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곡하와이 폐업에 애먼 업소들 "우린 여전히 영업 중"
  • 최재호 기자 (sisa511@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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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3개월째인 부곡하와이 인근 상인들은 지금 '전전긍긍'

매년 이맘때면 피서객들로 붐비던 부곡하와이 앞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만 휑하니 지나갈 뿐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공개 매각과 고용 승계를 촉구하는 노조의 현수막만이 바람에 하릴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이 부곡하와이를 찾은 8월24일, 건물 건너편 인도에는 노조원 7~8명이 텐트 밑에 진을 치고 앉아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5월28일 부곡하와이가 문을 닫은 뒤에도 평소 근무할 때처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귀가하고 있다고 했다. 

 

건물 안에 회사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표가 잘 만나주지 않겠지만 있을 거다"고 한 노조원이 말했다. 노조원들 예상과 달리 건물 안 사무실에는 총무팀 직원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부곡하와이 운영사인 (주)제일흥업의 대표 가나자와 겐지(55)씨는 전날인 8월23일, 일본에 있는 오너 배효준(일본명 다케모도 다케도시)씨를 만나러 갔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회사 측이 현재까지 밝힌 부곡하와이의 매각액 마지노선은 500억원 대다. 가나자와 대표가 배씨를 만난 뒤 조기 매각을 위한 어떤 대안을 마련해 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폐업 3개월째인 부곡하와이 주차장이 폐허로 변해 있는 모습. ⓒ 최재호 기자

 

온천단지 일반 업소 직격탄…매각가 500억원선 

 

문을 닫은 부곡하와이는 부곡온천단지를 대표하는 레저 타운이지만 실제로는 24개 숙박업소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23개의 호텔과 콘도 등은 5월까지도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하지만 부곡하와이가 폐업된 뒤 다른 숙박업소도 직격탄을 맞았다. 부곡하와이 폐업이 마치 부곡온천단지의 소멸을 뜻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탓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창녕군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행시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부곡온천단지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역 유지들과 단체들도 '부곡하와이 살리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루트로 온천단지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끊긴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결국 부곡온천단지 살리기의 핵심은 결국 부곡하와이의 조기 매각과 재탄생이다. 문제는 이곳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매각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5월 폐업 초기 매각 제시액은 약 400억원 선이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사측이 밝힌 매각 희망 금액은 500억원 선이다. 김충식 창녕군수와 만난 가나자와 대표는 "액수에 관계없이 부곡하와이 이미지에 맞고 기업 이념을 계승할 수 있는 인수 기업을 선택해 빠른 시일 내 온천단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지역의 고충을 이해하는 입장을 보였다. 

 

몇몇 기업들이 부곡하와이 측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부영그룹 외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에 지은 부영의 아파트가 부실시공 논란에 휘말리면서 부곡하와이 매각 협상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득년 ​부곡온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부곡하와이 폐업은 부곡온천단지의 위기이자 기회"라며 "다른 사업자가 빠른 시일 내에 부곡하와이를 재탄생시켜 온천단지가 상생할 수 있기를 200여 업체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7월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에서 色·色·色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썸머 페스티벌' 모습. ⓒ 부곡 하와이 제공 자료사진

 

 

80~90년대 휴양지 대명사…시대 흐름 뒤져 38년만에 폐업

 

1979년 개장한 부곡하와이는 연수·학습·휴양·위락·스포츠의 관광 5대 기능을 갖춘 국내 1호 워터파크로, 1980년 대까지만해도 연간 200만 명이 찾는 국내 대표적인 휴양지였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워터파크가 들어서면서 2000년대 들어 방문객이 급감했다. 노조 측이 밝힌 입장객과 매출액을 보면, 2003년 전체 입장객 80만6000여명, 매출액 16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입장객은 24만6000여명에 그쳤고, 매출액도 13년과 비교해 반토막(83억원) 났다.

 

노조는 방문객의 급감을 외부 환경에서만 찾지 않는다. 시설이 노후화됐는데 사측이 재투자에 인색해 결국 폐업을 자초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임원들의 비리도 지적했다. 부곡하와이의 이사였던 배모씨는 지난 10년 간 공사 업체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챙겨온 혐의로 고발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배씨는 지난 5월 회사 내부에 공사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양심선언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7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과도한 인건비를 사측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도 온천단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부곡하와이의 창업주는 재일교포 출신 사업가인 배종성(작고) 회장이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 인근 도천면이 고향인 배 회장은 재일교포 사회에서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과 함께 사업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배 회장은 현재 도천면 선산에 묻혀 있다. 현재 부곡하와이 소유주는 배 회장의 아들인 배효준씨다. 부곡하와이 대표로 있는 일본인 가나자와씨는 외환은행 도쿄지점에 근무했던 은행원으로, 배씨와 일본에서 업무로 알게 된 뒤 부곡하와이에 파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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