세가 더 촘촘해질 것이고,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2009년 3월12일 동해항에서 공개된 미국의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인 채피함(9천200t급) 내 전투정보지휘소(CIC). 채피함에는 반경 260km 내의 모든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4개의 고정식 레이더가 장착돼 있어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각 탐지가 가능하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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